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일시적이지만 지구 곳곳이 깨끗해지는 이른바 '코로나의 역설'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대기가 맑아지고, 각종 동물이 사람의 활동이 뜸해진 해안이나 강, 운하에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새와 물고기가 돌아오거나 하는 등 말입니다. 대기와 물이 맑아져서 생기는 이런 반가운 모습을 보며 지구를 더 깨끗하게 만들 생각만 하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일부 인간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올림픽마저 취소될 위기에 놓인 일본은 방사능 문제에 대해 대책 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나오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처리 방안 초안을 지난 3월 발표했습니다. 2022년 여름이면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진다며 일본은 어떻게든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할 생각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증기 형태로 대기 방출하는 방안은 일반 평가 모델이 없다는 이유로 계산하지 않았고, 가장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바다 방류를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란 장치로 방사성물질 62종을 한 번 더 정화한 뒤 10~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한다는 초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지난 2017년 후쿠시마 오염수 가운데 이 장치로 정화작업을 끝낸 오염수 89만 톤을 조사해보니 80%가 넘는 75만 톤이 여전히 배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다시 한번 정화해 방출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 장치로 정화되지 않는 삼중수소량도 그렇고 정말 한 번 더 정화한들 과연 기준치 밑으로 내려갈지 의심스럽습니다. 재정화 처리 후에도 세슘137 같은 일부 방사성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고, 삼중수소량 농도를 낮춰서 천천히 방류한다고 해도 결국 바다에 내다 버리는 총량은 같기 때문에 생태계에 타격이 없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해양으로 방류할 경우 방출량과 관계없이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해안을 따라 가늘고 길게 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100조 베크렐 방출 때는 30km까지 확산한다고 하는데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요? 이 때문에 일본 어업인들과 관광업 종사자들 역시 도쿄전력의 방류 계획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가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 방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터라 문제가 심각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후쿠시마 핵발전소 문제를 제쳐놓고라도 일본의 핵 문제에 대한 인식은 대책이 없습니다. 일본은 이미 핵무기 수천 발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플루토늄 추출 공장 가동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연료 재사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발전용으로 플루토늄을 소비할 시설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데, 대체 어디서 재사용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재처리공장 사업에 드는 막대한 비용, 안전성에 대한 우려, 제한된 플루토늄 소비처 등을 고려하면 일본이 굳이 플루토늄 생산 시스템을 고수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국제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의 헌법 개정 야욕과 맞물려 핵무기 보유라는 엉뚱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죠. 보유한 플루토늄의 양과 기술력으로 보면 일본은 사실상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분류되고 있으니까요.


출처 - MBC


이런 골치 아픈 민폐 이웃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핵발전소와 관련해서는 답답합니다. 지난 12월 말 대전 도심에 있는 원자력 연구원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유출되었습니다.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물질로 평상시의 60배나 되는 양이었습니다. 조사해보니 30년 전인 1990년 허가받지 않은 관을 마음대로 설치해 오염수를 몰래 흘려낸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슘 오염수는 지난 30년간 매년 4백여 리터씩 모두 1만 5000리터 정도가 도심 하천으로 흘러나갔다는 말이 됩니다. 더 문제인 건 아무도 이 경위에 대해 설명을 못 하고 있다는 겁니다. 1990년 당시 도면에 없던 이 배수관을 당시 연구원이 임의로 설치해 운영해왔기 때문인데요. 관련자가 모두 퇴직해서 정확한 정황을 알 수 없다고 하고 현재 근무자들은 거기에 배수 탱크가 설치된 것도 오염수가 흘러나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그런데도 보수 언론들은 탈원전 비난을 위한 선동 기사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일 《조선일보》의 〈탈원전 2년만에 7조 날아갔다〉 같은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마치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가 탈원전 탓인 양 보도하여 경제적 이익과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 것처럼 가짜뉴스를 쏟아냈습니다. 한전 적자까지도 탈원전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처럼 썼지만, 아직 본격적인 탈핵은 시작도 안 했는데 한전에 어떻게 악영향을 끼쳤다는 건지 어이가 없는 기사입니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은 에너지 안전 문제는 경제적 리스크로 집어넣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출처 - 이미지투데이


지난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었습니다. 핵발전소와 허상뿐인 경제 논리에 목매어 언제까지 바다와 대기를 더럽혀야 하겠습니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경고를 생각하며 지구 차원의 안목으로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일본의 방재 능력과 재해 대처 수준을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범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가 빈번한 일본에서 정부의 신속한 대처는 물론 사회 곳곳에 비상 시 따라야 할 매뉴얼이 잘 정비되어 있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정부의 무능력,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배상 판결을 무시하고 오히려 경제 보복을 시도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이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일본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게 국민 대부분의 심정일 겁니다.


출처 - KBS


일본을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피해 상황만 봐도 그렇습니다.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이 80명을 넘고 다친 사람은 200명이 훌쩍 넘었고 주택은 1만 2000채가 넘게 침수됐습니다. 이번 태풍이 최대급 태풍이라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곤 하지만, 하기비스가 오기 전 도쿄 인근을 휩쓸고 간 다른 태풍으로 인해 수도권 지역의 정전이 곳에 따라 한 달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처럼 도쿄전력 같은 시설을 민영화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폐단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이번 하기비스 태풍이 휩쓸고 간 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폐기물의 유실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교도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田村市)에 보관돼 있던 2700여 개의 폐기물 자루가 침수됐고 이 중에 일부가 강으로 흘러갔다고 합니다. 다무라시는 강을 따라 내려가 10개의 자루를 회수했지만 실제로 몇 자루가 유실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의 전체 유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실된 자루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주변 학교나 주택가에서 긁어낸 스트론튬, 세슘 등이 들어 있는 방사성 오염토가 들어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 의하면 자루는 1세제곱미터에 공간방사선량이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 이하라고 합니다만,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외에도 이번 태풍으로 침수된 하천이 중간에 다른 강과 합류해 태평양으로 흘러간다는 겁니다. 방사성 물질인 만큼 엄중한 관리가 요구되지만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2015년 9월 간토, 도호쿠 폭우 당시 이런 방사성 폐기물 자루 439개가 유실된 적이 있는데도 엄청난 규모의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도 일본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출처 - 아사히 신문

 

다무라시는 유실된 자루에서 폐기물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아사히 신문》 기자가 포착한 현장 영상에는 이미 내용물이 빠져나가 홀쭉해진 자루들이 여러 개 포착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태풍 경로에 있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처리 시설 등에서는 오염수 누수를 알리는 경보가 총 10차례 울렸다고 하죠.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 누수를 감시하는 기기에 빗물이 유입되거나 기기 고장으로 인한 오작동 경보였다고 하는데 이 말 또한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경보 영향으로 건물 지하에서 오염수를 퍼올리는 작업이 17시간 넘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으니 실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출처 - 세계일보


예전부터 환경 단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폐기물 관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관리 방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었죠. 후쿠시마에 있는 폐기물 임시 보관소는 1300여 개이며 야적장까지 합하면 13만 7000여 곳에 달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쌓아놓기만 한 방사성 폐기물들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때는 구 소련 정부가 원전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30km 내부로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게 땅을 국유화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사고 후처리를 하고 폐기물을 모은 다음 돔을 씌워 바깥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처리했죠.

출처 - 탈핵신문

 

하지만 석관이 노후되어 방사성 물질 누출이 우려되자 새 덮개를 제작했습니다. 덮개는 설계수명 100년으로 높이 110미터, 폭 260미터, 길이 16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덮개 바닥 면적은 축구장 12개 규모이며, 사용된 철근의 양이 에펠탑 3배에 달한다고 하죠. 새 덮개는 방사능 피폭과 안전 문제로 체르노빌 핵발전소 옆에서 조립되었으며, 유압장비를 이용해 체르노빌 발전소 위로 옮겼습니다. 새 덮개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석관과 구조물 사이 틈새를 메우고, 노후 구조물을 해체하는 과정을 진행해 올해 7월 10일 드디어 가동에 들어갔죠.

 

출처 - 중앙일보

 

그러니 방사성 폐기물을 그저 자루에 담아 쌓아놓기만 했을 뿐인 일본 정부의 대처는 무려 30년 이전에 벌어진 공산국가 소련 정부만도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무능하게 대처한 것도 모자라 후쿠시마 지역 농산물을 먹어서 응원하자, 후쿠시마 주민을 복귀시키겠다, 2020 올림픽은 안전하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이는 악행까지 저지르고 있습니다. 폐기물이 담긴 자루가 얼마나 유실됐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주제에 일본 환경상은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여 전 세계의 지탄 대상이 됐습니다.


출처 - 환경일보


방사성 폐기물 유출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폐기물은 일본 하천과 태평양을 거쳐 우리나라 해역으로 유입될 수도 있습니다. 짧으면 석달, 길면 여섯 달 후에 부산, 진해, 울산, 진주 이쪽의 어패류, 갑각류, 해조류 등에 방사성 물질이 쌓이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별도 대응팀을 꾸려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폐기물과 오염수 여향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며 현재 전국 19개 지역에 설치돼 있는 방사능 감시망도 실시간 점검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미래일보

 

지난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우리 정부가 '국외방사능비상사태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원자력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성수‧김해영‧남인식‧박재호‧우원식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추혜선 의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습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공개한 제한된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번 하기비스로 인해 폐기물 유출이 현실로 드러났기에 이에 국회가 대응한 겁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WHO) 서태평양 지역총회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내년부터 WHO 집행이사국으로 내정된 우리나라는 이런 국제기구들을 통해 일본의 후쿠시마 대책에 관해 국제적인 압력을 더욱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출처 - 그린피스

출처 - KBS

 

일본의 방사성 폐기물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태풍만으로도 우리의 삶의 터전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원전의 위협 또한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의 탈원전 논의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면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입니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입니다.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면서 올림픽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주요한 대응카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의 일부 경기장이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 인접해 있는 등 안전 문제가 심히 우려됩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선수단장 회의에서 방사능 안전문제를 공식 제기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색당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이 상태로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면 선수 참가자뿐 아니라 관중들이 모두 참여하는 피폭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IOC는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꿍꿍이는 겨우 올림픽이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 7일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 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죠. 오염수 100만 톤을 희석하려면 17년에 걸쳐 깨끗한 물 7억 7000만 톤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사실상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고 오염수를 방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방사능 오염수가 후쿠시마 해안으로 흘러나오면 어업은 궤멸하고 말 것입니다. 해류를 타고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특히 옆 나라인 우리나라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숀 버니 수석은 강조했습니다.


출처 - JTBC


그린피스는 지난 1월 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의사결정의 오류, 전문성 부족, 부적합 기술 채택 등으로 제염에 실패했으며 앞으로도 제대로 처리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아베 내각은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값싼 기술만 고집하다가 제염의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러자 이제 그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에서 고위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지 못해 제염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아베 정권의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전기분해해 공기 중으로 증발시켜 해결하겠다는 어이없는 방법을 해결책이랍시고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입니다.


출처 - KBS


아울러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면 저장탱크 용량이 더는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는데 이는 오염수 방류를 설명하는 기본적 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자체가 이미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인만큼 추가로 오염수 저장소를 설치하면 해결되지만 일본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오염수 방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버니 수석의 설명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베 정권은 2031년까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반감기를 고려한다면 최소 125년은 오염수를 보관해야만 합니다.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을 공지한 것이나 다름없죠. 그렇기에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아베 내각이 오염수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다 어떻게든 몰래 태평양으로 방류하려고 한다며 국제적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출처 - MBC


제염에 실패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면 동해 쪽에 있는 우리나라 바다는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됩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규제하는 정도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죠. 현재 정화 처리되었다며 저장된 오염수도 안전치의 2만 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문제입니다.


출처 - MBC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난가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실태를 조사한 IAEA의 보고서에는 오염수가 여전히 방사능 기준치를 넘고 있으며 이런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죠. 또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방사능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체르노빌 참사 때도 그 사고의 영향과 위험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는 IAEA로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준의 보고서를 내놓은 셈입니다. IAEA는 일본이 허용치를 초과한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명백한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이며 세계적인 인권침해 문제로 대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올해 2월 처음으로 녹아내린 원자로 하나에 로봇이 들어가 잔해 중 일부를 들어 올린 바 있습니다. 로봇이나마 여기까지 들어간 건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8년 만에 처음이었죠. 하지만 방사능에 회로가 튀겨져 로봇은 잠시 후 망가졌습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당시 수많은 노동자가 피폭되었죠.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의 조사 결과는 원전 잔해에 로봇을 쓸 수 없겠다고 하는 정도뿐이었습니다. 피폭된 노동자나 후쿠시마 주민들에 대해 일본 정부는 어떤 대책이나 유감의 표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대응을 일관해온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계획하고 있다니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3일 외교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혐수 방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018년 10월 일본 측에 우리의 우려와 요청 사항을 담은 입장서를 전달하고, 양자 및 다자적 관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필요시 국제기구 및 피해가 우려되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문제는 경제보복이나 올림픽 보이콧의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하여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일입니다. 아베 정권의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 끼치는 해악이 대체 어디까지 확장될지 모르겠군요.

울산 역대 5번째 큰 지진, 원전은 과연 안전한가?

 

지난 5일 오후 8시 33분, 울산시 동구 동쪽 52킬로미터 부근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역대 5위 규모에 해당하는 지진이라고 합니다. 역대 1위가 1980년 평안북도 의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라고 하니 이번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얼마나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었는지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번 지진으로 울산은 물론 부산, 경남, 경북, 광주, 대전과 경기 지역에서는 진동을 감지했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진앙에서 가까운 울산에서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흔들렸습니다. 또한 화분이 깨지고 찬장에서 그릇이 쏟아졌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음식점, 주점에서 깜짝 놀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울산의 한 영화관은 영화 상영을 중단하고 관객을 대피하게 했습니다. 부산 해운대 신도시에서는 지진에 의한 진동 때문에 창틀이 어긋났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KNN 뉴스


대한민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신화는 번번이 흔들렸습니다. 역대 5위의 지진이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마당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는 이곳이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 지역이라는 사실입니다. 6제곱킬로미터 안에 무려 10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서울로 따지자면 여의도 2개 크기 안에 빌딩 숲 대신 원자력 발전소 10개가 들어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KNN뉴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에서 인구 7만 명의 정관 신도시는 불과 11킬로미터, 5만 5000명의 기장읍은 불과 12킬로미터 거리밖에 안 됩니다.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부산 해운대구도 21킬로미터, 부산의 중심인 부산시청까지도 불과 27킬로미터 거리밖에 안 됩니다. 울산 시청은 23킬로미터, 양산시는 2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미국 핵 규제 위원회의가 인구 중심지로부터 원자로 위치를 제한한 기준은 32~34킬로미터입니다. 지금도 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가까운데, 이번 신고리 원전 5, 6호기는 제한 기준의 8분의 1 수준인 4킬로미터 거리에 인접해 있습니다. 4킬로미터는 인류 최대의 참극인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나 통용되던 거리죠.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적용해 원전 건설을 승인한 탓에 우리나라에선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에 47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게 되었습니다. 만약 지난 5일 발생한 울산의 지진이 후쿠시마 대지진 같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뉴스를 보고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입니다. 설마 설마 하며 그냥 둘 일이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울산에 지진이 일어나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진앙과 가까운 월성 원전과 고리 원전은 물론 국내 모든 원전이 안전하게 정상적으로 운전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원전은 규모 6.5의 내진설계 덕분에 안전하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죠. 경북 경주의 중,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지진 피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지진이 나자 B급 비상발령을 내리고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고, 원자력환경공단도 재난 대응 4단계 가운데 2번째에 해당하는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상황실을 가동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정말로 안전한 걸까요?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는 지질학적 데이터로 보면 한반도에 약 400년마다 규모 7 정도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한수원이 주장하는 내진 설계 범위를 넘어버리는 강력한 지진입니다. 노후된 원전들도 문제지만 현재 한수원이 강행 중인 신 고리 5, 6호기조차 한반도에 예상되는 최대 지진 규모 7.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내진설계를 기초로 했고 해당 지역 활성 단층대의 지진 평가도 없었습니다. 바다 단층에 대한 평가는 아예 항목에 없었죠.

 

이번 울산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지진이 일어난다면 밀집해 있는 원전은 모조리 위험합니다. 만에 하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은 그 자리에서 죽는 줄도 모르고 증발하게 되고 한반도 전체가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한수원의 주장대로 원전이 정말로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전력 소비가 가장 큰 수도권에 설치하면 될 텐데 그러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원전 수도권 분산 설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에게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수도권은 인구 밀집 지역이라 대피가 어렵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킨 일을 기억하시는지요? 진실은 감출 수 없고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출처 - 녹색당


녹색당은 지진이 발생한 즉시 논평을 냈습니다. 이번 지진이 의외의 일이 아니라며 "한반도는 강진이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와 같은 판에 위치하고 있다. 지진 발생 빈도는 낮지만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규모 7.0 지진이 일어난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도 지진 발생 기록이 숱하다. 옛날 일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규모 5∼7 지진이 400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학설도 있다. 과거에 지진이 일어났고 미래에도 지진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부산~경주~울진 일대(양산단층)와 울산~경주 일대(울산단층)에, 그러니까 핵발전소 밀집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고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또한 "핵발전소는 지진이 없더라도 근심과 공포를 초래한다. 사고의 가능성보다 사고 이후 재앙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눈앞에 닥친 지진 피해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우리의 답은 탈핵일 수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핵발전소들이 규모 6.5 지진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밝혔지만,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배제할 수 없으며, 친핵세력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 특히 한 번 터지면 회복이 불가능한 일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불과 9명으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는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울산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에 찬성한 위원은 7명이다. 이제 앞으로 이들의 승인 결정은 땅보다 먼저 흔들려야 한다"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속속 핵발전소 폐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잘못된 전력수급계획에 기초한 신규 원전 건설은 취소되어야 한다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 취소 가처분 소송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전력소비 증가율을 실제와 다르게 높여 잡고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안 됐다는 주장을 무시하고 건설을 강행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조처가 잘못됐다는 얘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번 울산 지진 발생 상황에서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허술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17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 날짜를 잘못 기재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한참 늦은 문자를 지진 발생 당일인 5일이 아닌 4일이라고 표기한 채 1차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겁니다. 6분이 지나서야 5일로 정정해 문자를 재발송했지만, 실제 재난 상황이었다면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국민의 혼란만 부채질했을 사태였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20퍼센트가 쓰고 있는 3G 폰은 이런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상시로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일본은 지진이 일어나기 수 초 전에 이를 예견해서 경보를 발령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전 관리는 물론 대응을 위한 문자 하나 보내는 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지진 발생 상황에서는 대피시간이 5초만 주어져도 근거리로 피할 수 있습니다. 10초면 90퍼센트, 15초면 95퍼센트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지진 발생 후 17분이 된 시점에서 보낸 문자가 정확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다 죽고 난 다음일 겁니다.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보낸 이번 긴급재난문자는 지진이 일어났다는 내용뿐이었습니다.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집이 흔들리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나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답변이 가관입니다. 문자 발송 시 글자수 제한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전력예비율은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새 원전을 강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원전 마피아들의 잇속과 그들의 뒤를 봐주는 정권 실세들의 검은 배를 채우려는 욕망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 내진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지진이 닥친다면 대한민국이 어찌 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때입니다. 500만 명이 사라진 이후에는 너무 늦기 때문입니다.

 

 

시급한 에너지 전환,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의 내용을 중심으로 왜 우리가 에너지 전환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지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전은 원자폭탄과 일란성쌍둥이입니다. 원자폭탄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핵분열을 일시에 폭주하게 하여 ‘빵!’ 터뜨리는 거라면 원전은 천천히 터뜨리면서 열을 이용하는 설비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핵폭탄은 가진 자가 쏘고 싶은 데로 쏠 수 있지만, 원전은 본체 내장형 폭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원전 마피아는 입만 열면 원전의 안전성을 설파하지만 실상 원전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은 체르노빌 참사에 이어 세계 원전 마피아들의 행보에 다시 한 번 찬물을 끼얹었죠. 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예비 발전기가 무용지물이 되고 외부 전력마저 차단되어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노심용융 상태까지 간 후쿠시마 원전 1·2·3호기는 히로시마 원폭보다 100배 이상 되는 방사능을 유출한 채 5년이 지나도록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전의 무서움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원전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단계적 폐쇄 조치를 하기에 이릅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정부는 2010년 10월 28일 사민당―녹색당 연합 정부에 의해 2000년에 채택된 단계적 원전 폐쇄 정책을 뒤집은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죠. 메르켈 총리는 이튿날 즉각 원전의 수명 연장을 철회했습니다. 이후 5월 30일 독일 정부는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원전 폐쇄를 시행하여 2022년까지 가동 중인 원자로 17기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탈리아의 국무회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3월 29일 원전 재건설 계획을 최소 1년간 유예한다는 안건을 통과시킵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듬해인 1987년부터 20여 년간 유지해온 원전포기 정책을 철회하고, 2020년까지 총전력 수요의 25퍼센트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죠.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높아지는 반원전 기류에 저항해 2011년 6월 13일 원전건설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단행하지만 투표 참가자의 94퍼센트가 원전에 반대했습니다.


2011년 9월 28일에는 스위스 상원도 향후 20년 동안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사고 직후 이미 원전 신규 건설 프로그램을 동결한 바 있죠.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직접적 피해자인 일본은 어땠을까요? 일본은 유일한 원자폭탄의 희생국이면서도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열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라늄 농축에서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까지 핵연료 주기와 관련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축적하기에 이르렀죠. 기술 자립을 이룬 히타치와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3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원전 마피아는 일본 경제에서 압도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에서조차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일본 국민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사고 발생 한 달을 맞아 일본 도쿄에는 1만 5000명의 시민이 모여 거리행진을 벌이는 등 수만 명이 원전반대 집회에 참석했죠. 5월 7일에는 1만 5000명의 시민이 모여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고, 석 달째를 맞이한 6월 11일에는 전국 150개 지역에서 원전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원전반대 시위는 9월 19일 ‘원전에 작별을 고하는 1000만인 행동’이 주최한 메이지공원 집회에 6만여 명이 모여 거리 행진을 하면서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2011년 8월 26일 간 나오토 총리가 사퇴하고 후임 총리로 극우파적 역사관을 가진 노다 요시히코가 선출되었습니다. 노다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전범은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우파 정치인입니다. 그는 취임 후 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일본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10월 17일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일부 원전에 대해 가동을 허가해줄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고, 며칠 후에는 "정기점검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전을 내년 여름까지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합니다. 당내 반대파 의원들의 비판을 받긴 했지만 일본 원전 마피아의 힘이 민주당까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결과입니다.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자민당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원전 정책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해 여름을 원전 없이 지내는 데 성공하여 탈핵파가 힘을 받기도 했지만, 아베 총리 등장 이후 슬금슬금 원전 가동이 재개되고 원전산업이 주요 성장동력 산업으로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되었죠. 그러다 2015년 7월 아베 정부는 2030년 발전원 구성에서 원전의 비율을 20∼22%로 상정한 전력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해 8월 11일 센다이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죠.


일본이 여태껏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대형 사고를 당하고도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산업계의 요구가 크기 때문입니다.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제너럴모터스(GE)는 물론 프랑스의 아레바와도 연합을 맺은 일본의 원전 3사인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중공업, 이들은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그룹 내의 매출액 비중이 매우 큰 업체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위기를 해외 진출 기회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스리마일 원전사고가 기술 이전의 기회를 가져왔듯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전 마피아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잔뜩 기대하고서 말입니다. 한국의 이런 입장은 세계 원자력발전 시장이 계속 확대되리라는 희망적인 예상과 일본이 수출 시장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세계시장은 점점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단계적 원전 축소를 선언한 국가가 늘어났으니까요. 안전성 강화에 따라 원전 건설과 운영 비용도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죠. 또한 재생가능에너지원의 그리드 패리티(재생가능에너지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실현이 가시화함에 따라 원전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현재 에너지 체제의 주역인 화석연료 3인방입니다. 대표 선수는 석유죠! 석유 시대가 계속되리라는 믿음은 의외로 넓게 퍼져 있습니다. 바닷물이 눈에 띄게 뒤로 빠지고 있는데도 막상 닥쳐와야 ‘아∼ 이런, 이게 쓰나미구나!’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이쪽 파에 속합니다. 96퍼센트의 1차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서 연간 전체 수입액의 3분의 1을 에너지 사오는 데 쓰고 있으면서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올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상 세계적으로 이쪽 파는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외에는 미국 정도가 이에 해당할까요? 물론 미국에서조차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쪽이 많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인 주에서 말이죠. 그래도 세계 13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세계 최초로 석유산업을 시작한 나라로서 이쪽 업계의 입김이 여전히 연방정부를 지배하는 건 사실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셰일가스가 붐을 일으키면서 미국의 화석연료 사랑은 당분간 기조를 유지할 듯합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는 매장 지역이 한정된 엘리트 에너지입니다. 아쉽게도 한반도는 그 혜택을 받지 못했죠. 그 결과 우리는 해마다 약 200조 원을 에너지 수입에 사용합니다.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까요?

 


세계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을 겪은 이래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왔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1·2차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의 바탕이 된 화석연료에너지, 1950년대 핵폭탄의 부산물로 등장한 원자력에너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반열에 오른 재생가능에너지가 미래 에너지 체제의 주역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습니다.

 

이미 승부는 기울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값싼 화석연료는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일시적 공급 과잉으로 도래한 현재의 저유가 상황은 매서운 겨울 추위를 앞둔 ‘인디언 서머’일 뿐입니다. 그동안 월가의 금융자본이 버텨준 셰일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이마저 끝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겨우살이를 준비해야 하는 이 호기마저 살리지 못했습니다.


원전파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호객 행위를 벌입니다. 하지만 원전의 이런 편승은 경제성, 안전성, 폐기물 처리의 어려움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반면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퍼센트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겁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한정된 지역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엘리트 에너지가 아닙니다. 5대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에도 고르게 주어지는 자연의 혜택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현재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체제는 중앙집중형입니다. 대자본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 공급이 이루어집니다. 화석연료가 동인이 된 1·2차 산업혁명은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변화시키고, 인류로 하여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물질문명을 좇게 했습니다. 70억 명을 훌쩍 넘어선 인류는 여전히 지구를 혹사하며 자신의 터전을 황폐하게 합니다.

 

 

제레미 리프킨은 재생가능에너지와 정보통신산업이 주도하는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립니다. 소규모 분산성이라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단점이 정보통신산업에 의해 연결되어 극복되고, 에너지 대기업에 의해 독점되던 이익을 소규모 생산자에게 나누고, 집중과 관리가 아닌 분권과 협업이라는 새로운 사회의 토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 체제의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오래전부터 에너지 전환을 준비해온 덴마크나 독일처럼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 후손에게 너무 버거운 짐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러분의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모색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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