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스토킹 처벌법이 22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스토킹을 해도 10만 원 이하의 벌금 정도에 그쳤죠.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 정도밖에는 적용할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과거에는 '오죽 좋아하면 그랬겠느냐'면서 피해자를 매정한 사람으로 몰고 가기 일쑤였습니다. 스토킹으로 사람이 실제로 죽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는데도 말입니다.

 

출처 - JTBC

 

헤어지자는 말에 분을 참지 못하고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죽인 전 남자친구가 있는가 하면, 스토킹을 당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가 훈방된 바로 다음 날 해당 여성을 살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22년간 숱한 사람들이 스토킹으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신고조차 제대로 못 했습니다. 해봤자 지금까지는 10만 원 이하 벌금형이나 최대 29일까지 붙잡아두는 구류 등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여성계의 수많은 비판과 입법 요구에도 국회는 무려 22년을 스토킹과 애정 표현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입법을 미뤄왔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번에 법사위는 스토킹에 대해 '상대방이나 가족에게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 전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영상 등을 도달케 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등'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통과된 스토킹 처벌법은 이런 행위를 지속적으로 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했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을 가중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이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긴급조치를 일단 내린 뒤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법원은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 서면 경고,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구치소 유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 법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22년이 지나고서야 스토킹이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게 된 것입니다.

 

출처 - JTBC

 

22년 만에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되긴 했지만 여성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법이 통과된 날 <22년만의 스토킹처벌법 제정, 기꺼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정부 및 입법부가 여전히 스토킹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한국여성의전화

 

스토킹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는지입니다. 이를 지속하면 스토킹 범죄가 됩니다. 그런데 여성계는 이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지적합니다. 피해자가 얼마나 거부하고 거절했는지를 입증해내야 하고,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낀 이유가 뭔지와 관련해 논란이 많을 거라는 얘깁니다. 최근 벌어진 스토킹 범죄들을 보면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충분히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법원이 잠정조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긴 하지만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이 빠진 점도 미비한 부분으로 지적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피해자가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가해자의 추가적인 협박에 의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거나 보복에 대한 우려로 취하한다면 오히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100m 접근금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남성이 여성을 스토킹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인데, 성별에 따른 달리기 속도를 생각하면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피해자들은 스토킹에 시달려 생계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 대책은 이번 법안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던 여성가족부는 관련 연구조차 마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계는 정부 및 입법부가 스토킹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출처 - KBS

 

여성의전화는 논평에서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과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고작 이런 누더기 스토킹 처벌법을 얻기 위해 2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KBS

 

2019년 5월 22일 KBS는 <여성 살인 사건 30%에는 ‘스토킹’ 있었다…판결문 381건 분석>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KBS 사회부 이슈팀이 2018년 전국 1심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하여 보도한 내용입니다. (전체 기사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기사 내용을 보면 사건 유형은 살인 131건, 살인미수 241건, 살인 예비 8건, 살인교사 1건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 중 범행 전 스토킹 또는 스토킹 의심 현상이 나타난 비중은 무려 30%였다고 합니다.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 159건 가운데 48건(확실 34건· 의심 14건)이 이에 해당했으니까요.

 

출처 - KBS

순전히 남성이 스토킹 피해자인 경우는 전체 381건 가운데 2건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토킹 현상이 포착된 56건을 대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석했더니 스토킹 가해자는 전 남자친구가 24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혼 소송 중인 경우를 포함해 현 남편이 10건, 현 남자친구 8건, 전 남편이 3건 순이었습니다. 

 

출처 - KBS

 

KBS 사회부 이슈팀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주된 범죄 양태는 거의 유사했다고 합니다.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1)이별 통보를 받고 2)이를 거부한 뒤 3)스토킹을 하다 4)살인이나 살인 미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더욱 최근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가 2020년 상담통계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를 보면 스토킹의 89.2%가 아는 사이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전 애인 36.5%, 전 배우자 13.5%, 직장관계자 12.3%, 그 외 26.9%였습니다. 여성 살인 사건 30%에 '스토킹'이 있다는 사실과 이 대부분이 아는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여성폭력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등이 미비한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2면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은 정부와 입법부가 얼마나 여성폭력에 대해 협소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입니다. 여성계의 요구대로 엄중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을 보장하는 제대로 된 스토킹 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즉시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아울러 스토킹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3월 16일 미국에서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큰 충격을 남겼습니다. 20대 백인 남성이 오후 식료품점에 들어가 총을 난사했는데 아시아계 미국인 6명과 경찰 등 총 10명이 총에 맞고 숨졌습니다. 사망한 아시아계 미국인 6명 중 4명이 한국계 여성이라 우리나라에서도 총격 사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찰은 중무장한 총격범과 몇 시간의 대치 끝에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했습니다. 용의자는 다리에 총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데 경찰은 용의자에게 10건의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라고 하죠.

 

출처 - BBC

 

코로나19 이후로 급증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어서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과반이 아시아계라는 데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경찰은 처음에 인종적인 동기로 총기 난사를 했는지 판단을 유보하고 있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했을 때도 곧잘 개인의 일탈이지 인종적인 문제가 아니라며 회피한 적이 많아서인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미국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의하면 미국 내 16개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 범죄가 149%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전체적인 혐오 범죄가 7% 정도 감소했던 것을 생각하면 콕 찍어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와 공격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뉴욕의 경우 1년 새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833%까지 치솟았다고 하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미국 내 반지성주의와 만나 퍼뜨린 가짜뉴스로 인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가 터져 나온 것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한국계를 포함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각지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대한 반대 시위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에서도 아시아계 여성이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증오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뉴욕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린 아시아계 미국인 집회에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 중이었던 그 여성은 갑자기 다가온 한 남성에게 팻말을 찢겼습니다. 팻말을 찢어 쓰레기통에 넣은 남성은 여성이 항의하자 얼굴을 수차례 가격하고 도주했습니다. 이튿날 체포된 남성은 흑인이었습니다. 인종차별을 당해온 사람들로서 연대할 만도 하건만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에 동참한 아시아인들에게 돌아온 현실은 더욱 안타까운 지경입니다. 이밖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는 백인, 흑인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어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출처 -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인지했다고 했으며,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미국 부통령이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에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하며 이번 사건이 모두를 얼마나 놀라게 하고 분노케 했는지를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발표했습니다.

 

출처 - 뉴스1/AP

 

이번 사건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의회가 총기 규제 강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23일 백악관 연설에서 공격용 무기 및 대용량 탄창 금지를 위한 입법을 촉구하고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그간 무장할 권리를 규정한 수정 헌법 제2조를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수주의자들은 이런 요구에 반대해왔습니다. 이미 수백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미국 사회는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콜로라도주는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12년 다크나이트 라이즈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 등으로 숱한 피해가 발생한 곳인데, 이번에 또 이런 사건이 일어난 셈입니다. 집계에 따르면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7번째 총기 난사 사건이라고 합니다. 2021년은 아직 4분의 1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혐오 범죄에 대한 처벌과 총기 규제,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지 못하면 미국 내에서 이런 사건은 반복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고,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의식이 고조되고 있으며, 마트에서 의약품은 못 사더라도 총은 쉽게 살 수 있는 기형적인 사회구조가 맞물려,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는 쉽게 수그러들 상황이 아닙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부터 시험대에 섰습니다. 과연 트럼프 재임 기간에 미국 사회 곳곳에서 튀어나왔던 혐오와 차별의 벽을 바이든 정부가 넘어설 수 있을까요? 이번 총격 사건으로 숨진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지난 15일 테슬라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경영진 공식 직함을 바꿨다며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CEO인 일론 머스크는 테크노킹(Technoking of Tesla), CFO(최고재무관리임원)인 잭 커크혼은 코인 마스터(Master of Coin)가 이제부터 공식 직함이라고요. 우스울 정도로 특이한 직함 변경 소식에 혹시나 가짜뉴스인가 싶었지만 진짜였습니다. 테슬라의 경영진 공식 직함 변경 관련 뉴스는 암호화폐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코인 마스터'라는 테슬라 CFO의 직함을 보면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암호화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사인으로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출처 - CNN

 

시장은 이를 호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이미 고점이라고 생각했던 5000만 원을 넘어 6000만 원, 급기야 지난 14일 오전에는 1비트코인에 70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러고는 이틀 뒤 총시가의 10%가 폭락했죠. 7000만 원짜리가 하루아침에 6000만 원으로 주저앉은 겁니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 시장의 희비가 교차하는 걸 보면 이게 도박이 아니면 대체 뭐가 도박인가 싶을 지경입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루머 하나에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괜찮은 것인가 싶어 생각이 많아집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자신은 암호화폐를 단 한 개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한 이유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주목할 만합니다. 잘 사용할 경우 투명한 거래와 보안을 보장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암호화폐라는 허상을 치워버려도 블록체인은 남는다는 얘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암호화폐가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를 촉진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고 무엇 하나 생산해내지도 못하면서 돈만 빨아들이는 줄 알았더니,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를 부른다니?' 하고 놀라시는 분도 많을 겁니다. 암호화폐가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는 이유는 실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암호화폐를 존재하게 하기 위한, 채굴하기 위한, 거래하기 위한, 이 모든 과정에 전기를 쓰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클릭 몇 번 하는 건데 무슨 전기를 그렇게 사용할까 싶으시겠지만, 사실 암호화폐는 실로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출처 - BBC

 

케임브리지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으로 인해 연간 121.36테라와트시가 소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수치만으로는 체감이 잘 안 되실 수도 있는데요, 이는 아르헨티나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넘어서는 소비량이라고 합니다. 현재 비트코인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네덜란드,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를 넘어 노르웨이와 맞먹습니다. 이런 나라들이 전기를 적게 쓰는 나라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30개국에 들어가니까요. 그러니까 비트코인은 이미 전 세계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30개국 중 한 나라 전체 사용량에 버금가는 국가급 전기를 소모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전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필요한 전력량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전기를 많이 쓰는 미국 내에서 상시 작동 대기 중인 가정용 기기가 연간 소비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리플, 이더리움 등 유명한 다른 암호화폐가 소비하는 전력까지 생각하면 '가상화폐'로 낭비되는 전력이 대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암호화폐는 고안된 방식 그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암호화폐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고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지고 어려워지죠. 이 때문에 더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합니다. 암호화폐 채굴에 사람들이 열을 올리자 전 세계 컴퓨터 부품이 암호화폐 채굴기에 쓸려 들어가는 바람에 정작 컴퓨터 부품이 필요한 곳에 원활한 공급이 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그래픽카드 같은 주요 부품의 가격 폭등으로 실물 경제가 잠식되기도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대시 뉴스 코리아

 

비트코인 채굴은 현재 중국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비용이 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중국의 전력 대부분은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전기 사용은 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하여 결국엔 기후위기를 촉진하게 됩니다.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이 인류에게 알려진 다른 어떤 방법보다 거래당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고 경고했습니다. 2018년에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은 비트코인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해 수십 년 내에 지구 온도가 2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라는 전기차로 환경오염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을 널리 퍼뜨리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비트코인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기후위기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행보입니다.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암호화폐를 이대로 둬도 되는 걸까요? 경제는 물론 환경과 우리의 생존에도 독이 되는 이 광풍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한 상황입니다.

지난 2월 26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계류됐습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강력 범죄를 저질러 처벌의 대상이 되더라도 의사 면허에 직접적 제약이 없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며 법사위까지 온 것이었죠. 당시만 해도 민주당은 개정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3월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법안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제외되어 3월 내 통과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오는 4월에 있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 같은 중대 사안의 영향으로 민주당이 입장을 유보한 것으로 보여 여야 모두 국민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오늘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문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심지어 아파트 동대표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면허와 자격이 박탈됩니다. 국회의원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이 박탈되죠. 그런데 의사 면허증은 살인을 저지르 건 성범죄를 일으키 건 아무런 제약 없이 거의 자동으로 재교부되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취소된 의료인의 면허 재교부율이 93%에 이릅니다. 특히 2015, 2016, 2018년에는 100%였습니다. 살인으로 징역 20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의사의 본분이긴 하지만 온갖 전문직 가운데 의사 면허만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죠.

 

출처 - MBC

 

지난달 의료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건 국민의힘이 반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실형, 집행유예, 선고유예를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최대 5년간 취소하고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애초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인데 국민의힘은 약속을 뒤엎고 힘 있는 의사들 편을 들기 바빴습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90%에 달하는데도 말입니다. 국민의힘은 의사들 심기는 세밀히 살피면서 국민의 심기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는 당다운 모습입니다.

 

출처 - KBS

 

그런데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국민의힘보다 더 가관이었습니다. 자신들이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의사 총파업 등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보이콧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으니까요.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국민의 감정에 이들은 불을 제대로 질렀습니다. 사실 의료인들의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출처 - JTBC

 

지난 2015~2019년 전문직 성범죄 통계를 보면 놀랍게도 종교인을 누르고 의사가 1위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협은 성범죄로 의료 면허를 박탈하는 것을 두고 자기네가 차별을 받는 양 열을 냅니다.

 

출처 - JTBC

 

한편 뇌물을 받고 제약사가 원하는 약을 처방해서 법적 처벌을 받아도 의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의사로 행세하고 다닙니다. 4년 전 56억 규모의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이 터진 뒤 JTBC가 취재한 결과 당시 연루된 500명이 넘는 의사 중 면허가 취소되긴커녕 정지된 의사조차 없었다고 하죠. 당시 제약사 대표는 징역형을, 의사 274명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개정 전 의료법으로도 재교부는 할 수 있을지언정 일단 면허 정지가 이뤄져야 하는 건에 해당합니다. 의료업계에 이런 수십, 수백억대의 리베이트 범죄가 반복되고 있는데, 의사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에 더해 최근 문제가 불거진 유튜버들의 성형 등 병원 뒷광고까지 생각하면 의사들과 연관된 문제가 셀 수 없을 지경입니다.

 

출처 - JTBC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는 다루지도 못했습니다. 자격 없는 자에 의한 대리 수술 등이 여러 번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었고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지만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권 침해, 녹화본의 해킹 우려 같은 알량한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CCTV의 경우 의료사고를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소송에서 자기네에게 불리하게 될 상황을 우려해 극렬히 반대하는 겁니다.

 

출처 - 전자신문

출처 - 아시아경제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대해 국민의 뜻은 분명합니다. 다른 전문직과 똑같이 형평에 맞는 규칙을 지키길 바랄 뿐이죠. 의사들도 이 원칙을 지키려 한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협박까지 일삼아 가며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의료 면허를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수술실과 신생아 분만실 등에 대한 CCTV 의무화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서 상식적인 처치를 했다면 CCTV는 오히려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줄 열쇠가 될 텐데 말입니다. 그냥 평범하게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는 선택지가 머릿속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야 의원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절대다수가 바라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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