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 주말 겨우 13시간 만에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연쇄적으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백인 범죄자들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었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0시경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인종 우월주의에 기반한 증오범죄였습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와 쇼핑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은 대형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해 20명이 죽고 26명이 다쳤습니다. 부상자는 2세 어린아이부터 82세 노인까지 무척 광범위합니다. 주말을 맞아 쇼핑몰을 찾은 가족들이 변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은 댈러스 출신의 21세 백인 남성인 패트릭 크루시우스를 체포했습니다. 그는 범행에 앞서 이번 범행을 예고하는 성명서를 온라인상에 게시했다고 하죠. 성명서에서 그는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략을 반대한다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텍사스는 애초 멕시코 땅이었고 미국이 전쟁으로 빼앗은 곳이었죠. 그렇기에 히스패닉이 많이 사는 겁니다. 침략 행위는 자기네가 해놓고선 히스패닉이 침략해온다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인종차별적 주장으로 증오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무식함이 지나쳐 화를 부른 경우라고나 할까요.


출처 - 연합뉴스


끔찍한 참상이 수습되기도 전에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또 다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기난사로 9명이 죽었습니다. 총기난사 범행을 저지른 이는 코너 베츠라는 24세 백인 남성이며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지 1분 만에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사살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소한 100발 이상의 총알을 소지했고 방탄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사망자가 9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었던 겁니다. 사살된 범인의 총에 여동생도 사망한 사실을 미루어볼 때 남매간의 갈등을 포함한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연이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즉각 애도를 표했습니다. 백악관과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모든 미국인은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단결을 호소했습니다. 그러고는 두 총기난사 사건을 야만적 공격이자 모든 인류에 대한 범죄, 악의 공격이라 규정하고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으며, 총기 구매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신원조회 법안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대량살상 가해자들이 신속히 처형될 수 있게 새로운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적절한 발언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설득력이나 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숭고한 이념을 이루기 위해 순교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르는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범인을 신속하게 처형한다 한들 범죄율이 내려갈지 의문이 드는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인 총기 자체를 그대로 두고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13시간 만에 연달아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일주일 사시에 미국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사고는 이 2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이었습니다. 나머지 2건 또한 큰 총기사고였지만 삽시간에 묻혀버릴 정도로 미국에서 총기난사는 크나큰 사회문제입니다. 올해 미국 내에서 다수가 사망한 총기난사 사건은 32건에 달합니다. 이 사건들의 사망자만 해도 125명이나 됩니다. 《USA투데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일어난 모든 총기난사 사건을 따지면 오하이오주 총기난사 사건은 251번째라고 합니다. 이를 보면 하루에 1건이 넘는 꼴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JTBC


총은 칼이나 불과는 달리 오로지 살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도구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총 그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요. 총기 규제를 바라는 수많은 미국 시민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2019년을 맞이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라는 큰 틀을 놓고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각국의 이익을 위해 셈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겨울 동안 교착 상태에 빠진 건 아닌가 싶었던 북미 관계가 신년사를 계기로 다시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출처 - 뉴스1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미국 대통령과 언제든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에 다시 공을 넘겼습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핵보유국 지위와 비핵화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각으로 1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차 때문에 하루가 걸리긴 했지만 북한과 미국 지도자가 각각 새해 첫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지를 피력한 것입니다. 긍정적 메시지 교환이 지지부진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에 신년사를 통한 관계 회복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됩니다.


그간 북미 간의 대화가 지지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단기적이고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실무급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북한은 실무선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과 통 큰 협상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한꺼번에 양보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데 대한 견제가 매우 심한 형국입니다. 이 때문에 2019년 북미 양국 모두 평화로 가는 협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다각도로 자신의 수단을 확보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연이어 던지기 위함인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일주일 후인 지난 8일 전격적으로 제4차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과 1시간가량 제2차 북미정상회담 사전 조율과 북중 관계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정상은 올해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서로 노력함과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정세안정 노력에 대한 중국의 지지 등을 재확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다 보니 양측의 교류 확대와 관계 강화도 논의되었겠죠.


출처 - 경향신문


이번 북중정상회담에 대해 앞으로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선행 메시지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보통 방중 마지막 날이나 사후에 보도하던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 사실을 보도한 것부터 이례적이었습니다. 이는 정상 국가 지도자들이 외국 방문 시 미리 공지하고 공개적으로 가는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 역시 정상 국가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편 미국이 북미 협상 교착 상태 때 매번 중국 배후설을 제기해왔기에 김 위원장의 비공개 방중이 이런 의구심을 확대했다는 관점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중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북중이 밀월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출처 - 세계일보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미국 이외에도 중국이라는 경제, 외교적 옵션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미국에 대외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중국으로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여 이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었을 겁니다. 지난해 극한으로 치달았던 미중 무역 갈등 양상을 보면 새해 벽두부터 이런 외교적 과시를 하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나쁠 게 없는 상황인 셈이죠. 미국은 이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오는 29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대북 정책의 기조를 밝힐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발표한 〈2019 국제정세전망〉 보고서는 올해 한반도 정세의 최대 변수는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선순환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북미 관계가 남북 관계를 제약하는지가 될 것이라며 한미 공조가 다시 양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탐색전을 이어갈 것이며, 북핵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모두가 대화를 원하고 있는 만큼 평화 분위기가 최소 2~3년은 지속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9년은 삼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함께 독립을 외쳤던 남과 북이 두 체제로 나뉘어 수십 년을 지냈습니다. 인류의 큰 진전은 전쟁이나 분열이 아니라 평화를 향한 발걸음에서 나타났습니다. 삼일운동의 정신은 향후 100년을 이끌어갈 국가적인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공공의 선과 자유, 정의로움, 존중 등이 이 땅에 당연한 가치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모두의 염원을 담은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걷다 보면 한반도에도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이루는 날이 찾아오겠죠. 새로운 기대와 새로운 마음으로 2019년을 맞이한 독자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2018년과 다름없이 2019년에도 생각비행은 사회에 필요한 책을 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습니다.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앞다퉈서 평양냉면을 먹으러 줄을 섰고 남북 철로가 연결되면 유럽까지 육로로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죠. 그래선지 회담 내용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이른바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한 정상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습니다. 예상보다 큰 진전이었습니다.

 

출처 - MBC

출처 - 뉴스1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입니다. 정전협정 65년 만인 올해 드디어 한국전쟁을 정식으로 끝낼 수 있는 때가 온 것이죠. 전문가들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쯤 종전선언이 이뤄질 유력한 시점으로 내다봤습니다. 평화협정 시기나 비핵화 속도 등은 미국 의회의 비준에 달려 있긴 하지만 속도가 붙을 경우 이 역시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미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핵시설 동결 상황을 언론 보도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핵시설 동결 및 비무장지대 실태 조사에 유엔의 협력을 구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번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출처 - 서울신문


판문점 선언에 따르면 남, 북, 미 3자 혹은 남, 북, 미, 중 4자 회담을 통한 종전과 평화협정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사자인 주변국들의 반응이 좋은 것도 고무적입니다. 사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과 10.4 정상선언 때에도 종전선언 합의가 있긴 했습니다.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동의했지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답을 주지 않아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5월 하순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한 평화체제로 가는 첫 관문이 될 것입니다. 북미 간에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맞교환하는 실질적인 자리가 되기 때문이죠. 여기서 비핵화 로드맵이 타결된다면 7월 말까지 북미 양측이 첫 조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6월까지 남, 북, 미, 중 간 여러 건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당사국 간 조율도 끝낼 가능성이 있기에 이르면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이 종전선언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어린 관측이 나옵니다.


출처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상당히 전향적이긴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북한이 얌전하더라도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문에는 당시 북진해야 한다던 이승만의 억지로 인해 '남한'이 빠져 있고 당사자로 '북, 미, 중'만이 있어 평화협정 참여 주체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또 이 당사자들 간 협정이 잘 이뤄져 국제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면 더는 전쟁국이 아니게 되므로 유엔사령부가 해체돼야 하고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 한미동맹 재조정 등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의회의 비준도 필요할 테니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출처 - 트위터


그렇지만 평화를 향한 초석은 이미 놓였고 이에 화답하듯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한반도로 정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3국보다 판문점 내 평화의 집이 더 대표성을 띠고 지속가능한 장소가 아니겠냐며 한번 물어본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은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금이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위한 다시없는 기회입니다. 평화를 향한 의지를 발판 삼아 핵과 전쟁 없는 대한민국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부터 탄핵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에 이어 탄핵되는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물러난 대통령은 닉슨이 유일하죠.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꾀했던 조직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된 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생각했으나 《워싱턴 포스트》의 탐사보도로 파문이 커졌죠. 연방수사국(FBI) 내부고발자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닉슨은 계속 발뺌했지만 그에 의해 해임된 존 딘 백악관 고문이 상원 워터게이트 조사위원회에서 백악관 집무실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가 있다고 증언함으로써 꼬리가 잡힙니다. 특검은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청했고 닉슨은 어쩔 수 없이 중요 내용을 삭제한 테이프를 내놓게 됩니다. 대법원은 미공개분을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결국 다시 제출된 자료에서 닉슨과 보좌관들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중앙정보국(CIA)까지 움직이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내용을 확인하게 됩니다. 탄핵 심판을 피할 수 없었던 닉슨은 결국 사임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죠.  

출처 - 서울포스트

 

그로부터 24년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퍼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성 추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습니다. 재판 초기에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죠. 하지만 르윈스키가 동료에게 성관계가 있었다고 말한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특별검사가 클린턴의 위증을 추궁합니다. 공화당 주도로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으나 상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무죄 표를 던져 탄핵안이 가결되진 않았습니다. 

 

닉슨은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고 이를 수사하려는 움직임을 권력을 동원해 방해했습니다. 반면 클린턴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문제를 일으키긴 했으나 사생활의 문제일 뿐 범죄행위로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클린턴 탄핵은 공화당 강경파가 클린턴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벌인 측면이 강했다는 겁니다.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 소추 결의 뒤 갤럽 조사에서 '탄핵 반대 68퍼센트, 탄핵 찬성 29퍼센트'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출처 - ㅍㅍㅅ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제임스 코미 전 미국 FBI 국장의 입이 열렸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지난 8일 오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코미 전 FBI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좋은 사람이다. 그를 놓아주라"라고 발언한 것을 대통령의 지시로 인식했다고 공개 증언했습니다. 그는 증언대에서 "나는 그것을 지시라고 봤다. 미국 대통령이 나와 독대하면서 (플린을 놓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나는 그것이 그가 내게서 바라는 것이라고 인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바람처럼 얘기했다곤 해도 대통령과 FBI 국장이란 관계로 독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시나 다름없는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또한 코미 전 국장은 앞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단둘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임기를 다 채우고 싶냐는 질문을 하며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당신의 충성심을 기대한다"라고 말한 것도 FBI 국장인 자신을 밑에 두려는 시도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해임된 이후 의회 공개 증언에 나서게 된 이유가 트럼프 행정부가 거짓말을 거듭해 자신과 FBI의 명예를 훼손하고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친구를 통해 증언한 내용을 기자에게 공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의도를 가지고 정보 유출을 한 행위를 시인한 것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그 옹호자들은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유출한 혐의로 코미 전 국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죠.


출처 - 뉴스1


전미 방송사와 SNS 등 존재하는 모든 매체가 생중계한 이 청문회는 미국 국민에겐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지난겨울 우리나라 국민이 박근혜와 최순실 관련 기사 하나, 뉴스 하나에 귀 기울였던 것처럼 말이죠.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 국민의 60퍼센트는 코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지 매체들도 이번 청문회에서 제임스 코미 전 국장과 FBI, 그리고 방아쇠가 된 대화 메모를 보도되도록 한 다니엘 리치먼 컬럼비아대 법학과 교수 등이 완벽히 승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대선 기간부터 러시아 스캔들을 시작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고 탄핵 위기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 사태를 묵인했던 법무부 장관 등 행정부는 패배한 셈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청문회 결과가 트럼프 탄핵론의 핵심 근거인 사법 방해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거의 최후의 보루인데요. 둘만의 대화였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증명하기가 어렵고 만약 어느 진영에서든 녹취록이 나온다 해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임명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 여부 결정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일단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증인 살해나 증거 인멸같이 명백한 사법방해는 아니더라도 그만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 법 집행기관의 수사 절차를 부정하게 방해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미연방법상 포괄적 의미의 사법방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특히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이유가 러시아 스캔들을 덮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FBI 국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부정한 의도로 그 인사권을 행사했다면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도 사법방해가 된다는 과거 판례가 있으니까요. 르윈스키 성 추문에 휘말렸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도 이 사법방해를 사유로 탄핵 소추를 당했죠.


출처 - 동아일보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트럼트 탄핵은 과연 가능할까요? 우선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넘어가기 위한 과반수 달성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상원에서 과반수를 얻는 것은 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만으로는 트럼프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특검 수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론이 트럼트 탄핵 쪽으로 기울더라도 실제로 탄핵 심판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작년 우리의 겨울처럼 미국 특검이 수사를 시작합니다. 트럼프가 박근혜처럼 탄핵될 것인지 수사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큰 관심사가 될 듯합니다. 애초에 트럼프는 미국이란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죠. 독재자의 후손이자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박근혜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코미 청문회 폭로가 터진 때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메모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뇌물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미국 정치판도 어떤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예단만 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죠.

 

출처 - 경향신문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권력의 힘은 십 년을 못 가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필귀정의 세상 이치를 달리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군요.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던 미국의 시대도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그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끝나가고 다변화되는 세계 정세에 맞춰 우리도 안보와 외교의 틀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박근혜나 트럼프는 둘 다 사이좋게 교도소에서 죗값을 달게 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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