어버이날 올라온 한 유튜브 영상이 화제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희미해지던 어버이를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방송작가 유병재가 만든 〈고마워요 어버이〉는 전경련과 국정원, 그리고 청와대가 얽혀 있는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그런데 이 영상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자 소식을 끊고 잠적했던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이 등장했습니다. 〈고마워요 어버이〉 동영상이 어버이연합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내기 위해 등장한 겁니다. 그동안 해외로 잠적했다는 소문부터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까닭에 국정원이 '마티즈 태웠다'는 자살설마저 돌기도 했는데, 풍자 동영상 하나가 추선희 사무총장의 행방에 대한 논란을 잠재운 셈이죠.


출처 - 유튜브


어버이연합에 위안부 관련 합의 지지 집회를 지시했다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이 제기한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은 기각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청와대 행정관으로서 상당히 공적인 지위에 있으며, 《시사저널》이 사건 기사와 같은 내용의 의혹을 품을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며 "보도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최종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허 행정관의 인격권이 언론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유병재를 고소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고소장도 기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보수 단체의 배후, 국정원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은 '시대정신'이라는 단체 출신인데 원래 이름은 '뉴라이트 연합'이었습니다. 종북척결을 주장하던 극우단체로, 미군 장갑차에 치여서 숨진 미선이 효순이 사건과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사태가 종북 빨갱이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던 곳이죠. 이 단체에 7년간 21억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으나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후원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쓰였는지는 불투명합니다. 

 

21억의 후원금은 이 단체 전체 수입의 90퍼센트가 넘는 금액으로 사실상 존립의 근거가 된 자금이었습니다. 이 돈 역시 전경련과 당시 정권에서 흘러들어온 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죠.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정점에는 국정원이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뉴라이트 연합이던 시대정신과 재벌들의 집단인 전경련, 그리고 보수 정권이 잡은 청와대와 국정원의 4각 관계가 이번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의해 사실상 드러났고, 점차 그 실상이 밝혀지고 있는 중입니다.


출처 - 시사저널


《시사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보수단체 대표 등과 회동하고 이들에게 창구 단일화를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회동 시기는 이병기 비서실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할 때로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는 보수 주요 단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 재향군인회, 고엽제 전우회, 재향 경우회 등이 창구를 단일화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돈을 지원할 창구를 하나로 해야 쉽게 돈을 넣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창구로 사실상 애국단체총협의회를 지목했다고 하는데, 이 단체는 이명박 정권 때부터 본격 활동한 단체로 재향군인회장 출신의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이 상임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봐도 국정원의 사주에 의해 보수 단체들이 국민의 혈세를 축내면서 정부 비판 시위를 막고 친정부 성향의 여론몰이에 동원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군부 독재의 잔재가 21세기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겁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유튜브


이번 어버이연합 게이트만이 아니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당시에도 문제의 근원은 국정원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당시 국정원 3차장으로 있던 이종명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종북 좌파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려고 하니 국정원에서 확실하게 대응을 해야 된다"는 지시를 받습니다. 2012년 2월 17일의 일인데, 정확하게 같은 달에 전경련 자금이 최초로 어버이연합 차명계좌에 입금되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드러난 정황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꼭두각시일 뿐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흑막은 국정원이라는 음모론이 그럴싸해 보입니다. 이번에 흑막이 공개된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재벌과 보수단체를 거느린 국정원의 대표적인 국기 문란 사건이었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의 장성들이 소속된 단체가 다수였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전두환과 같은 제2의 내란을 꿈꾸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정보 조작, 여론 날조가 국정원의 주 업무가 된 현실


국정원은 최소한 북한 관련 업무라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국정원의 대북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 2월 국정원이 숙청되어 처형됐다고 보고되었던 리영길 총참모장이 3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일이 있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로써 리영길 총참모장에 대한 처형 소식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며 국정원이 뿌린 헛소리에 불과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애초에 통일부가 리영길 처형설을 공개한 일 자체가 이례적이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관련 정보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며 국정원에서 받은 정보를 통일부가 언론에 문건 형식으로 공개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리영길 처형설은 이례적으로 통일부가 언론에 노출했습니다.

 

국정원이 죽었다던 북한 인사가 버젓이 살아나는 일을 우리 국민이 한두 번 겪은 게 아닙니다. 2013년 8월 29일 《조선일보》는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예술인 10여 명이 부적절한 영상을 찍어 총살되었다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2013년 10월 8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죽었다던 보천보전자악단 소속 가수 현송월이 2014년 5월 16일 모란봉악단 단장 자격으로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참석하여 첫 번째 토론자로 나왔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이 이를 보도한 겁니다. 한편 지난해 국정원이 국회에서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던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겸 화력지휘국장도 사실은 건재했죠. 

 

이처럼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라 할 북한 관련 정보 수집 및 분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가기관입니다. 그런 주제에 국민을 사찰하고 간첩을 만들고 여론을 조작하는 데에는 엄청난 혈세를 썼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선거에 개입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죠. 국기 문란의 원흉인 국정원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해체의 대상일 뿐입니다.

출처 - 한겨레

 

국정원이 연루된 사건, 사고가 하도 잦아 머리가 아플 지경이지만,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쳐 만천하에 공개해야 합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찰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한다면 특검과 청문회를 통해서라도 사실을 밝혀내야 합니다. 그것이 20대 국회에 보내는 국민의 뜻임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현실

 

지난 2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학교 24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방공무원 7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소방공무원 근무여건 개선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근무하면서 한 번 이상 부상당한 사람은 124명으로 18퍼센트에 달했습니다. 그중에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했다'고 응답한 소방관이 약 80퍼센트(99명)에 달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화재 현장의 최일선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소방공무원들이 치료비를 본인 부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잡한 신청 절차'가 27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공상처리 기준부재'가 26퍼센트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행정평가상 불이익'(17%), '부족한 보상'(10%) 등도 주요한 이유였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작전에 필요한 안전장비까지 본인 부담으로 구매해서 쓰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 무기를 직접 사서 쓰는 것과 다름없는 현실인데요, 왜 소방관들이 안전장비를 직접 사서 써야 했을까요? 통계 자료를 보면 현장활동 중에 위험을 유발하는 장비 관련 요인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안전장비의 노후화입니다. 무려 45퍼센트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다음으로 안전장비의 수량부족이 30퍼센트로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소방공무원 가운데 무려 37퍼센트가 자비로 안전장비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하니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현실이 암담합니다.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관보다 자살한 소방관이 더 많아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이 33명, 자살한 소방관은 35명으로 자살한 소방관이 순직 소방관의 수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살자 35건 중 과반이 넘는 19건(54%)이 우울증 등 신변비관으로 숨졌으며, 가정불화가 10건(29%) 등이었습니다. 이는 위험하고 불규칙한 근무환경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경기방송 <유연채의 시사999>라는 프로그램에서 박남춘 의원이 이 문제를 잘 다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기방송

 

소방관의 업무 특성상 위험 직군으로 분류돼 보험료 할증을 요구받거나 아예 보험가입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시간외수당, 안전장구, 부상 치료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서 어떻게 일선에 있는 소방관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소방공무원을 위한 정책적 보험과 세밀한 공상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또한 우울증, 불면증, 스트레스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소방전문병원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유센터 설립 등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민안전처가 나서기 바랍니다.

 

 

한국전쟁 때 쓰던 수통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 군의 현실

 

소방공무원의 현실도 기가 막히지만,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한국전쟁 때 쓰던 수통과 베트남전쟁 때 쓰던 군장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온 젊은이에게 1~2년 전 것이 아닌 반세기 전 보급품을 지급하는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복잡한 심경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면전에서 "수통이 빵꾸나지 않고 사용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50년이 됐든 100년이 됐든 무슨 상관이냐?"며 타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이번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한 발언인데요, 한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에 육군 장성으로 예편한 국회의원입니다.

출처 - JTBC


한 의원의 발언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오래되고 비위생적인 수통을 사용하는 장병들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어 노후 수통을 전량 교체할 수 있도록 했는데도 여전히 반세기 전의 헌 수통을 쓰는 현실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변명처럼 나온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비웃음을 사더라도 국방부 장관의 변명을 대신 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이미 예산이 편성되어 새 수통을 사기까지 했는데도 변하지 않은 군대의 현실을 보면 비리와 부정 외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성인 남성이 태반인 우리나라에서 군대가 비리의 온상임은 공공연한 비밀이죠.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터진 사례만 해도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상수도 보급률 50퍼센트에도 못 미쳐


세계 7대 군사강국. 다음 달 1일로 창군 67주년을 맞는 한국 군의 위상입니다. 세계 10대 무기 생산국이자 병력 규모 등 외형이나 신무기 투자 규모로 봐도 세계 10위 수준이라는 대한민국 군대. 하지만 그 기본이 되는 장병에 대한 처우는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한국 군의 실태는 참으로 가관입니다. 반세기가 다 된 모포, 수통을 아직도 사용하고 육군과 해병대, 상수도 보급률은 5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지요. 지하수나 우물을 쓰고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는 얘깁니다. 화장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재래식 화장실이 1400여 개에 달하며, 군납 식품에선 머리카락, 벌레, 쇳가루 등 불순물이 나오기 일쑵니다.

 

출처 - JTBC


대한민국에서 해킹 사건이 일어나기만 하면 항상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데 반해 우리 군은 아날로그 방식투성이입니다. 예하 사단 상황장교들은 아직도 무선 통신 내용을 받아 적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함장이 휴대폰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겁니다. 군대 내부에서도 간부들은 급한 연락은 휴대폰으로 하기 일쑤입니다. 각종 통신장비가 낡았기 때문입니다. 소대장들이 대놓고 중대장에게 휴대폰으로 보고할 정도니 말 다했죠. 방송에서 <진짜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아무리 군대의 기강을 보여주고,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대한민국 군의 현실은 동물의 왕국 혹은 정글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사의 주적은 간부, 병사-지휘관 간 차별 여전해


군 복무를 하신 분이라면 "사병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간부"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례만 봐도 사병과 지휘관 사이의 차별이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출처 – 계간 고대문화

 

장병들이 탑승하는 주력 전차와 장갑차에는 냉방장치가 없어 여름철 내부 최고 온도가 무려 56도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장교들이 타는 지휘관용 장갑차량에는 1000만 원짜리 냉방장치가 빠짐없이 장착되어 있었죠. K1A2 전차 성능 개선 사업에서 합참은 전차에 냉방장치를 장착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지만, 사업 추진 중 갑자기 백지화합니다. 비용 대비 효과와 전술적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먹이면서요. 그렇다면 지휘관용 전차의 냉방장치도 제거함이 마땅할 텐데, 지휘관용은 또 그렇지 않답니다.

 

출처 - 일요서울


장병들은 제대 후 예비군에 편성됩니다. 생업을 두고 길게는 3일간 다시 입소해 훈련을 받아야 하니 사회적으로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을 빠져선 안 됩니다. 그것도 자비 부담으로 말입니다. 훈련소가 대부분 도심에서 동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오가는 교통비만 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비군 훈련 참가비 평균 비용은 2만 2190원인데 반해 보상비는 겨우 1만 2000원입니다. 그러니까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1인당 1만 원을 자비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뿐입니까? 자영업 등 생업 전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라면 예비군 훈련 기간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옵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예비군 훈련 시 계급별로 하루 최고 22만 원에 이르는 보상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10여만 원을 국가가 지급합니다. 대한민국은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방의 의무만을 이토록 손쉽게 요구해도 되는 걸까요? 사회에선 '열정페이' 군대에선 '애국페이', 이를 당연시하는 현실.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대한민국 군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만 하면 군은 항상 예산 타령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군대, 돈 잘 법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육군 일선 부대들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숙박, 요식업소 등을 운영하면서 일반 전투병들을 무보수 종업원으로 불법 파견해 100억 원대의 순익을 내고 이를 해당 부대 지휘관 업무추진비로 전용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부대 근처의 복지회관 등이 대표적이죠.

 

군 병원 역시 입원한 환자인 장병을 청소나 배식 등에 부려 먹습니다. 군대에서는 이렇게 아파도 손해를 봅니다. 더구나 군 복지회관 부근 소상공인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봤습니다. 무보수로 일할 인력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군 복지회관을 상대로 소상공인이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불의로 얻은 이익을 장병들에게 돌리기는커녕 높으신 분들끼리 나눠 먹으니 그야말로 '헬조선'의 축소판이랄 수밖에요.



군사기밀 유출, 영관 장교가 최다

 

상황이 이러한데 군사기밀 유출은 병사보다 장교들이 더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5년여간 현역 군인에 의한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모두 44건 발생했는데, 이 중 영관 장교가 가장 많았습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에는 '일베'를 하는 현역 장교가 군 전술망 화면을 유출해 파문이 일기도 했죠. 이 때문에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직접 보안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KBS


이뿐입니까? 지난 11일 신병 훈련 중 느닷없이 폭발한 수류탄으로 교관인 김 중사가 숨지고, 손 훈련병과 박 중사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 수류탄은 이미 1년 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박 훈련병의 목숨을 앗아간 불량 수류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기능시험에서 치명적 결함 판정을 받은 수류탄을 계속 훈련에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30발 중 6발이 손에 들고 있는 상태에서 터져버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폭률이 2퍼센트가 아니라 20퍼센트라니 러시안룰렛을 한다 해도 이것보단 살 확률이 높겠습니다. 문제의 수류탄은 현재 군에 25만 발이나 남아 있으나 군은 여전히 이를 내버려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노동개악' 하지 말고 대한미국 군을 개혁하라

 

단 한 번의 국정감사로 온갖 비리로 점철된 군의 모습이 드러났지만, 대한민국 군은 뻔뻔하기 그지 없습니다. 인사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남풍 재향군인회장은 비리로 채용한 임직원 25명을 취소하라는 보훈처의 명령을 어기고 임용을 강행했으며,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떠나버렸습니다. 육군 대장으로 예편한 조 회장은 보훈처 감사 결과 과거 재향군인회에 790억 원의 손래를 입힌 핵심 인물입니다. 군에 있을 때처럼 자기가 아직도 왕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YTN


저희는 <박근혜 정부 방산비리 척결, 말뿐인 추악함>이라는 기사에서 방위산업과 연관된 숱한 비리 의혹의 실태를 다뤘습니다. 또한 부패 척결의 의지가 없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5주기에 돌아보는 국가 안보>라는 기사를 통해서는 군사력 증강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이 정말로 우리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납품비리로 통영함에 어군탐지기보다 못한 장비가 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장비 납품비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해군 간부들에 대해 검찰이 징역 3년 6월에서 징역 12년 등 중형을 구형했다는 보도가 오늘 나왔습니다.

 

군납 비리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행방이 묘연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때문에 세월호 사고의 진상조차 규명하지 못하는 정권이 과연 방산비리를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에 방산비리 척결을 강조한 이후 합수단은 검사 18명과 군검찰관 9명을 포함해 총 117명의 규모로 운영됐습니다. 군 창설 이후 최대의 방산비리 수사 규모를 자랑했는데요, 방산비리에 연루된 국방 관련 사업 규모가 총 9809억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쏟아부은 혈세가 24조 원에 달합니다. 자원외교로 날린 돈이 40조 원이 넘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합수단의 조사 결과 방산비리로 날린 혈세는 1조 원도 채 안 되니 대한민국 군이 그간 참 깨끗하게(?) 운영되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방산비리 수사가 변죽을 울리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었다고 보는 편이 맞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 목함지뢰 두세 발이 남북 간 전쟁 위기 상황을 야기한 상황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대한민국 군의 설명을 그대로 따른다면 막대한 국방예산을 쏟아부어도 GP 내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고, 목함지뢰를 매설하러 내려오는 북한군에 대해 적절한 대응조차 못하는 꼴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목함지뢰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 것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무기가 아니라 평화를 지향하는 의지라는 사실을 천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생각비행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23] 우리 세금을 무기 대신 복지에>라는 기사에서 "평화는 안보/평화 같은 이분법적 도식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평화와 안보는 상호보완적이고 병행적인 관계입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군축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평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앞으로 시민사회와 한국사회가 답을 낼 차례입니다"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앞서 다룬 소방공무원과 대한민국 군의 현실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우리의 세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북 화해 분위기 가운데 통일을 지향하는 지도자를 뽑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국방예산을 국민의 복지와 안전을 증진하는 비용으로 환원한다면 우리의 삶은 현저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노동개악'을 하지 않아도 관련된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후대에게 과연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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