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전 6시 20분께 관악구 신림동에서 술에 취해 귀가하는 여성을 집까지 뒤쫓아 가서 집에 침입하려다 실패한 30대 남성이 오늘 구속 전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습니다.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남성의 범행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트위터와 유튜브 등 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충격으로 '여성 혐오'에 다각적인 대응이 일어나고 '미투 운동'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금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생각비행이 이런 문제의식을 내포한 《누구나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된다》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여성의 마음이 가장 치열한 전쟁터다"

이 사회는 여성들이 왜 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분석하려 하지 않으면서 페미니스트들이 태생부터 유별난 사람들인 것처럼, 마치 외계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사람들인 것처럼, 간단히 그들을 ‘혐오 세력’으로 규정하곤 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외계에서 뚝 떨어진 존재도 아니고, 어디 고립된 섬에 따로 모여 살고 있는 이방인이 아니다. 페미니스트들 역시 남성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누구나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누군가의 딸, 오누이, 여자 친구였던 여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갑자기 참여 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논쟁이 치열해졌고, 그 와중에 상처 받고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리는 동료들도 늘어갔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 사회는 페미니스트들을 단순히 ‘이기주의자’로 규정하고, 성별 대립을 ‘상호 혐오’ ‘이성 혐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론적 해석은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내적 갈등과 사건들을 생략하므로 옳지 않다. 여성주의는 지금까지 보던 세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이며, 이 과정은 수많은 혼란과 주저함, 갈등을 거치며 이루어진다.

 

현 사회에서 남성이 기득권을 쥐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성별에 관계없이 강자를 선망한다. 열렬히 여성의 편을 드는 남성은 거의 없지만, 열렬히 남성의 편을 드는 여성들이 넘쳐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혐오하는 사회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가 여성을 혐오하는 사회이다. 여성 페미니스트들조차도 자신 안에 있는 여성 혐오를 발견하고 놀라고 반성하기를 반복하는데, 어떻게 남성들이 여성 혐오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남성을 대적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꾸만 강자의 위치를 선망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려 하는 자신 안의 비겁함을 직면하고 맞서 싸우는 일이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여성들은 이 내면의 전쟁만으로도 이미 녹초가 되고 만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여성의 종속》이라는 저서에서, 여성에 대한 지배가 다른 모든 종류의 지배보다 더욱 끔찍한 것은 바로 여성의 마음을 지배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남성과 여성의 성별 싸움은 이처럼 여성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다. 남성들은 여성을 진심으로 남성의 이해관계에 동조하게 만들기 위해, 여성인 척 여성 커뮤니티에 잠입하여 여성들을 훈계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여성에게는 ‘개념녀’라는 훈장을, 그렇지 않은 여성에게는 ‘김치녀’라는 모욕을 줌으로써 여성들의 행동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조종하고 통제하려 한다.

 

여성운동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운동은 자신의 마음을 지배하려 하는 남성의 시도에 맞서 싸우는 일이며,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과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미 자기 자신과의 싸움만으로도 충분히 지친 사람들은 동료를 포용할 정신적 여유가 없다. 최근 여성들끼리 서로 상처 주는 일이 늘어난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한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난 몇 년간의 싸움으로 지쳐 있는 페미니스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커다란 일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남성으로부터 지켜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든 싸움을 한 것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82년생 김지영》 이후의 페미니즘

2018년 한 해 동안 《82년생 김지영》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았다. 고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서 이슈가 되었고, 그 후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국내에서만도 100만 부가 넘게 팔리고,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어 나갔다. 그러자 ‘82kg 김지영’이니, ‘90년생 김지훈’이니 하면서 한국 남성들의 조롱도 이어졌다. 젊은 남성들은 ‘저런 차별은 82년생들이나 겪은 거지, 더 어린 여성들은 경험한 바가 없다, 이미 성차별은 사라졌다.’라고 주장하지만 웬걸, 오히려 더 어린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조차 너무 온건하다고 주장한다.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진 《82년생 김지영》이 한국 사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페미니즘을 소수 엘리트 여성의 것에서 다수의 평범한 여성들의 것으로 변화시켰다는 사실이다. 조남주 작가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한국에서 페미니스트 작가로 가장 유명한 이는 공지영 작가였다. 이 두 페미니즘 작가 사이에는 커다란 시간차가 있었으며, 그사이 한국 사회는 참 많이 변했다. 그 변화의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페미니즘의 필요성이 엘리트 여성에게서 다수의 평범한 여성에게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고, 조남주 작가는 시의적절하게도 이 점을 잘 포착해냈다.

 

공지영 시대의 페미니스트만 보더라도 나름대로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난 고학력 엘리트 여성들이었다. 그걸 보면서 평범한 여성들은 ‘나 같은 사람이 페미니즘을 외쳐도 될까?’ 하고 주저하기도 했고, 거꾸로 엘리트 여성이라면 응당 페미니스트여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82년생 김지영》의 등장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많이 완화되었다. 어쩌면 이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를 페미니즘에 대한 평범한 여성들의 갈증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차별’이라는 것이 뭔가 대단한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두고서만 제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불편함에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이 소설이 말해준 것이다. 거기서 많은 여성은 자신들이 느끼던 막연한 고통을 설명할 언어를 찾을 수 있었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은 지극히 평범하다. 이 사회를 바꾸리라는, 혹은 남성과 동등한 지위에 올라서겠다는 야망을 가진 엘리트 여성도 아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일 뿐이다. 선거권이 일시에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부자 남성, 그다음에는 평민 남성, 그다음에는 흑인 남성, 그다음에 여성에게 주어졌듯이, 페미니즘 역시 처음에는 엘리트 여성에게만 주어졌다가 서서히 평범한 여성들에게로 확장되는 경로를 밟아나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말해주었다. 여자라고 더 잘할 필요 없다고, 그리고 성평등을 주장하기 위해서 굳이 뛰어난 성취를 거둬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바로 이 메시지에 여성들은 열광했다. 이제 평범한 여성 대중을 위한 페미니즘이 이전의 것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더 많이 논의해야 할 때이다.


《누구나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평범한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꿰뚫는다. 왜 평범한 여성들이 ‘개념녀’가 되길 포기하고 ‘이퀄리즘’(성별 불평등을 스스로의 주체적인 선택의 결과로 여기도록 만들기 위해 고안된 용어)을 비판하는지, 왜 페미니스트가 ‘탈코르셋’을 주장하며 ‘미러링’이란 방법을 동원하는지, 왜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 사회’를 거부하며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와 ‘연공서열제’를 비판하는지, 그리고 여성들이 진정한 자유를 위해 ‘여성 혐오’와 ‘여성 착취’에 왜 연대하여 맞서야 하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저자

이유주
1991년에 출생하여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늘 남성이 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에 의문을 품어 왔다. 그러다 페미니즘을 만나고 나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지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만든 사회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페미니즘의 목표라는 것을 깨닫고 페미니스트로 거듭났다. 최근 전개된 한국의 새로운 세대 여성운동을 재구성한 르포 소설 《나의 페미니즘 동아리》를 출간한 바 있고, 앞으로 꾸준히 여성운동에 참여하며 그 역사를 기록해나갈 예정이다.

 

차례

 

책을 펴내며 | 여성의 마음, 가장 치열한 전쟁터

 

1. 개념녀가 되길 포기하다
 각자내기를 하면 평등해질까?
‘개념녀’ ‘이퀄리즘’은 어떻게 신자유주의에 부역하는가?
갑옷과 코르셋의 서로 다른 기능
 왜 하필 ‘김치녀’일까?
사랑받지 못하는 남성들
 법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억압’을 느끼는 남성들
 전업주부를 질투하는 남성들
 여성의 연약함은 무기가 된 적이 없다
 나는 남성들을 더욱 몰아붙일 것이다

 

2. 피해자다움은 없다
 혜화역 시위가 메갈리아 영향권에 있다고?
미투 운동 그 이후의 한국 사회
 이기적인 여성이 사회를 진보시킨다
‘미러링’은 여자들을 변화시켰다
 공적 제도를 불신하는 여성들
 피해자다움은 없다
 누구나 그렇게, 흔들리며 페미니스트가 된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한계

 

3. 가부장제 사회에 비비탄을 쏘아 올리다
 로맨스와 범죄 사이를 넘나드는 위험한 드라마들
 미쓰백, 여성들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통해 보는 가부장제와 사교육
《82년생 김지영》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
 우리가 남이가? 네, 우리는 남입니다
 비비탄의 성공을 위하여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와 연공서열제
 여성후보 뽑기 운동만으로 될까?
자신들을 대변할 정당이 없는 것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4. 새로운 지구를 위한 상상력
‘홍대 몰카’ 피고인 안모 씨의 어머니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내적 탈코, 이제는 생존 전략이다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세대
 나라가 망할 땐 ‘암탉’이 먼저 운다?
군대는 여성 착취 위에 존재한다
 진보 남성은 왜 여성을 혐오하는가?
여자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는 남자들
 탈코르셋 운동과 제3세계
 젠더와 성별, 그리고 제3세계

 

참고 도서

저 멀리 해외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 탑승 유람선이 전복되어 큰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또다시 이런 선박 사고가 일어나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허브레아니호' 유람선을 타고 단체 관광 중이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현지 시각 지난 29일 밤 9시 15분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뒤따라오던 크루즈 선박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받힌 뒤 빠른 속도로 침몰했습니다.

 

출처 - YTN

 

탑승인원 35명 중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을 제외하면 33명 전원이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에 의하면 7명은 바로 구조되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7명은 사망했고 실종이 19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의 생사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헝가리 국영방송 MTI에 의하면 작은 유람선이 대형 크루즈 선박에 들이받힌 것이 원인으로 거론되었습니다. 당시 다리 밑 물살이 거센 가운데 일렬로 이동하던 배들이 교량 아래서 순간 왼쪽으로 밀렸고, 쫓아오던 대형 크루즈선이 교각을 피하고자 갑자기 선회하면서 앞서가던 허블레아니호를 덮치며 사고가 발생했다는 거죠. 사고 지점인 다뉴브강에는 10여 척의 배가 수시로 교행했는데 사고 직후 배들이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부다페스트 현지 교민을 인터뷰한 MBC 보도에 따르면, 배가 두 동강이 나 큰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합니다.

 


출처 - MBC

 

날씨도 문제였습니다. 사고 당일 밤 많은 비가 내려 물살이 빨랐기 때문에 피해 유람선이 빠른 속도로 운항하던 대형 선박에 추돌당해 크게 파손되면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강풍이 불면 강이라도 파도가 생기고 폭우로 유속이 빨라지면 운항하는 선장이 사고에 대처하기 힘들어집니다. 실제로 탑승객 중 한 명은 사고 지점에서 3.2km나 떠내려간 곳에서 구조되었다고 하죠. 당시 현장은 유속이 빠르고 폭우로 유량이 늘어난 상태였고 배들이 충돌하고 가라앉아 소용돌이가 곳곳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으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배에 타고 있다가 글을 올린 한 한국인 관광객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안 씌워줬다고 전했습니다. MBC와 인터뷰한 석태상 씨도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을 못 봤다고 했습니다. 전 유람선이 다 입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또한 날씨가 안 좋아도 강 수위가 크게 올라가지 않는 한 유람선 운행은 계속했다고 전했습니다. 유람선 탑승객에게 비상시 안전규칙을 설명해주지 않고 악천후에 운항을 취소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또한 폭이 좁은 강에 매일 수천 척의 선박이 무리하게 운항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선 여행업 안전가이드 규정을 근거로 여행사가 관광객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선박 전문가에 따르면 나라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사고가 난 허블레아니호 정도 크기의 작은 유람선에선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 의무는 없습니다. 이는 국내 법령도 마찬가지죠. 항공과 해운 분야는 공통된 기준을 통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관련 규정이 대동소이합니다.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허블레아니호 비치 상황과 관련 안내 여부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구명조끼가 비치조차 되어 있지 않았고 여행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선 외교부가 선박 내 비치가 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죠.

 

출처 - 연합뉴스TV

 

사고 당시 구조된 관광객은 갑판에 나와 있어 수영을 해서 빠져나온 사람이 대부분이고, 아래층에 있던 탑승객 상당수는 침몰하는 유람선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석태상 씨도 갑판에 있던 몇 분이 떨어졌고 한순간에 떠내려갔다고 했습니다. 유속이 너무 빨라서 현장에서 구조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류 쪽 다리에 큰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두 명을 받아서 앰뷸런스로 실어갔다고 하죠.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0일 "이미 조치를 취하고 있겠지만 실종자 구조, 수색 작업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가용한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서 헝가리 당국과 협력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하며 구조 인원, 장비를 최대한 빨리 투입해 사고 수습과 조치에 최선을 다하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에 소방청 구조대 2개 팀을 1차 신속대응팀으로 급파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상황관리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정부는 신속히 대응했으나 문제는 언론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전원 구조 오보를 내기도 했고, 사람이 죽었는데 유족이 받을 보험금을 운운하던 5년 전 기레기들의 행태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일부 기레기들은 이번에도 보험금 타령이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 보험 보험금 최대 1억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게다가 그 기사의 태그에는 깨알처럼 여행자보험, 헝가리, 사망자 여행자보험, 헝가리 유람선, 배상책임보험 보험금이라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었고요. 금수만도 못하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쓰는 거겠죠. 구조 활동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실종자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해도 모자랄 판국 아닙니까? 최소한의 직업윤리가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텐데 말이죠. 국민들의 노도와 같은 비판이 일자 한 시간여 만에 제목을 바꾸긴 했습니다만 태그는 그대로입니다. 사람의 목숨조차 돈으로 환산하는 저열한 기레기 근성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요.

 

출처 - 고발뉴스

 

변상욱 YTN 앵커(전 CBS 대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이 참사에 또 보험금 소식부터 쓰는 기자들은 참 답답하다. 그걸 내보내는 데스크는 원망스럽다. 더구나 두 기사를 대조해 보면 '나타났다'를 '확인됐다'로 바꿔 썼을 뿐 그대로 복사해 붙인 기사다. 그렇게 기자한들 뭘 이루겠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눈앞이 깜깜해지는 참사를 마주한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조되신 분들이 건강에 이상 없이 무사히 귀국하시길 바랍니다.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이 명확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세월호 5주기, 헝가리 유람선 참사를 보면 안전한 사회를 이루기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야: 어린이    ▸판형: 210*288    ▸발행일: 2019년 5월 28일  

▸지은이: 르노 가레타, 마리-클레르 자부아    ▸옮긴이: 김미정    ▸쪽수: 62쪽

 


티베트의 오지 마을 팅큐에서 카트만두까지

학교 가기 위한 다섯 아이의 위험천만한 여정! 


셰라브, 소남, 우르겐, 다와, 파상 다섯 아이는 네팔 북서부 돌포 지역 중에서도 고립된 작은 마을 팅큐에 삽니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어른 펨마를 따라 카트만두로 향합니다. 9일간의 위험한 여정입니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이들이 히말라야 5050미터의 산을 오르고 눈보라를 헤치고, 급류를 건너고, 비탈길에서 넘어지기도 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며 상상할 수 없는 거리를 걸어야 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에 가기 위해서죠.


《세상에서 가장 먼 학교 가는 길》은 히말라야 돌포 계곡에서 해발 4200미터에 자리한 팅큐 마을 어린이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네팔 북서부에 있는 팅큐 마을은 티베트 내륙으로 고립된 지역인데요, 거대한 바위 장벽과 높은 고도로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혹독한 기상과 지리적 여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힘겨운 삶을 꾸려 나갑니다. 문화생활은커녕 생계를 위한 목축업도 쉽지 않고 전화나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며 다른 지역과 교류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곳에서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다섯 아이가 학교를 향해 출발합니다. 아이들은 용기와 결단으로 목숨을 건 여정을 시작합니다. 누구에게 배움의 기회는 당연한 것이지만, 티베트 오지 마을 아이들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교육을 통해 더 많은 미래를 꿈꿉니다. 지금도 카트만두의 중학교가 개학할 때면 이들 다섯 아이처럼 초등학생들이 히말라야를 넘는 위험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배움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시간!

 

비영리단체 '쉬르르슈맹드레콜(Sur le chemin de l’ecole, 학교 가는 길)' 협회에서 만들어 2013년 개봉한 장편영화 〈학교 가는 길(Sur le chemin de l’ecole)〉은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영화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매번 거쳐야 하는 위험한 여정을 되짚으며 배움의 길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고립된 지역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때때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쉬르르슈맹드레콜’ 협회는 케냐에서 미얀마까지, 마다가스카르 등 전 세계로부터 도착한 새로운 26가지 이야기로 다큐 시리즈 〈학교 가는 길〉을 만들었다. 하지만 네팔 돌포 지역에 사는 다섯 명의 초등학생이 카트만두의 중학교까지 가는 이야기는 2015년 카트만두에 일어난 지진 때문에 시리즈에 담기지 못했습니다. '쉬르르슈맹드레콜' 협회는 상상을 뛰어넘는 다섯 아이의 여정을 영화를 대신해 만화 형식으로나마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학교 가는 길》은 그렇게 해서 출간되었으며, 배움을 향한 다섯 아이의 걸음걸음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기 10년 전 팅큐 마을에는 '쉬르르슈맹드레콜' 협회의 협력 기관인 '에스오에스앙팡(SOS Enfants)' 덕분에 '쿨라 마운틴 스쿨'이라는 유일한 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이 학교에서 공부한 다섯 명의 주인공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네팔어를 말하고 읽고 쓸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고 더 나은 삶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카트만두로 향했습니다. 지금도 이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많은 아이들이 카트만두로 향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학교 가는 길》은 주인공들이 위험한 상황을 이겨내는 모험 이야기라기보다는 꿈을 좇아 배움을 향해 나아가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배움은 더 나은 삶을 향한 기회이지만 대부분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학교에 다닙니다. 하지만 다섯 명의 주인공은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눈보라를 헤치고 학교로 가는 다섯 아이의 여정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배움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저자

르노 가레타

1964년 브레스트에서 태어났다. 그래픽 아트를 전공한 후 1987년부터 광고계와 음악 분야에서 일했다. 만화가로 데뷔한 작품 ‘폭스 원’ 시리즈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액션 스파이물 《인사이더》는 2001년 첫 권이 나온 후 현재까지도 시즌을 달리하며 출간 중이며, 여배우 제시카 알바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영화 판권을 사기도 했다. 2005년부터 파비앵 뉘리와 함께 12부작으로 기획된 ‘벤슨 게이트의 지배자’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 밖의 저서로 《웜업》이 있다.


마리-클레르 자부아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와 TV 다큐멘터리 수석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아이와 여성, 빈민층을 주제로 한 작업에 관심이 많다. 다큐멘터리 〈수녀들의 비밀〉(알베르 롱드르상 수상)과 〈모성: 장애 여성들의 전투〉를 제작했으며, 파스칼 플리송의 〈학교 가는 길〉(세자르상 ‘최고의 다큐멘터리’ 수상)과 질 드 마이스트르의 〈첫 번째 외침〉의 공동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 France 5에서 방영된 연작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의 시나리오와 편집, 내레이션을 맡았다. 현재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물 〈태어나다, 독립하다〉를 촬영 중이며, 이 작품은 France 4와 넷플릭스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글쓰기와 편집, 촬영을 통해 현실에 기반을 둔 인간의 역사를 섬세하게 들려주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옮긴이

김미정

이화여자대학교 불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현재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파리의 심리학 카페》 《라루스 청소년 미술사》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찾아서》 《재혼의 심리학》 《알레나의 채소밭》 《기쁨》 《고양이가 사랑한 파리》 《미니멀리즘》 《페미니즘》 《스탈린의 죽음》 등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학교 가는 길
국내도서
저자 : 르노 가레타,마리-클레르 자부아 / 김미정역
출판 : 생각비행 2019.05.28
상세보기


우리나라 핵발전소가 20세기 핵발전소 사고의 대명사인 체르노빌 사고 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지난 5월 10일, 전남 영광군 한빛 핵발전소 1호기에서 체르노빌 사고와 유사한 열 출력이라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핵발전소 시험 중 출력 통제 불능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는데 원전 및 규제당국의 늑장 대처로 핵발전정지 조처가 12시간이나 지체된 것으로 드러났죠.


출처 – 이투뉴스


지난 20일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아 이튿날 오전 원자로 특성시험을 벌이던 한빛원전 1호기에서 문제가 터졌다고 합니다. 원자로 출력을 높이기 위해 핵연료를 덮고 있는 제어봉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갑자기 보조급수폄프가 저절로 작동했습니다. 한수원은 당시 원자로 냉각재 온도 상승으로 증기발생기 수위가 올라가 모든 주급수펌프에 정지신호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는데요, 보조펌프 자동 기동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빛 1호기는 원자로 내 열 출력이 운영지침서의 제한치인 5%를 3배 이상 초과한 18%까지 치솟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원자로의 냉각재 온도는 302도까지 치솟았고 증기발생기 수위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한국일보


핵발전소 전문가들에 의하면 원자로는 저출력 상태에서 제어가 매우 어려워 자칫 출력이 폭증하는 열폭주 상태로 치닫기 쉽다고 합니다. 열 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했다면 즉각 원전을 정지시켜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참사도 마찬가지로 터빈 출력시험 중 제어봉을 조작해 무리하게 출력을 올리다가 짧은 시간에 원자로가 폭주하면서 발생했다는 걸 생각하면 한빛 1호기와 체르노빌의 차이는 안전장치가 작동했고 안 했고의 차이, 그러니까 세우는데 성공했고 실패했고의 차이밖에 없는 셈입니다.

 

출처 -JTBC

 

만약 '아차' 하는 순간 체르노빌처럼 한빛 1호기가 폭주하기 시작했다면 최악의 경우 사람들은 자기가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일이고, 전라도 일대가 증발하고, 경상도와 충청도, 그리고 수도권까지 낙진으로 2차 피해를 입었을 일입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남 얘기가 아니게 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쳤다는 겁니다.


출처 - JTBC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런 중대사고를 일반 원전 고장정지처럼 대응했다는 사실입니다. 한빛 1호기의 이상을 1시간 전에 알았으나 무리하게 가동을 강행한 겁니다. 그리고 원자로 출력 제한치 초과 등에 대해 12시간이 지나서야 공개했습니다. 원전 측이 제한치 초과 사실을 알리지 않아 규제 기관인 원안위가 상황을 파악하고 수동정지를 지시하기까지 무려 12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지역 원전 감시 기구나 주민에게 알린 시점도 이상이 발생한 지 6시간이 넘은 뒤였습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상 열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원자로 가동을 즉시 멈춰야 합니다.


출처 - 뉴스1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조사결과 이 사건 당시 조작한 사람이 무면허인 것으로 드러난 부분입니다. 당시 설비 운전자의 제어봉 조작실수로 빚어진 일이었다고 하는데요. 원래 면허자의 직접 운용 또는 감독, 지시하에 제어봉 조작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중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은 셈입니다. 결국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인재였음이 드러났습니다. 한수원은 한빛발전소장과 발전팀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해제해 사실상 자신들의 원자로 설비 운용 실수를 시인했습니다. 또한 한수원은 규제 감독 기관인 원안위에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즉시 원자로 가동 중지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아 운영 면에서든 지휘 면에서든 심각한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습니다. 원안위는 현재 특별사법경찰을 한빛원전에 투입해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특별사법경찰은 원자력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공무원이며, 과거 벌칙이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에 그쳤던 것과 달리 2017년 특사경 제도 시행 이후 긴급체포, 압수수색, 구속영장 신청 등의 수사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조사를 철저히 하려는 건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런 운영 미숙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올해 5월 재가동 승인을 내준 것 또한 규제 및 감독 기관인 원안위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체르노빌조차 무자격자 운전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운이 좋아서 참사를 면했지만 과정만 놓고 보면 체르노빌보다 더한 인재입니다. 꼬리 자르기가 아닌 원전, 한수원, 원안위까지 원전 마피아들을 완전히 도려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사건입니다.


출처 - 서울경제


인류 최악의 원전사고로 일컬어지는 체르노빌 사고가 30년도 더 된 얘기라 사고 현장 처리가 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처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돔으로 봉인한 것이 겨우 2년 전인 2017년입니다. 이 돔을 만드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렸죠. 그나마 봉인은 했으나 사고가 난 핵발전소 4호기 안에는 핵 연료가 80% 남아 있으며 돔 안에서 이제부터 해체에 들어갑니다. 이 봉인된 주변 오염 지역은 26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고, 이 지역에 사람이 다시 살려면 3000년은 넘게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시 공식적으로만 7000명이 사망했고 70만 명이 관련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런 참사가 같은 핵발전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핵발전이란 기술을 운영하는 인간, 나아가 탐욕으로 점철된 원전 마피아들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한빛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정말 탈원전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어디로 가는가?》의 저자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에너지 체제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인류는 150만 년 전 불을 사용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시작하였다. 인간의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지만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면서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서기 1년에 2억 명이던 인구는 오늘날 76억 명이 넘는 대가족으로 불어났다.


오랫동안 인류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였다. 세월이 흘러 부잣집이나 대장간에서는 연기가 적고 열량이 많은 숯을 쓰기도 했지만, 이 역시 나무를 이용한 것이다. 목재와 숯을 사용하는 바이오연료 시대는 150만 년을 이어왔다. 지금도 약 27억 명은 가정용 연료로 나무를 때고 있다.


석탄이 에너지원으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900년 전의 일이다. 석유는 1859년에 비로소 상용화되었다. 천연가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수십억 년 지구가 기르고 분해하고 압축하고 걸러서 만들어낸 화석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송하기도 편해 인류의 문명을 극적으로 발전시켰다.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무렵 약 5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석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19세기 말 약 12억 명으로 늘어난 뒤 20세기에만 5배 이상 늘었다. 오늘날 인류의 물질문명은 온전히 화석연료에 힘입은 바 크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을 내리게 한 원자폭탄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길을 열었다. 1960년대 상용화한 핵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약 5퍼센트를 차지하지만 근본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안전 문제로 이미 세 차례 원자로 용융 사고를 일으키고, 핵폐기물 처리라는 난제를 안은 채 점차 경제성마저 다른 에너지원에 뒤떨어지게 되었다.


1970년대의 두 차례 석유 파동은 화석연료가 한정된 매장 자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각국은 새로운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섰고 늘 우리 곁에서 힘을 보태주었던 풍력과 지열, 태양에너지가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화석연료의 도움으로 놀랍게 발전한 과학기술은 이런 재생가능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공해주었다.


1992년에 유엔환경회의가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이후, 당사국 정상들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이어 2015년 파리협정이라는 행동계획을 수립하였다. 파리협정에서 G7 정상들은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의 80퍼센트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21세기 안에 종식시키자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원자력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75퍼센트) 프랑스는 2026년까지 그 비중을 50퍼센트로 낮추는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두 배로 높이기로 하였다.


이렇듯 에너지 체제는 당시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변화해왔다. 21세기 현재의 에너지 체제는 화석연료와 핵에너지 중심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 체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는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변화는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에너지 체제의 전환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