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일상생활의 모습 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일은 아무래도 온라인 개학일 겁니다. 단계적인 온라인 개학 계획에 따라 이번 주 초등학생 저학년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개강과 관련해 노심초사한 보호자들이 많으셨을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돌볼 어른이 있는 집은 집에서, 여건상 가정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은 돌봄교실 등지에서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은 TV나 모니터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고, 수업이 끝나면 모바일 메신저나 통화를 통해 저학년 학생들의 보호자에게 EBS 수업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등 바쁜 일과를 보냈습니다.


출처 - 뉴시스


3학년은 e학습터 등을 활용한 원격 수업을 하고, 스마트 기기로 수업을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는 1, 2학년은 교육방송과 학습꾸러미를 활용해 수업합니다. 대학생이나 중, 고등학생과 달리 갓 입학한 초등학생들은 아무래도 돌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온라인 교육 과정에서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맞벌이 가정이거나 한부모 가정 등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 보호자들은 아이들이 온라인 교육 과정에서 뒤처지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 보호자는 온라인 학급방을 통해 일일이 출결 처리를 확인해야 해서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개학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호자의 부담이 큰 편입니다. 출퇴근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하고, 가사도 돌봐야 하고, 온라인 개학 전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지칠 대로 지쳤는데, 이제 아이들의 수업까지 일일이 챙겨야 하는 상황이니 학부모의 고충을 짐작할 만합니다. 불가항력으로 학교로 애들을 보내는 긴급 돌봄 신청 수가 한 달 새 2배 넘게 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실 먼저 개학한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라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선생님이 이름 부르면 음소거를 해제하고 '네'라고 답하고 화면을 향해 손을 들어주세요"라는 초현실적인 출석 체크가 일상이 된 상황이니까요. 코로나19 속에서 처음 시도되는 교육계의 변화라 여기저기 미숙한 부분도 드러났습니다. EBS 온라인 콘텐츠 등 영상을 시청하고 답을 하는 등 양방향 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영상이 나오지 않는 등 자잘한 문제는 부지기수였습니다. 망 과부하를 우려해 정부가 교육 영상의 화질을 SD급 이하로 만들라고 권고한 터라 영상의 질이 떨어져 UHD에 익숙한 학생들이나 선생님이 잘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영상에 잡음이 섞이는 등의 기술적인 문제 등도 빼놓을 수 없지요. 온라인 개학을 처음 시도하는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도 3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최소 3시간이 걸리다 보니 말 못 할 고충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습량이 많고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데 개학 연기로 수업 일수가 줄어 짧은 기간에 더 많은 학습량을 비대면으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과부하가 걸리긴 매한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애초 수업 자체가 불가능할 거라는 우려를 생각한다면 정말 원활하게 수업이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죠. 코로나19가 야기한 위기 상황에서 모두 힘을 모아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기적인 셈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대학은 어떨까요? 대학생들의 경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거의 폭발할 지경입니다.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조사에 의하면 대학교에서 실시 중인 온라인 강의에 대해 64.5%의 학생이 불만족을 표했습니다. 만족한다는 의견은 6.8%에 불과했죠. 대학 수업의 경우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생들 간의 의견 교환 및 토론이 필요한데, 온라인 수업이 비대면이다 보니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의 핵심입니다. 한편 학교별로 온라인 강의 사이트 서버 접속 오류가 나거나 일부 교수는 십수 년 전 동영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때우는 등 전반적인 강의 콘텐츠의 미비도 불만의 대상이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초중고처럼 동네에서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닌 대학생들의 경우 주거 문제로도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기약 없이 미뤄진 개강, 강의 변동 등으로 자취방을 미리 계약해뒀던 학생들의 경우 계약을 해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월세를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이 학생들과 학부모를 힘들게 했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던 학생들이라고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기숙사에서 강제 퇴사를 당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요. 이런 경우 학생들은 뒤늦게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거나 집으로 내려가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4년제 대학의 97%가 5월 이후에 대면 수업을 시작하거나 1학기 전체를 아예 원격수업으로 하기로 한 탓에 학생들은 개인 PC 등 교육에 필요한 장비가 없는 경우 이를 장만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전 부담을 떠안기도 했습니다. 등록금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생활비와 월세를 마련해야 했고, 알바 자리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온라인 개강으로 인한 대학생 전체의 금전적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편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대면 수업이 필수적인 강의가 갑자기 폐강되고, 토익시험이 계속 취소되고,  취업 시험마저 연기되는 탓에 졸업 요건이나 학점을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취업 준비생도 많았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측에 등록금 반환 요청을 했습니다. 전국 203개 대학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9.2%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하죠. 방법 또한 납부한 등록금을 반환하거나 환급해야 한다는 답변이 87.4%였습니다. 대학들이 내세운 장학금 지급안에 동의한 대학생은 11%에 지나지 않았죠. 학생들로서는 온라인 강의의 질이 떨어지고 도서관이나 기숙사 등 대학 시설 이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왜 비싼 등록금을 다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소송전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시사IN


코로나19가 참으로 많은 것을 뒤바꾸었습니다. 걱정도 많고 탈도 많은 온라인 개학, 개강이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초중고의 경우 교실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을 신경 쓰기 어렵지만 온라인 수업의 경우 모두가 선생님과 1:1 상황이라서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보호자가 곁에서 수업을 참관하기도 하고 옆에 친구들과 장난질할 상황도 아니니 그럴 수 있겠더군요.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학교폭력 같은 대면으로 인한 문제 발생률이 현저히 떨어져 교사들 입장에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시국에 하는 온라인 강의이다 보니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재미있는 수업이 개발되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남습니다. 교육의 불평등 문제죠.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개발했지만 극빈층의 학생들은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학교에 가면 급식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보호자의 학대나 폭력 등으로 집안 환경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이라는 상황이 극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보호자가 옆에서 얼마나 돌볼 수 있느냐가 교육의 질과 형평성과 관련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의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격차, 계급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학생들의 경우 적절한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향후 그들의 인생이 전혀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코로나19 시대에 교육계도 새로운 기준(뉴노멀)을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교육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적합한 교육일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고민할 때입니다.

'n번방 사건'의 주모자인 조주빈, 강훈을 비롯해 연루자들이 속속 붙잡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손정우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크웹에서 아동음란물 22만 건을 유통한 24세 손정우는 입에 담기도 더러운 아동 성착취 동영상을 전 세계적으로 유통하여 돈을 벌었지만, 국내법이 미비하여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치자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확연히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청원을 통해 그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게시글이 대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게 안 된다면 아동 성범죄 관련 처벌이 혹독한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생각비행에서도 이미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출처 - 시사저널

 

부끄러운 대한민국, 아동 성착취 범죄 보다 강력히 처벌하라! : https://ideas0419.tistory.com/996


뒤늦은 감이 있지만 여론을 인식했기 때문인지 법무부가 서울 고검을 통해 손정우에 대해 범죄인 인도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법원 심리를 거쳐 최종 인도 여부가 결정되면 손정우가 미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이에 따라 원래 수속 기간이 끝나는 오는 27일에도 그는 석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국 법무부 역시 손정우의 출소에 맞춰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송환을 요구해왔습니다. 미국 내에도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죠. 손정우는 지난 10월 이미 미국 법에 따라 아동음란물 광고, 아동음란물 수입, 아동음란물 배포 등 9가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아동성범죄는 미국에서 1급 살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엄벌하고 있습니다. 아동 음란물 제작 시 초범이라도 최소 징역 15년 형을 받으며 아동 음란물을 소지 혹은 밀매, 수령한 사람도 평균 8년 8개월의 실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따라 손정우가 미국에 송환되어도 아동성범죄 법률을 적용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이미 아동성범죄 관련 형을 확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법무부는 판결이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등 부분으로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록 성범죄 처벌 가능성이 작아졌다곤 하나 미국에서는 자금세탁 범죄 역시 20년 이하 징역이기 때문에 중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이는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치욕스럽게 느껴야 할 결과입니다. 남의 나라에 송환까지 해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성범죄 관련 처벌 수준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니까요. 성범죄 관련 재판은 여전히 가해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의 심각성과 형량의 차이가 더 극대화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직접적 신체 접촉만을 처벌해왔고 디지털 성범죄는 상식에 못 미치는 양형 수준으로 선고가 되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2차 가해를 입거나 피해자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법적 절차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디지털성범죄는 양형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판사의 재량에 따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처벌한다 해도 고무줄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성착취물 17건을 소지한 자에게 겨우 500만 원 벌금형을 내리거나, 33건을 소지한 자에게 선고유예를 내리는 등 중구난방입니다. 게다가 판사들은 기계적으로 감형 요소를 적용해왔습니다. 국민들이 어이없어하는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지만 초범이고 자백, 반성했으므로 감형한다"는 판결문은 그렇게 나온 것이죠. 자수를 한 것도 아니고 붙잡힌 뒤 자백했다는 게 감형의 이유가 된다니 이걸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심지어 n번방 가해자들조차 반성의 근거로 쓰고 있는 반성문과 탄원서는 인터넷에서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다고 하죠. 돈 주고 사서 이름만 바꿔서 제출하는 반성문에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처럼 법제의 미비, 사법부의 잘못된 관행 등이 맞물린 결과가 온갖 성범죄를 저질러도 내려지는 징역 1년 혹은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이 정도 상태라면 사법부와 입법부가 "성범죄 저지르다 걸려도 인생에 별로 지장 없으니 마음 놓고 저지르시오"하는 사인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n번방 사건으로 분노가 폭발한 국민들의 여론이 신경 쓰였는지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앞으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 대법원 양형위는 n번방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지금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라고 했습니다. 청소년 성폭행범에겐 징역 5~8년을 선고하라고 했는데 성착취물 제작은 그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하도록 기준을 만들겠다는 거죠. 조주빈 일당처럼 조직적으로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수십 년 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출처 - 한국성폭력상담소

 

한편 감경 사유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솜방망이 처벌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 초범, 반성문, 탄원서 등이 있죠. 현재 쟁점은 '피해 아동이 처벌을 원치 않을 때 형을 줄여줘야 하느냐'였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선 그럴 경우라도 형을 줄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5월 1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논의를 한 번 더 하고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입법부인 국회는 성범죄와 성착취를 단죄할 수 있도록 미비한 법제를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법부가 법을 근거로 하여 가해자들을 단죄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편 행정부는 제대로 된 성교육과 성범죄 근절 교육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달 초 텔레그램 n번방처럼 디스코드에서 성착취물 채널을 만든 운영자가 만 12세의 촉법소년으로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안긴 것처럼, 이제 10대는 성범죄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성교육과 성범죄 근절 교육은 지나치게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을 강조하고 있죠. 여학생에게 피해자가 되지 않기만을 가르친다는 얘깁니다. 이제는 어릴 때부터 모두에게 성범죄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육, 그리고 특히 남성에 대한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성매매와 포르노가 횡행하는 남성 중심 사회가 어떻게 성착취와 성범죄로 연결되는지, 이런 문화나 범죄에 가담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한국일보


빨간 마후라, OO양 비디오, 소라넷, 버닝썬과 정준영, 김학의 별장 성접대, 급기야 텔레그램 n번방까지 이르도록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성범죄 대처에 실패를 반복해왔습니다. 그때마다 더 착취적이고 변태적인 범죄가 일어났습니다. 이전에 일어났던 범죄를 혹독하게 단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번만큼은 일벌백계하여 우리 사회가 더는 성범죄와 성착취에 눈을 감지 않는 계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중 미니 대선이라 일컬어지는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후보가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후보를 꺾고 당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의원은 기쁨은 잠시 뒤로 하고 선거사무소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내일(4월 16일)이 세월호 6주기이니 환호와 악수는 자제해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출처 - 참여연대


제21대 총선 바로 다음 날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수많은 국민에게 크나큰 상처로 남았으며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된 사건인 세월호 참사. 현재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최선의 방역으로 세계인의 찬사를 듣는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2014년 세월호 참사의 무력감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발로에서 나온 일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와 나눈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대응을 성찰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한 탓에 304명이 숨졌다고 설명하며 이 참사가 한국인 전체에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 대응이 불투명하고 심각성을 무시하는 듯해 큰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전 정권의 일련의 참사들을 성찰한 결과 재난 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국민 고통의 최소화는 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인 동시에 전 국민의 의지가 되었다는 것이죠.


출처 - 유튜브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저력은 세월호 참사 때 느낌 다짐과 노력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나라를 물려주지 말자는 다짐과 노력이 지금의 한국을 만든 것이기에 우리는 세월호의 아이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총선 과정 중 미래통합당에서 튀어나온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들은 세월호 참사가 현재진행 중임을 일깨운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MBC


세월호 참사의 원흉이자 메르스 사태 당시 참으로 무력했던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유세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을 또다시 모욕했습니다. 경기 부천 병 지역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후보 차명진은 입에 담기도 더러운 세월호 텐트 막말을 했다가 미래통합당 후보에서 제명당하기까지 했죠. 그러나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우여곡절 끝에 총선을 완주하긴 했으나 총선 결과는 낙선이었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모욕과 막말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상식 있는 국민의 단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춘천, 철원, 화천, 양구 갑 지역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진태의 선거운동원이 세월호 참사 6주기 현수막을 훼손하다 현장에서 적발되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춘천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김진태의 선거운동원이 세월호 현수막을 면도칼로 훼손하는 행위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40대 남성 선거운동원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김진태 후보 포스터가 부착된 선거 차량에서는 면도칼로 찢어발긴 세월호 참사 6주기 현수막이 무려 27장이나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진태는 선거운동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다며 꼬리를 잘랐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선거구 개표 초반에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것으로 나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정착된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코로나19 상황의 여파로 세월호 6주기 행사는 조촐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3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고 해역을 찾아 배 위에서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바닷바람 속을 3시간 넘게 달려 노란 부표 하나로 표시된 세월호 인양 장소에서 유가족들은 오열했습니다. 자식을 잃었는데 6년이 지나도록 책임자 처벌은커녕 진상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지, 어떻게 유가족들에게 막말하는 정치인이 아직도 발붙이고 있는지 한탄했습니다.


출처 - KBS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참사의 원흉인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로 인해 진상 규명의 길에 볕이 들기를 기대합니다. 지난해 11월 2기 특조위 격인 사회적 참사 특조위와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꾸려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수사 외압과 특조위 조사 방해 의혹에 대한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들었지만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사법 처리를 피해간 김석균 해경청장 등 지휘부 11명을 기소하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 돌입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내긴 했지만 그 이후로 지지부진입니다. 박근혜 당시 청와대 등 정부 고위관계자가 얽힌 세월호 진상 은폐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가족 측은 감사원의 세월호 참사 감사보고서 축소와 옛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지시, 개입한 사실을 밝혀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중입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이 2014년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규명이 되지 않고 있죠. 민변 세월호 참사 법률 대리인단은 지난달 말 황교안의 외압 행사를 포함한 12가지 의혹에 대한 추가 수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교훈을 통해 우리는 이제 적어도 국민을 보호하는 정부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그날의 진실은 안갯속에 있고 책임자 처벌은 요원합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보낸 이 시점에 수많은 국민이 진실을 요구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 계대욱 | 오마이뉴스

출처 - KBS

출처 - 굿모닝충청

출처 - 아시아경제

 

세월호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것만이 희생자들에게 진 빚을 갚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사전투표에서 26.69%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같은 비상 정국이기 때문에 국민이 자신을 대리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시국이 시국인지라 여야 모두 마지막까지 선거판 분석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여야 모두 전체 지역구 의석 253석 가운데 25%가량인 60~70석을 접전지로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배경으로 인해 이번 총선을 '코로나 총선'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때문에 정부의 방역 대처에 대한 국내 여론과 국회 호평에 힘입어 정부 여당이 대체로 유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었죠. 잘 풀릴 경우 무난하게 단독 과반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요. KBS의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48.9%가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20%에 못 미치는 18%였습니다.


출처 - YTN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신속하고 대담한 결정으로 세계에서 찬사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덕을 본 면이 있습니다. 코로나 정국 이후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긍정 평가가 오차범위 바깥으로 부정 평가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일간으로 보면 지난 4월 10일 금요일에는 무려 57%까지 올랐습니다. 비공식 집계에서는 60%까지 나오기도 했죠. 이번 총선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평가를 가르는 코로나 총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본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지지율을 등에 업고 선거를 치른 셈입니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총선으로 세계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위기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본 중의 기본인 선거를 어떻게 투명하고 안전하게 치를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모두의 관심을 끌었던 총선이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그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입니다. 개표가 완전히 끝난 결과 민주당이 국회 절반을 훌쩍 넘는 180석을 확보함으로써 부동의 제1당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제동에 발목 잡혀 파행이 계속되었던 국회에서 개혁 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죠.

 

출처 - BBC News 코리아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일명 공수처의 설치와 검찰 개혁 추진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미래통합당의 딴지로 제동이 걸렸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등 경제 및 환경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시급했던 예산 문제나 추경안 등도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정부 여당이 주장해왔던 탄력근로제와 국제노동기구 ILO 협약 비준 등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책을 비롯한 노동 분야 정책과 부동산 정책 역시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종부세 강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됩니다. 여대야소 상황은 앞으로 대북 정책의 향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기조에 따라 북한과 개별 관광 추진,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DMZ 평화벨트 조성 등 밀려 있었던 대북 정책들을 재가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사법개혁에 속도를 올리고 그동안 추진하려 했던 공정 경제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대책 마련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준비에 본격 착수하게 될 것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번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재보선을 상당수 치를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안건 관련 재판에 넘겨진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의원이 이번 총선에 대거 출마했기 때문입니다. 출마자 중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전 자유한국당 출신은 20명, 그중 미래통합당 후보가 19명입니다. 황교안과 나경원 등 낙선한 인물들을 포함해 미래통합당의 핵심 인물들이 혐의를 받고 있죠. 이 사안이 국회법 위반으로 인정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총선 이후에도 정치권은 상당히 술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총선 전날인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폐쇄와 장벽, 각자도생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연대와 개방만이 승리의 길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 국민을 죽게 만들고 살아 있는 국민들조차 지리멸렬하게 했던 지난 박근혜 정권, 자신의 입으로 청와대는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했던 지난 정부는 사실상 존재 의미를 상실했죠. 

 

출처 - 경향신문

 

불통과 무능의 시대를 넘어 대한민국이 연대와 개방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국민이 앞장서서 정권과 국회를 창출했으니 이제는 국회가 바통을 넘겨받아 제대로 된 법안 처리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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