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되는 의원들이 과연 어떤 분들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이번 주 금, 토요일인 10~11일은 사전투표일이며, 다음 주 수요일인 15일은 본 선거일입니다. 국민의 대리인이자 지역의 일꾼으로 어떤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지 마음속으로 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역대 최다로 많은 정당 가운데 어디에 투표를 해야 할지, 우리 지역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잘 몰라 혼란을 겪고 있는 분들이라면 간단한 방법으로 '소거법'을 써보시길 권합니다. 뽑지 말아야 할 사람들부터 제하는 겁니다.


출처 - 한겨레


이번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4월 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기념일이죠. 3.1운동으로 촉발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최초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인 만큼, 적어도 친일파는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야겠죠. 인터넷 곳곳에서 이번 총선을 한일전으로 규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친일파 없는 국회만들기 노노후보 : https://nonohubo.com


부산의 시민단체들이 4.15 총선을 앞두고 친일파 없는 국회 만들기 운동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총선 예비후보자 가운데 친일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고 투표에 참여하자는 뜻에서 시작된 운동입니다. 친일 정치인 명단은 이 시민단체들이 만든 누리집인 노노후보닷컴( http://nonohubo.com )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자위대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한 분부터 '내 딸이 위안부였어도 일본을 용서했을 것'이라는 일본 바라기까지 있습니다.



출처 – 4.16연대


본 선거일인 15일 바로 다음 날인 4월 16일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은 지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참사인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날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2014년에 있었으니 올해로 6주기가 됩니다. 수백 명의 국민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참사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으면서 뻔뻔하게 이번 총선에 얼굴을 들이민 정치인들 역시 낙선 대상 후보자로 꼽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21대 총선 낙선 대상 후보자 17인 : http://416act.net/notice/91305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세월호 가족이 시민, 단체와 함께 꾸린 4.16 참사에 대응한 통합적 상설단체입니다. 4.16연대는 지난 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21대 총선 낙선 대상 후보자 17인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여기 소개된 이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화려한 핑크빛이라 보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했고, 진실을 밝히려는 조사와 수사를 방해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참사 당시 책임질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그 의무를 방기한 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수년간 희생자와 피해자를 핍박하고 모욕하기까지 했던 그야말로 인면수심의 대표 격인 자들이죠. 인명에 이렇게 무감각한 자들이 과연 살아 있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는 분이 아직도 계신가요?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4월 10일과 11일 이틀간에 걸쳐 사전투표가 시행되며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입니다. 이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같은 신분증이 있으면 가까운 사전투표소 어디서든 투표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에 들어갈 때  앞 사람과 최소 1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손을 소독하고 일회용 장갑을 끼고 기표해야 하는 등 과정이 다소 복잡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나 자신과 이웃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의 일환입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국에 치르는 이번 총선은 향후 우리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일 일뿐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의할 대리자를 뽑는 선거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뽑는 것은 최소한의 선택 조건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더 나은 우리 삶을 위해 소중한 한 표 잘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호황을 맞은 산업도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배달앱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비대면으로 맛집 음식들을 시켜서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장 유명한 배달의민족이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코로나19라는 중대한 시국에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 매일경제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1일 새로운 요금 체계인 ‘오픈서비스’를 발표했습니다. 오픈서비스는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한해 5.8%의 수수료를 받는 체계로 기존 서비스인 '오픈리스트'의 수수료 6.8%보다 1% 낮습니다. "수수료를 낮춰줬는데 뭐가 문제냐?" 할지 모르겠지만 핵심은 수수료 부과 방식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다는 겁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정률제로 체계를 개편하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고가의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그 지역 배달 주문을 독점하는 이른바 큰손 가게들의 영역을 3개로 제한하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가의 광고 상품인 오픈 서비스 영역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영세 업자들은 수수료가 낮아져 좋고,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다는 논리입니다.


출처 - 뉴시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요금 체계를 발표하자마자 이건 개악이라며 소상공인들과 소비자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픈 서비스 역시 광고 영역이긴 마찬가지이니 그 광고 영역을 넓힌다면 영세업자들끼리 무한경쟁이 붙어 오히려 광고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광고 노출을 유지하려면 광고비로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금액에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논평을 냈습니다. 말이 5.8% 인하지 부가세를 포함하면 6.38%이고 결제 대행 수수료 3.3%까지 더하면 사실상 9.32%입니다. 예전에 울트라콜로 500만 원어치를 팔았을 때 내는 수수료가 25만 3000원이었다면, 이번에 개편된 수수료 체계에서는 같은 매출이어도 내는 수수료는 46만 6000원으로 거의 2배가 되는 셈입니다.

 

출처 - MBC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 정책으로 기존보다 적은 수수료를 내는 경우는 월 매출이 155만 원 이하 점포라고 합니다. 일 매출이 5만 원도 되지 않는 점포라면 사실상 망하기 직전인 가게일 테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까스로 매장을 운영 중인 대부분의 영세한 가게들은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사실상 엄청난 폭의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고 반발합니다. 이는 결국 음식 가격의 폭등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안 그래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들로서는 이번 요금 체계 개편이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법한 상황입니다.


출처 – 애플 앱스토어


소비자들의 분노도 극에 달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아닌 배신의 민족, 게르만 민족이었다면서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탈퇴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평가 항목에 최저점인 별점 1점을 주고 탈퇴 이유로 코로나19 시국을 이용해 독점 기업의 전횡을 일삼는 서비스를 더는 쓰지 않겠다는 한줄평을 남기면서 말이죠.

 

출처 - MBC

 

예상치 않은 반응으로 궁지에 몰린 배달의민족은 급기야 사과문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말만 나열되어 있을 뿐 개편안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속셈으로 부작용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과 관련한 내용은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들은 일제히 배달의민족 사과문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죠.


출처 – 배달의명수


더불어민주당은 배달의민족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문제 해결에 나서며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특별법 입법에 나서는 한편 지자체 일부에서 시행 중인 무료 배달앱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치인 중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행보는 눈에 띕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의민족 사과문에 대해 "원상복구에 대한 언급은 없이 또 다른 이용료체제 개편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체제개편으로 인한 이익 증가(이용자의 부담 증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반발모면을 위한 임시조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현대의 기업들은 수익창출능력만큼 높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기여가 요구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촛불 하나로 국가권력을 교체할 정도로 높은 시민의식과 실천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잊지 말기 바란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출처 - 이재명 페이스북 / 위키트리

 

한편 군산시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된 공공 배달앱인 배달의명수에 전국 지자체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과 달리 이용 수수료나 광고료를 낼 필요가 없으니 업소당 월 25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고, 지자체를 통해 제작된 앱이다 보니 민간 배달앱에서는 쓸 수 없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도 결제가 가능해 소비자들 입장에선 10%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시국에 배달의민족이 이처럼 배 째라는 식으로 요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상 독점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요기요'와 '배달통' 그리고 '배달의민족'은 각기 다른 회사인 것 같지만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라는 기업이 인수한 하나의 회사입니다.

 

출처 - 이데일리

 

2019년 12월 13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크게 들썩인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배달의민족 브랜드로 배달앱 사업을 벌여온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겁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매긴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약 4조 7500억 원)에 달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M&A로 설립된 합작회사인 '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는 아시아에서 공동 사업에 나서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을 독자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합작회사가 설립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쿠팡과 국내 대형 IT 플랫폼 등의 잇따른 진출로 거센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글로벌 기업과 합작회사를 차리는 방식으로 귀결된 것이죠. 

 

출처 - 사례뉴스

 

배달의민족이 내세운 ‘국민‧민족’ 콘셉트에 호응하며 기업을 키워주었던 소비자들과 소상공인들은 배달의민족이 직접 상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합작회사 설립에 대해 누구보다 우려가 큰 사람들은 골목상권 상인들과 소비자들이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모두 한 그룹이 되니 견제가 어렵고 수수료가 오르게 될 것을 걱정한 겁니다. 국내 배달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이 사실상 한 독일기업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배달대행 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는 가맹본부·가맹점주들은 시장 내 경쟁 구도가 사라진 만큼 수수료나 광고비 인상이 이전보다 잦아질 것을 염려했습니다. 가맹점의 비용 부담 증가는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결국 배달 시장 독점에 따른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출처 - 서울경제

 

한편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시장 성공 노하우와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술력 및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나라 배달 시장의 99%를 독일 기업이 쥐고 흔들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요기요와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배달의민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자영업의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독점 기업의 탄생을 눈뜨고 앉아서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

 

언젠가부터 비싸진 음식값, 따로 책정되는 배달료 등을 우리는 편하다는 이유로 용인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된 걸까요? 배달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가 시장 참여자이고 특정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공헌한 이들입니다. 그런데 기업 가치가 높아진 결과로 생긴 이익을 주주들만 나눠 가지게 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누구의 몫이 될까요? 독점기업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최종적인 피해는 결구 소비자인 우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코로나19가 뒤바꾼 일상의 풍경이 한둘이 아닙니다만,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한 달 사이에 국제유가가 반 토막이 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배럴당 국제유가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20달러 아래로 떨어졌죠. 국제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등의 요인으로 25%나 격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초기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주도권 다툼을 하며 석유 공급을 늘려 국제유가는 계속 곤두박질쳤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아래 인포그래픽을 보시면 지난 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 127만 5000명 가운데 미국의 확진자 수가 33만 6830명으로 최고 많은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시국이다 보니 중국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6일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투명성 부족은 미국 정치의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은 중국은 세계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도하면서 특히 미국을 정면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각종 금융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현재 예측대로 1년 정도 장기화한다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3%나 감소한다는 충격적 전망을 했습니다. 미국 GDP가 –3%가 된다는 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도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는 얘기가 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 유로존은 –6%, 중국 또한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출처 - 뉴시스


이런 경제 위기 가운데 미국 셰일가스 시장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난 1일 미국 셰일 석유 채굴, 생산기업인 화이팅 석유(Whiting Petroleum)가 파산 신청을 하며 코로나19의 대혼란에 굴복한 최초의 셰일 생산업체가 됐습니다. 수요량 감소, 산유국 간의 경쟁에 뒤이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 오일, 가스 업계의 현금이 바닥나는 가운데 자금 조달 비용마저 치솟고 있어 미국 전통 에너지 업계가 줄도산의 위기 속에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미국은 하루에 약 13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입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죠. 하지만 생산량 대부분이 국내 소비를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대부분의 항공기가 운항을 중단하고 공장들도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 여파로 석유 소비량이 20%가량(200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산유국들이 1000만 배럴 수준의 감산을 한다 한들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현재 20달러 선까지 폭락한 유가는 1970년대 제1차 석유파동이 발생하기 이전 수준이라고 하죠. 물, 모래, 화학약품이 섞인 혼합액을 고액으로 분사하는 방법으로 땅속 깊이 매장된 석유를 뽑아 올리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셰일가스는 중동, 러시아 같은 산유국 수준의 채산성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현재 미국 내 석유 소비가 20~40% 감소하면서 초저가 기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생산 비용 대비 보관 비용의 상승으로 기름을 값싸게 내다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미국 켄터키주에선 갤런(3.78ℓ)당 99센트에 파는 주유소가 생기는가 하면, 오클라호마주에선 0.92센트 주유소까지 등장했다고 하죠.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요지경인 셈이죠. 미국의 3월 마지막 주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갤런당 1.99달러였는데요, 4월이 되면 1.49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16년 만에 최저치라고 하죠.

 

출처 - 개스버디

 

미국 내 최저가 주유소를 안내하는 앱인 '개스버디(GasBuddy)'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기준 미국에서 휘발유가 갤런당 2달러 미만인 곳이 전체 주의 절반이 넘었습니다. 미국 내 유가가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말까지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준수 기간을 연장한 것도 유가 수요 측면에서는 악재에 해당합니다. 전 세계 경제가 움츠러드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공급 과잉 상태로 내달리고 있고, 그 영향의 직격탄을 받는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지난달 말 로이터통신은 주요 산유국이 유가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산유국 국부펀드들이 최대 225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트럼프는 얼마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현재 원유 시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하죠. 백악관은 두 정상이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석유시장 안정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함께 감산을 유지했던 러시아로서는 결과적으로 미국 셰일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만 높아졌다는 불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국제유가가 이렇게 떨어졌다는데 우리나라 기름값은 언제 싸지나?" 하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지난 6주간 기름값은 하락세였습니다. 지난 3월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일 대비 ℓ당 5.9원 하락한 1393.03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날에는 ℓ당 1398.93원을 기록해 지난해 4월 3일(1399.91원) 이후 1년 만에 1400원대가 무너진 겁니다. 지난 3월 10일까지만 해도 1500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20일 사이 ℓ당 100원 이상 급락한 셈입니다. 이날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가격도 1199.27원으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통상 국제유가는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됩니다. 그러니까 4월 중으로는 기름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기름값이 떨어지면 소비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경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금리, 물가, 유가, 환율이 맞물려 움직이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더구나 경제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우리 경제만 호황을 누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 미국의 경기가 나빠진다면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국제유가 급락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제품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사업이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합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휘발유 제품은 대개 40~50일 전에 들여온 원유를 가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유가가 이 정도로 폭락해 버리면 비싼 값을 주고 사온 원유를 정제해서 만든 휘발유가 애초 원유 가격보다 싸지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이 봉쇄령에 가까운 조처를 한 탓에 각종 공장이 가동을 멈춰 석유를 가공해 만든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듭니다. 수출해야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으로 닥칠 경제적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출처 - 일렉트릭파워


아이러니하게도 재생에너지 업계 또한 코로나19의 불똥이 튀었습니다.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업계도 상당한 원자재 수급을 중국에서 하는데, 아시다시피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출입국이 엄격해짐에 따라 현장 인력 조달에 어려움이 크다고 합니다. 태양광 업계 역시 국내 업체들이 주력 생산하는 셀, 모듈 등의 주요 수입처가 미국과 유럽인데 이곳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국가 교역이 멈춘 상태이다 보니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더구나 규모가 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의 경우 연기되거나 지연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업계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모습입니다.

 

출처 - 동아일보

출처 - CXO 연구소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두 달 만에 주요 100개 상장사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난 3월 23일 CXO 연구소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이후 60일이 되는 지난 20일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629조 8598억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타난 지난 1월 20일의 895조 8895억 원보다 226조 296억 원 떨어진 금액에 해당합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회사 가치가 3분의 1인 29.7%가 증발한 셈입니다. 특히 지난 3월 12일 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을 선포한 이후 8일간 시가총액은 12.7%(91조 8555억 원)나 더 주저앉았습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5개 전자 기업 시가총액이 60일 동안 126조 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편 자동차는 27조 원, 금융 19조 원, 석유화학 16조 원, 정보통신 15조 원, 금속철강 13조 원, 조선 10조 원씩 각각 감소했다고 합니다. 두 달 사이 주가 역시 20개 업종 모두 하향 곡선을 그렸는데요, 팬데믹 선언 당시 유일하게 주가 상승세를 보였던 운송‧물류업마저 지난 20일에는 18.9%나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국제유가 급락 소식부터 우리나라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까지,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뜻밖에 선물한 좋은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프랑스 파리, 리옹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1년 전(왼쪽)과 지금(오른쪽)의 이탈리아 밀라노, 로마 하늘의 이산화질소 농도

 

위 사진과 설명은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의 '미래창' 블로그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원사진 자료는 네덜란드왕립기상연구소(KNMI)가 코페르니쿠스 센티널 위성을 통해 이산화질소(NO2) 변화 정도를 추적해서 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산화질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주로 나오는 오염물질인데요, 이 연구소는 2019년 3월의 월평균 농도와 올해 3월 14부터 25일까지의 공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를 비교하여 도시 봉쇄정책으로 경제활동이 감소하자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한 사실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SBS 비디오머그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지구의 풍경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코로나의 역설'을 입력해보시기 바랍니다. 놀라운 변화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정지된 모습만으로는 지구 대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실감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GIF 파일 형태로 지구 대기가 변화하는 모습을 알려주는 자료도 있습니다. 

 

출처 - 나우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공장과 자동차들이 멈춰서자 대기질이 극적인 개선을 보이고 있죠. 이맘때면 닥쳐오던 중국발 미세먼지도 작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유럽 주요국들의 경우도 앞서 본 자료처럼 대기가 깨끗해졌고요. 올해 예일대 연구팀이 발표한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 기간의 대기오염 감소와 사망률 감소 이득〉이란 논문을 보면 코로나19로 극적인 대기질 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중국에서만 약 1만 2000명의 사망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3월 30일까지 보고된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3304명을 고려하더라도 중국 내 총 사망자가 8000명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참 아이러니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군요.

 

출처 - CNN / 어린이동아 

 

심각한 공기 질로 악명 높은 인도의 수도 뉴델리가 코로나19의 여파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와 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 등이 뉴델리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는데요, 국가 봉쇄령과 함께 자동차, 비행기, 기차 등의 운행 및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대기가 맑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코로나19의 역설'을 목도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선택해야 할까요? 

 

 

앞서 재생에너지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장기적으로 저유가 때문에 재생에너지 산업이 곤두박질칠 일은 없어 보입니다. 국제 재생에너지 기구는 올해부터 태양광, 풍력 발전비용이 화석연료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럴당 유가 35달러 이하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수익률이나 안정성 면에서 석유·가스 개발 사업보다 낫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석유가 주로 수송용 연료로 쓰이는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발전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진다고 재생에너지 사업 자체가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 업계가 호소하는 문제는 저유가가 아니라 코로나19 대응으로 각국이 시행 중인 봉쇄령인 셈이죠. 예전에는 한국 경제가 고유가로 석유파동이 와 고통받았는데 이번엔 정반대로 저유가로 인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니 석유 의존 경제의 취약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어디로 가는가?》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화석연료 산업은 지금도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다.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위 기업 중 5개 기업이 석유가스회사이다.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2017년)에 따르면,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그룹과 중국석유공사CNPC가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고, 로열더치셸이 5위, 영국석유BP가 8위, 엑손모빌이 9위에 올랐다. 이들의 연 매출액은 각각 260조 원을 넘는데, 시노펙그룹은 약 359조 원의 석유와 가스를 팔았다.

19세기 말부터 사용한 전력은 중앙 집중형 대규모 산업의 대표가 되었다. 전기는 생산하고 즉시 사용하여야 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양수발전을 통해 물의 위치에너지로 저장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축전지 성능이 높아져 필요에 따라 저장 시설을 갖추기도 하지만 손실이 따른다. 생산하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효율적이다. 따라서 발전소에서 소비지까지 그리고 각 가정과 건물, 산업 시설까지 하나의 전력망으로 연결하여야 한다. 

수력발전소는 댐을 건설할 수 있는 곳에 지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도시와 떨어져 있었고, 화력발전소는 초기에 소비지 근처에 지었지만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형화하면서 오염물질을 포함한 배기가 문제가 되었고, 또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므로 도시에서 멀리 밀려났다. 원자력발전소는 무엇보다 안전 문제가 중요하므로 주민들이 적고 물이 풍부한 오지 해안을 찾아 나섰다. 내륙의 강가에 세우려면 거대한 냉각탑이 필요하였다.

주민이 적은 지역에 세우는 대형 발전소와 그 전기를 소비지로 끌어오는 송전망, 소비지에서 각 수용가로 전기를 보내는 촘촘한 배전망을 갖춘 전력 산업은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큰 산업이다. 중국의 전력회사 중국전망공사는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력이 자산과 매출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이렇게 중앙 집중화한 관리 체계의 지배를 받는 대규모 에너지 수급 체계에 기반을 둔 현대 산업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구조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

 

오늘 소개한 국제유가 급락 관련 이슈와 관련해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탄소 민주주의》 같은 책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우리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어 이동 제한이 풀리면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경제가 예전과 같은 성장 일변도로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뉴스1

 

세계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을 겪은 이래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왔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1·2차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의 바탕이 된 화석연료에너지, 1950년대 핵폭탄의 부산물로 등장한 핵에너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반열에 오른 재생가능에너지가 미래 에너지 체제의 주역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기울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코로나의 역설'을 경험한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에너지 체제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는 뉴노멀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에너지 부문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우리는 뉴노멀을 정립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방구석1열' 족이 장르물에 관심을 보이면서 좀비물, 판타지물이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중에 시장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장르물은 〈킹덤〉입니다.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에서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죠.

 

출처 - 넷플릭스

 

최근 시즌 2가 종료된 드라마 〈킹덤〉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16세기 한국 환경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 경이적인 좀비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킹덤〉은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드라마 순위 10위 안에 안착했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콘텐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출처 - 부산행

 

죽은 사람이 몸을 움직이고 돌아다니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판타지 세계에서는 '좀비(Zombi)'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에 좀비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창궐〉이나 〈킹덤〉 등 좀비가 출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잇따라 개봉되고 있죠. 애초 좀비는 중남미 카리브해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전통 신앙에서 비롯된 환상의 종족이었습니다.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도 좀비와 같은 언데드(Undead)인 드라우그(draug)라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죽어서 드라우그가 되는 사람들은 살아생전에 인색하고 탐욕스럽게 굴었거나, 이웃들한테 못된 행패를 부려 원성이 높았던 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나 노르웨이에서는 평판이 나쁜 이웃을 드라우그라고 놀리는 일도 있었다고 하죠.

 

출처 - 킹덤

 


〈킹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피를 좇습니다. 세도가들은 혈동에 집착하고, 좀비들은 살아 있는 인간의 피를 탐하죠. 핏줄에 집착하는 세도가들이 인육을 탐하는 좀비와 같은 선상에 놓이면서 이 드라마가 비판하고자 하는 바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요즘 뉴스를 통해 코로나19가 빚어낸 아비규환 같은 상황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누구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마당에 누구는 이 상황을 이용해 돈벌이에 열을 올립니다. 이런 혼란한 시국이다 보니 인간의 욕망을 근원적으로 탐구하는 〈킹덤〉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형 판타지에 세계인이 열광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함께 보면 좋을 생각비행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유럽 판타지 세계의 시작과 끝


유럽의 판타지 세계는 ‘세계인의 보물’과도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동유럽 신화, 핀란드 신화 속 수많은 이야기가 오늘날 소설, 영화, 드라마, 게임, 만화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럽의 판타지 세계는 한국 고유의 판타지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합니다. 국내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 〈어벤져스〉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토르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의 신이죠. 영국의 유명 판타지 작가인 J. R. R. 톨킨이 쓴 소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은 각 3편씩 총 6편의 영화로 제작되어 약 5조 5500억 원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출처 - asmustoys.com

 


오늘날 판타지 작품은 고대 신화 속 이야기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습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난쟁이 종족인 드워프(Dwarf)는 ‘어둠의 요정’이란 뜻으로 다크알프(Dark elf)로도 불리는데, 땅속 세상인 스바르트알바헤임(Svartalfaheimr)에 살고 있어서 햇빛을 받으면 돌로 변해버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정을 영국의 작가 톨킨은 자신의 작품에서 트롤(Troll)한테 적용했습니다. 이는 드워프인 김리가 동료인 프로도나 레골라스와 함께 원정을 떠나야 하는 설정을 감안하여 일부러 적대 진영에 속한 트롤한테 반영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죠. 드워프의 원래 특성상 김리를 포함한 반지 원정대가 햇빛을 피해 깜깜한 밤이나 동굴 속으로만 움직여야 한다면 웅장한 작품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테니까요.

 

출처 - 반지의 제왕

 


한편 유럽의 판타지 세계를 그린 국내 창작물의 놀라운 흥행성적도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출간된 《만화로 보는 그리스 신화》 시리즈는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 밖에도 한국의 수많은 젊은이가 밤을 새우며 도전하는 온라인 게임 속의 온갖 괴물(메두사, 키메라, 미노타우로스,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도 늘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조되어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계인의 보물’인 유럽의 판타지 세계를 자세히 이해한다면, 현대 문화의 흐름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유럽 판타지 세계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간추려 엮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신화, 북유럽(게르만) 신화, 켈트 신화는 물론 다소 생소한 동유럽(슬라브) 신화와 핀란드 신화까지 망라해 유럽 전 지역에서 전해지는 판타지를 폭넓게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세상의 시작, 신, 영웅, 성자, 마법사, 거인, 괴물, 요정, 정령, 유령, 사후 세계, 신비한 장소, 보물, 세상의 끝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10가지 주제로 분류하고 총 110가지 항목으로 정리했습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만으로도 유럽의 판타지 세계를 충분히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형 판타지 창작에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총 7권으로 기획된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의 네 번째 책입니다. 다양한 지역에 전승되는 신화와 전설 속 판타지 세계를 바탕으로 삼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창작되길 바라는 작가의 희망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지은이

도현신

1980년 수원에서 태어났고, 2005년 순천향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2004년부터 작가의 꿈을 꾸고, 전자책 형식의 소설 〈마지막 훈족〉 발간을 시작으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08년 출간한 인문·역사 서적 《원균과 이순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저술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 2012년 12월에 출간한 역사 서적인 《르네상스의 어둠》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2017년 9월에 출간한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전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설을 다루는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의 일환으로 한국형 판타지 창작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옛이야기에서 찾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풍부하게 수록했다. 2019년 7월에 기존 초판 내용에 빠졌던 세상의 시작, 인간의 탄생, 대홍수, 종말에 관한 항목 등 10개의 이야기를 추가하여 한국적 판타지 세계관을 풍부하게 보여주는 완전판으로 새로이 펴냈다.
2018년 5월과 2019년 3월에는 각각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과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을 출간했으며, 2020년 3월에 펴낸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은 ‘판타지 백과사전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앞으로 인도, 일본, 제3세계 등 다른 나라와 지역의 판타지 세계를 담은 백과사전을 계속 펴내는 한편 새로운 관점으로 인문·역사를 조망하는 서적도 꾸준히 출간할 예정이다.

 

 

차례

 

_책을 펴내며

 

1. 세상의 시작
001 그리스 신화의 천지개벽 | 002 그리스 신화의 티타노마키아 | 003 북유럽 신화의 천지창조 | 004 동유럽 신화의 천지창조 | 005 핀란드 신화의 천지창조 | 006 켈트 신화의 태초 설화 | 007 그 밖의 천지창조 설화 | 008 그리스 신화의 인류 탄생과 대홍수

 

2. 신들
009 그리스 신화의 최고신, 제우스 | 010 바다를 다스리는 포세이돈 | 011 제우스를 구해준 브리아레오스 | 012 그 밖의 그리스 신들 | 013 고대 동유럽의 신들 | 014 전쟁과 지혜의 신, 오딘 | 015 모든 신의 여왕, 프리그 | 016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토르 | 017 토르의 가족들 | 018 가장 오래된 게르만의 신, 티르 | 019 장난과 재앙의 트릭스터, 로키 | 020 그 밖의 북유럽 신들 | 021 켈트 신화의 신들 | 022 그 밖의 켈트 신들 | 023 벨로보그와 체르노보그 | 024 슬라브 신화의 제우스, 페룬 | 025 페룬과 티격태격하는 벨레스 | 026 풍요를 주는 태양신, 다지보그 | 027 스반테비트와 트리글라브 | 028 그 밖의 슬라브 신들 | 029 핀란드 신화의 신들

 

3. 영웅과 성자, 마법사들
030 그리스 신화 최대의 영웅, 헤라클레스 | 031 아테네인들이 사랑하는 테세우스 | 032 포세이돈의 자녀들 | 033 메두사를 죽인 페르세우스 | 034 키마이라를 해치운 벨레로폰 | 035 오딘이 직접 키운 용사, 스타르카드 | 036 북유럽 신화와 전설의 영웅들 | 037 켈트 신화의 영웅들 | 038 핀란드 신화의 주인공, 베이네뫼이넨 | 039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 040 켈트족 사회의 사제 계급, 드루이드 | 041 세르비아 전설의 영웅, 마르코 크랄리예비치 | 042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패트릭 | 043 환생을 믿은 고대 서양인들 | 044 신세계를 찾아 떠난 성자, 브렌던

 

4. 거인들
045 오토스와 에피알테스 형제 | 046 올림포스 신들과 맞붙은 거인족, 기간테스 | 047 거인 망신의 대명사, 티티오스와 안타이오스 | 048 천둥 망치에도 끄떡없는 스크리미르 | 049 최고의 마법을 보여준 우트가르드 로키 | 050 토르와 싸운 흐룽그니르 | 051 아스가르드의 성벽을 쌓아준 스미드르 | 052 황금 사과를 훔쳐간 티아지 | 053 솥을 아끼다 목숨을 잃은 거인 히미르 | 054 거인 스크림슬리와 농부의 아슬아슬한 내기 | 055 오딘에게 지혜로워지는 꿀술을 빼앗긴 수퉁 | 056 묠니르를 빼앗아간 트림 | 057 게이로드와 딸들 | 058 하염없이 소금 맷돌을 돌리는 페냐와 메냐 | 059 아일랜드 신화의 포모르족 | 060 웨일스를 지키는 전설의 거인, 브란 | 061 왕자의 아들을 데려간 거인 | 062 1만 7000대의 마차에 실린 황금을 챙긴 거인 | 063 걸어서 바다를 건넌 러시아의 거인

 

5. 괴물들
064 뱀 머리카락을 가진 괴물, 메두사 | 065 미궁 속에 갇힌 괴물, 미노타우로스 | 066 반인반마(伴人伴馬), 켄타우로스 | 067 인류 최초의 로봇, 탈로스 | 068 제우스도 감당할 수 없는 괴물, 티폰 | 069 에키드나와 티폰의 자손들 | 070 새로 변신한 여자 괴물, 하피와 세이렌 | 071 사람을 집어삼키는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 072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늑대인간 | 073 흡혈귀(뱀파이어)를 물리치는 방법 | 074 바실리스크와 코카트리스 | 075 유니콘 | 076 바다 주교와 바다 수도승, 바다뱀 | 077 로키의 자식들, 요르문간드와 펜리르 | 078 탐욕스럽고 멍청한 트롤과 오거 | 079 판타지 속 ‘약방의 감초’ 크라켄 | 080 흙으로 빚은 인조인간, 골렘 | 081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괴물들

 

6. 요정과 정령들
082 그리스·북유럽 신화의 요정, 님프와 엘프 | 083 어둠의 요정과 땅의 정령, 드워프와 그놈 | 084 브라우니, 고블린, 레프리컨 | 085 산의 정령들, 베르크묀치와 코볼드 | 086 해적 떼로 변하는 바다 정령, 블루맨 | 087 여행자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제나 | 088 슬라브 신화 속 정령들

 

7. 유령들
089 북유럽의 좀비, 드라우그 | 090 죽음을 알리는 유령, 밴시와 듀라한 | 091 프랑스·영국의 저승사자, 안쿠 | 092 실체가 없는 그림자와 같은 고스트 | 093 유럽 각지를 휩쓴 유령 군대

 

8. 사후 세계와 신비한 장소들
094 그리스 신화의 낙원, 엘리시온 | 095 갑자기 사라진 문명, 아틀란티스 | 096 최고신 오딘의 궁전, 발할라 | 097 거인들이 사는 나라, 요툰헤임 | 098 니플헤임, 무스펠헤임, 헬헤임 | 099 아일랜드 신들의 낙원, 티르 나 노그 | 100 아서왕의 ‘불멸의 섬’, 아발론 | 101 세상의 북쪽 끝, 툴레

 

9. 신비한 보물들
102 북유럽 신화의 보물들 | 103 태양신 루의 보물들 | 104 황금 사과가 나오는 신화들 | 105 《칼레발라》의 보물들 | 106 롱기누스의 창 | 107 세상에서 가장 큰 배, 만니그푸알

 

10. 세상의 끝
108 로키의 골탕으로 죽은 빛의 신, 발데르 | 109 로키에게 내린 형벌로 발생하는 지진 | 110 최후의 대전쟁, 라그나뢰크

 

_책을 닫으며
_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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