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가 드디어 폐지됩니다. 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이며,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 이후 7년 만입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해당하는 형법 조항 제269조 1항, 제270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에서 헌법불합치 4명, 단순위헌 3명, 합헌 2명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날 뜻깊은 판결이 나와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출처 - JTBC


'헌법불합치'는 위헌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지만 위헌처럼 해당 법이 즉시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률의 공백에 따른 혼란과 대처를 고려해 한시적인 시간 안에 개선 입법을 하라는 판결입니다.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했습니다. 이 기한이 지나도록 개선 입법이 되지 않으면 그 법률들은 위헌 판결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무효가 됩니다.


출처 - 청와대


이번에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사라지게 될 조항은 낙태한 여성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 원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69조(자기 낙태죄)와 낙태를 도운 의사 등에게 징역 2년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70조(동의낙태죄)입니다. 수많은 여성과 여성의학과 교수들이 안 그래도 힘든 때에 이 법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았습니다. 보통 이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대결로 보곤 합니다만, 관련된 사건들을 보면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기존의 가부장적 사회와 국가 간의 대결 구도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겁니다. 생각비행도 이런 시각에서 여러 차례 낙태죄 폐지에 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출처 - 시사IN

여성 탄압의 굴레, 낙태죄 폐지하라! : https://ideas0419.com/669

혜화역 시위와 낙태죄 폐지, 여성 인권 신장 계기 되길 : https://ideas0419.com/840

낙태 여성 조사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압수수색한 경찰 : https://ideas0419.com/911

 

사실 이번 낙태죄 위헌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습니다. 7년 전 헌법 소송이 합헌으로 판결이 나기는 했지만 4:4, 문자 그대로 턱걸이 합헌이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진보하고 개인의 인권에 대한 존중이 높아지며 낙태죄라는 법은 사실상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얼미터 현안 조사에서도 남녀노소,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국민 10명 중 6명은 낙태죄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일하게 60대 이상만이 찬성과 반대가 팽팽했으나 미세하게 낙태죄 폐지 찬성의견이 높았습니다. 여성들의 시각은 어땠을까요? 낙태죄 폐지 찬성 응답 비율이 75%가 넘었습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낙태 찬성 비율이 33%에 불과했던 점을 보면 인식이 참으로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와 여성의 인권에 대한 배려와 감수성이 진보한 것입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헌법불합치냐, 단순 위헌이냐의 갈림길이었을 뿐입니다.


출처 - SBS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4명의 헌법재판관은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며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해 낙태 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태아의 생명은 여성의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죠. 다만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하여 유예를 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단순위헌 의견을 낸 3명의 헌법재판관은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임신 제1삼분기(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옹호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와 반대로 합헌 의견을 낸 2명의 헌법재판관은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우리도 태아였다"는 다소 감정적인 표현을 동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이성적으로 더 막을 방법이 없음을 드러내는 증거가 아닐까요? 종교계에서 말하는 것처럼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인데, 이건 현행법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애초에 우리나라 형법은 태아를 임산부 신체의 일부로 보거나 임산부 폭행 등 어떤 행위로 인해 태아가 사망하여도 태아의 사망만으로는 임산부에 대한 상해죄나 태아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태아는 살인죄의 객체조차 아닌 셈이죠. 그저 낙태죄에 있는 부동의낙태죄에 해당할 뿐입니다. 태아가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면 과실치사나 살인죄로 처벌해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


출처 - 뉴스1


종교계가 이야기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충분히 공감해야 하겠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잣대와 방향이 너무나 잘못 되어 있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동안 낙태죄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보다는 여성을 지배하고 협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더는 존속해서는 안 되는 악법입니다. 최근 5년간 전국 법원에서 이뤄진 낙태 관련 판결 80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여성을 고소한 사람 대부분이 그 여성을 임신시킨 남자친구 또는 남편, 또는 그 남성 측의 가족이었기 때문이죠. 특히 이혼 소송이나 양육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거나 이별을 요구하는 여자친구를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낙태죄를 악용하고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마치 불법촬영물로 여성을 협박하는 남자들처럼 낙태 사실을 소문내겠다며 낙태죄를 이용해 여성들을 협박하는 도구로 삼고 있었던 겁니다. 낙태죄에 국가와 남성의 책임이 쏙 빠져 있다는 질책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제기된 것입니다. 태아가 성인과 다름없는 생명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다면 누구보다 그 생명을 잉태한 여성을 협박하고 생명을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남성을 가장 무겁게 처벌했어야 했을 텐데 말이죠. 현재 낙태죄가 폐지되었으니 낙태 이력을 남기라고 악플을 달고 다니는 남성들은 여성을 자신들의 통제 아래에 두려는 참으로 한심한 부류일 뿐입니다. 


출처 - 한국여성민우회


녹색당은 헌재의 결정에 대한 논평에서 "여성들이 겪어온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 늦은 결정이지만, 오늘이라도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을 환영한다"며 2020년 12월까지 국회는 법개정 논의를 통해 여성의 자기결정권, 안전한 임신중지권 그리고 평등한 재생산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법개정을 해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또다시 낙태죄를 변칙적으로 존속시키려 하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각 정치세력은 2020년 총선에서 낙태죄 폐지방안에 대해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녹색당

 

낡은 시대의 법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입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적극적인 개정 입법을 시작해야 합니다. 아울러 낙태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행정적인 지원은 물론 의료계에 대한 교육과 지원 역시 필요하겠죠. 교육 현장에서도 현실적인 피임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성교육이 동반되어야 하며, 여성들에게는 임신 중단 상담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는 장소나 행정요원이 필요합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저물어갑니다. 과연 올해는 어떤 말들이 국가와 사람들 사이를 가깝게 또 멀게 만들었을까요? 송년회의 건배사처럼 2017년 한 해 있었던 '말말말'을 가볍게 한번 훑어보겠습니다.


출처 – SBS 유튜브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아마 2017년 나왔던 수많은 말 중에 단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바로 이것이라는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이 한 문장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시민들은 1년 전 추운 겨울 광장에 섰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속 한쪽엔 탄핵 표결이, 나아가 탄핵 인용이 실제로 될까? 시위를 하면서도 반신반의했죠. 그런 만큼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 이정미 재판관이 낭독한 박근혜 탄핵 심판의 주문이 주는 감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출처 – JTBC

 

“자살 임무를 맡은 로켓맨”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


하지만 2017년 전 세계적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강 대 강'이 맞붙어 불꽃 튀는 막말의 향연이 더 유명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과 미국 대학생 웜비어의 사망 그리고 무엇보다 핵미사일 발사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그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골치 아픈 한 해였습니다.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로켓맨'에 비유하며 조롱하자 북한은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폭언을 퍼부었는데요. 이 때문에 북한의 영문 성명에 들어있던 잘 쓰이지 않던 단어인 'dotard(늙다리)'가 메리엄 웹스터 사전 등에서 검색이 폭주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SBS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 허리 똑바로 펴고 있어라. 나를 주주님으로 불러라.”

“재벌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



2017년의 경제계 화두는 재벌들의 갑질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폭행 전문 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화의 3남 김동선은 자기 회사도 아닌 로펌 김앤장 회식 자리에서 만취해 남자 변소사의 뺨을 때리고,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조폭 영화인 친구의 대사 같은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는 물론이고 내가 돈 주는 너희 변호사들은 나를 주주님을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뿌리며 한화그룹의 수준을 증명했습니다. 반면 갑질에 대해 역대 가장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1월 대기업 경영진과 간담회 후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면서 조금 늦었는데 재벌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 때문에 품위가 없는 발언이었다는 비판도 있긴 했습니다만 갑질 뉴스에 분노하는 국민 대부분은 통쾌한 마음이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이 밖에도 올해의 유행어라 할 수 있는 김생민의 “스튜핏! 그뤠잇!”처럼 생활밀착적인 말들부터 여전히 망언을 일삼는 정치권의 “제가 갑철수입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 국정원으로부터 1억의 특활비를 받았다는 친박 최경환 의원의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까지 2017년 한해도 말의 스펙트럼은 넓었습니다.


하지만 올 연말 나왔던 말 중에서 영화배우 정우성이 한 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생긴 것만큼 선행과 평소 정치적 견해를 서슴없이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인데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출처 - SBS

 

“어느 순간부터 국민이 권력의 불합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정치적 발언이라는 프레임으로 발언 자체를 억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다. 나라와 관련된, 사회와 관련된 발언을 하면 '정치적 발언이 아니냐' 하고 자제시키는 것 같다. 저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제가 하는 발언이 정치적 발언이면 우리 국민 모두 정치적 발언을 서슴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관심이 바람직한 정치인을 만든다. 국민의 무관심은 이상한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맞습니다. 2018년에 우리는 더 정치적이어야 하고 더 관심을 보이고 더 과감해야겠습니다. 2017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운명의 시간이 왔다

 

2017년 3월 10일(금) 오전 11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운명의 날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일 박근혜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10일 오전 11시에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상했던 7일까지 선고 날짜가 정해지지 않고 헌재 평의가 예상외로 치열하다는 소리가 흘러나오면서 혹시 우려했던 13일 이후 선고되는 것 아니냐 하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예상 유력 날짜 가운데 하나였던 10일로 발표되었죠.

 

출처 - 연합뉴스

 

탄핵이 인용될 것인가 기각될 것인가,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지점입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볼까요? 탄핵심판 선고는 세 가지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인용, 기각, 각하가 바로 그것인데요. 일단 '각하'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절차상 하자가 있어 탄핵 청구 자체가 심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정이 각하인데요, 박근혜 측 대리인이 헌재 8인 체제하의 탄핵심판은 정당성이 없다며 각하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헌재법에 따라 8인 체제로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헌재의 결정은 인용 아니면 기각 둘 중 하나로 귀결되겠죠. 정족수는 6명입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이 국회의 탄핵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가 '인용'입니다. 인용은 탄핵이 정당하다는 판결이며 박근혜는 그 즉시 대통령직에서 파면됩니다. 그리고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됩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5월 9일이 유력한 대선일로 예측됩니다. 그사이 박근혜는 자연인 신분이 되어 특검의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의 구속 수사 대상이 될 것이 유력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기각'은 국회의 탄핵 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입니다. 헌법재판관 8명 중 3명 이상이 기각하면 인용 의견이 다수더라도 탄핵은 기각되고 박근혜는 즉각 대통령직으로 복귀합니다. 이미 식물 대통령 상태이니 올 연말 차기 대선까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겠지만, 그를 둘러싼 적폐와 부역자들은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할 것이고 검찰은 권력 앞에 꼬리를 내리고 그간의 수사를 흐지부지 종결할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헌법재판소는 방청은 물론 TV 방송 등을 통해 탄핵심판 선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10일 11시가 되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이 결정문의 요지를 읽고 이후 심판 결과인 주문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국회 소추위원의 주장과 이에 대한 박근혜 측 답변, 그에 대한 헌재의 판단 등을 중심으로 결정 이유를 밝히게 되는데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통진당 심판 사례를 비추어보면 약 3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원 일치가 아닌 경우 소수의견 역시 낭독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10일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분이라면 역사적인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볼 기회도 있습니다. 바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현장 방청입니다. 다만 헌재는 안전상의 이유로 현장 접수를 생략하고 인터넷 신청분에 대한 전자추첨 방식으로 24명의 방청객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신청 기간은 9일 오후 5시까지입니다.


출처 – 헌법재판소 블로그



헌법재판소 방청 신청 페이지 : https://www.ccourt.go.kr/cckhome/kor/event/selectAttendList.do

 

 

박근혜는 5가지 쟁점 탄핵사유를 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는 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의혹, 대기업 뇌물 의혹 등의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에 위배되는 범죄 의혹을 사유로 대한민국 국회에서 야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발의했습니다. 2016년 12월 9일,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죠. 13가지에 달하는 탄핵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 위배행위

 

.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헌법 제88조, 제89조),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 조항 위배

. 직업공무원 제도(헌법 제7조),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 평등원칙(헌법 제11조) 조항 위배

.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기본적 인권보장 의무(헌법 제10조),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2항, 제69조) 조항 위배

.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조항 위배

. 생명권 보장(헌법 제10조) 조항 위배

 

 

법률 위배행위

 

.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 모금 관련 범죄

. 롯데그룹 추가 출연금 관련 범죄

. 최순실 등에 대한 특혜 제공 관련 범죄

 - (1) 케이디코퍼레이션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2) 플레이그라운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3) 주식회사 포스코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4) 주식회사 케이티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5)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문서 유출 및 공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 관련 범죄 

 

뭔가 복잡합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사유를 5가지 쟁점으로 좁혀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 주권 위배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5가지

 

양측 대리인단은 재판부가 정리한 쟁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죠. 그리하여 헌법재판소는 17차 변론까지 이상 없이 진행했고, 박근혜 측 대리인단의 요구를 반영해 변론 종결일을 지난달 24일에서 27일로 늦춰주는 배려도 했습니다. 이제 탄핵심판 선고일이 발표된 이상 내일 탄핵 인용으로 결정 날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국정감사와 특검에서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박근혜는 헌재가 정리한 5가지 쟁점 사유 중 어떠한 것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90여 일간 숨 막히게 달려온 추운 겨울도 끝나갑니다.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헌법재판소는 그간 촛불 시민이 보여준 상식과 염원에 맞춰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금요일 저녁에 광화문 광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지난겨울 모두 수고했다고 서로 격려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이규철 특검보가 마지막 브리핑에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약 90일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활약하는 동안 이규철 특검보의 브리핑 한마디에 수많은 국민이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는 끝났지만, 더 중요한 공소유지가 남았다고 힘주어 얘기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월 27일 특검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박영수 특검팀의 대장정은 90일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1999년 특검이 처음 출범한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된 박영수 특검은 수사 기간 만료 직전인 2월 28일 17명을 무더기로 기소했습니다. 수사 기간 내 재판에 넘긴 이만 총 30명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비선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등을 구속기소하며 법대로만 해도 이렇게 잘할 수 있는 걸 그동안 왜 안 했느냐 하는 국민의 기쁨 섞인 핀잔도 많이 들었죠.


출처 - 뉴스1


특검이 불도그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져 결국 총수 구속이라는 성과를 얻어낸 박근혜―삼성 뇌물 수수 건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습니다. 박영수 특검은 마지막에 박근혜에게 5가지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면서 검찰이 적용했던 8가지 혐의와 합해 총 13개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특검은 마지막 정례 브리핑에서 박근혜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명백히 밝혔습니다. 공모혐의가 결정적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하나은행 인사 개입 혐의가 추가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고 해도 안심하긴 이릅니다. 30일을 연장해 발본색원해야 했을 박근혜 게이트를, 부역자인 황교안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면서 1차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기소한 30명의 혐의를 입증해 유죄를 끌어내야 하는데, 그 상대가 정부, 재벌, 법조계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초 엘리트 계층이라 어마어마한 변호인단을 동원할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시국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28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원래 연장됐어야 할 수사기간 30일을 더 확보했고 박영수 특검팀 유지에도 방점을 뒀습니다. 충실하고 통일성 있는 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함입니다. '특검 시즌 2'로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한편 법무부는 박영수 특검팀의 요청을 승인해 8명의 파견검사를 잔류하게 했습니다. 이로써 윤석열 수사팀장을 비롯한 8명의 파견검사가 특검팀에 남아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삼성 뇌물 건 이외에도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군요. 특검이 제대로 연장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출처 - 뉴스1


헌법재판소는 2월 28일 최종변론 후 첫 평의를 열었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이 박근혜의 헌법, 법률 위반의 중대성과 탄핵심판 결정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1시간 30분 동안 집중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2주간 평의 진행 후 선고가 났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이번 탄핵심판 선고기일로 3월 10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1919년 삼일운동은 민주공화국을 표방한 역사적 계기였습니다. 대한민국 헌범은 삼일정신을 건국이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탄핵심판은 국민의 뜻에 반하며 인정할 수도 없는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를 해주고, 역사의 근간을 뒤흔드는 왜곡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며, 1948년 건국절 논란을 야기한 세력을 단죄하는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자주, 민주, 평화를 위해 몸 바친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헌재가 잊지 말기 바랍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한민국의 앞날이 걸려 있습니다. 법이 사회 상식의 마지막 보루임을 확인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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