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전격적으로 사퇴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행보였습니다.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다하도록 했고, 윤 총장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요. 임기를 4개월 이상 남긴 채 윤석열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윤석열은 검찰개혁의 완성을 위한 기수로 부각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검찰총장이 되고부터 그는 검찰이란 조직에만 충성하며 검찰의 이권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숱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공정한 공권력 행사라는 미사여구는 취임 한 달만에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조국 일가족을 때려잡기 위해 무차별적인 공세를 보였으나 정작 자신의 장모와 부인의 비리 의혹에는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여 '내로남불'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검언유착 의혹에 이르면 윤 총장의 행보 자체가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임을 명확히 드러내는 증거였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렇게 철저하게 검찰 조직을 위해 움직이던 윤석열 전 총장이 이번에 직을 던진 이유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한다는 명분 때문이었습니다. 중수청은 검찰이 담당하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 기관을 말합니다. 검찰을 유지하는 알짜배기 권력을 놓기 싫었는지 윤석열은 중수청에 대해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극언을 쏟아냈습니다.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과 수사권이 그간 얼마나 많은 폐해를 낳았는지는 생각조차 안 나나 봅니다.

 

출처 - 조선일보

 

윤석열이 사퇴하자마자 보수극우 언론들은 찬양의 나팔을 불기 바빴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항하는 영웅 서사를 그리면서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밀고 있습니다. 대권 후보로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윤석열은 한동안 간을 보고 있었지만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했고 일각에선 4월 창당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보수 언론은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에 뛰어든 건 구국의 충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장해주기 바쁩니다.

 

출처 - 뉴스1

 

대부분의 언론은 현직 시절부터 정치검사 행보를 해온 윤석열에 대한 비판을 싣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총장 임기 완주와 정치적 중립에 대해 말해왔지만 결국 행동은 정반대였죠. 그런데도 언론은 중립의 의무가 있는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보다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기 바쁜 상황입니다. 보수언론들의 보도대로 윤석열의 사퇴로 현 정권 관련 수사가 좌초된다면 윤석열은 조직을 위해서라도 임기를 채우며 끝까지 막았어야 자기 말대로 검찰총장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이런 지적을 하는 기자는 없고 유일하게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가 한 "무책임한 사퇴로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 정치검사"라는 코멘트만 작게 실렸을 뿐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윤석열 총장의 행보와 관련한 오해를 막기 위해 중수청 관련 이슈를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윤 총장의 사퇴로 중수청 설치를 막을 수 있다거나 이른바 권력 핵심부에 대한 수사가 가속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국민은 중수청을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검찰 조직 입장에서는 수사권이 없어지면 자기네 권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죠.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윤석열은 조직에 충성한다던 말과 다르게 혼자 발 빠르게 도망친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윤 총장이 직을 건다고 수사청을 막을 수도 없는데 자기 정치하러 나간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정치적 지지율을 지키고자 도망쳤다고 보는 사람이 검찰 안에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나마 그가 검찰총장일 때는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임하며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정치인 윤석열'로 나서는 상황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열망을 떠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리고 또 하나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현직 검사가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에 사직해야 한다는 윤석열 방지법을 고려한 것처럼, 대선 딱 1년 전에 전격 사퇴한 것도 참 속 보이는 짓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언론 어디에도 총장이 자기 살자고 조직을 버리고 도망쳤다거나,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던 소신을 꺾고 공수표를 날린 것에 대한 질타나 관련 보도가 눈에 띄질 않습니다. 벌써부터 보수언론은 그 앞에 줄을 대기 바쁩니다.

 

출처 - JTBC

 

게다가 윤석열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았지만 그의 가족 수사는 지지부진입니다. 부인인 김건희가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은 공소시효가 임박했지만 검찰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또 전시회 협찬금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공소시효를 3월로 보고 있진 않다며 뭉개고 있을 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공소시효로 장난질하는 건 검찰이 즐겨 쓰던 수법입니다. 이번에 한명숙 죽이기 거짓증언을 교사한 검사들이 공소시효 하루 전에 무혐의를 받고 종결되었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런 결론을 내려고 임은정 검사에게서 사건을 빼앗았냐며 검찰을 비난했으며 시민단체들은 공수처에 진상을 은폐한 윤석열을 고발했습니다. 담당 검사들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면서 말이죠.

 

출처 - JTBC

 

윤석열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기자가 들어온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도 개설했다고 하죠. 그러니 이제 명명백백하게 가족이 연루된 비리와 의혹의 진실을 밝힐 때입니다. 부인이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가 관련된 추모공원 사건, 측근의 친형의 뇌물수수 무마 의혹 등등 한둘이 아니죠. 법무부 장관은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가 정치판으로 올라오기로 한 이상 철저한 검증은 필수 아니겠습니까?

2020년 2월 제기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여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병원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프로포폴 투여를 중지한 게 아니라 병원을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과 병원장 사이에는 연락책인 브로커가 따로 있었고 이재용을 '장 사장'이라는 암호로 불렀다고 하죠. 브로커가 '오늘 장 사장님이 가신다'라고 전화하면 병원장은 직원을 모두 퇴근시키고 혼자 이재용을 맞이했습니다.

 

출처 - MBC

 

직원을 다 퇴근시키고 병원장이 혼자 밤늦게 프로포폴을 투여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경찰은 정상적인 투약은 아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은 작년과 똑같이 의사가 합법적으로 처치한 것이며 불법 투약이 아니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지난해 해당 사건과 관련된 병원장과 간호조무사 등은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불법 투여 의혹을 받은 채승석 전 애경산업 대표도 징역형을 받았죠. 이재용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유죄가 확정된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문제는 이재용, 채승석 같은 내로라하는 부자들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때 '마약 청정국'으로 불린 우리나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물론 '마약 청정국'이란 위상을 국제 기관이 부여해준 적은 없습니다. 마약을 관리하는 식약처는 마약 청정국 지위와 상한선에 대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1970~1980년대 마약류 유통이 심각하여 1990년대 들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마약류 범죄에서 깨끗한 사회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난해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딸이 1급 마약인 LSD를, 그것도 수십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정도로 엄청난 양을 밀반입했지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을 뿐입니다. 추징금은 17만 8500원이었습니다. 1억 7850만 원도, 1785만 원도, 178만 원도 아닌 17만 8500원이요. 홍정욱의 딸이 귀국 직전까지 확인된 것만 9차례 투약 혹은 흡연한 것으로 조사됐던 사실을 생각하면 끼리끼리 봐주기로 일관하는 고무줄 판결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풀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어이없는 판결에 대해 검찰은 상고하지 않았습니다. 판사는 유명인의 자식이라고 더 무겁게 처벌받아선 안 된다는 법감정을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마약 사범은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LSD도 아닌 대마 밀수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으니까요. 이렇게 볼 때 1급 마약인 LSD를 밀반입하고 수차례 투약하기까지 한 홍정욱의 딸이 훨씬 가벼운 판결을 받은 까닭은 판사의 말과는 달리 유명인의 딸이었기 때문이겠죠.

 

출처 – 청와대 청원 게시판

 

이른바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총수와 한때 대선 후보로 거론된 사람의 친딸은 불법 마약으로 재판대에 섰지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치자, 점점 많은 이들이 마약을 찾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출처 - MBC

 

작년 10월 부산 해운대 도심에서 연쇄 추돌사고를 낸 운전자는 강력한 합성대마를 흡입하여 환각 상태였습니다. 시속 100km 과속으로 포르쉐를 몰다 연달아 승용차들을 들이받은 운전자와 동승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합성대마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출처 - SBS

 

한편 이런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이 마약에 손을 댄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달 용산구 주택가에서 한 남성이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마약에 취해 덜덜 떨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는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했다고 실토했는데 알고 보니 현직 소방경이었습니다. 소방학교에서 교육과 훈련을 담당하는 사람이 마약에 절어 있다니 대체 마약이 어디까지 파고든 건가 싶습니다.

 

출처 - SBS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약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함께 있던 남성과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두 사람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그날 처음 만났다고 하죠. 지난 1월에는 택시에 두고 내린 가방을 찾기 위해 택시기사에게 수차례 전화해 독촉한 손님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가 가방을 경찰에 전달했더니 마약이 발견된 일도 있었습니다. 이 밖에 20대 남녀 3명이 설날에 강남 호텔에서 대마와 해피 벌룬이란 마약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고, 한 편의점에서는 30대 여성이 마약을 투약한 채로 강남 거리를 배회하다 들어와 살려달라며 마약을 했다고 말해 출동한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뉴스1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마약에 손대는 사람들은 이재용이나 홍정욱의 딸 같은 속칭 '셀럽'들만이 아니라 학생, 직장인, 주부 등 일반인인 경우가 대폭 늘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만 8639명에 달하며 9월 한 달 기준으로 801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9%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와 관련해 홍정욱의 딸을 비롯한 고위층에 대한 관대한 판결이 마약류 범법 근절을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검찰이 내놓은 2018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1심 재판 결과는 실형 52.4%, 집행유예 40%, 벌금 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에 재벌가 자제나 유명인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출처 - 뉴스1

 

마약류 관련 범죄는 형량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골치가 아픕니다. 마약중독자 치료보호제도 지정병원에서 일하는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은 최근 마약 중독으로 찾아오는 환자 중 20대 초반과 여성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언급합니다.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마약을 구하기가 너무 쉬워졌다는 점을 꼽습니다.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구글 검색이나 텔레그램을 이용해 손쉽게 LSD, 엑스터시, 허브 등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겁니다. 천 원장은 국내 마약 상습 투약 인구가 5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확산 속도인데 2015년도에 1만 명을 돌파한 이래 5년 만에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출처 - 서울신문

 

하지만 천 원장은 마약 초범이나 재범을 무조건 교도소에 보내면 안 된다고 제안합니다. 교도소에서 마약류 중독자들을 모아놓으면 전국적 공급망 정보를 얻어서 출소하게 되므로 마약 중독을 오히려 키워서 나오는 꼴이라는 겁니다. 천 원장은 현재 있는 치료명령제도를 적극적으로 확대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는 마약 범죄율이 낮았지만 이제는 마약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위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청소년들까지 손쉽게 마약에 손댈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인터넷 무법지대인 암호화된 웹사이트 일명 '딥웹(deep web)'에서 비트코인으로 마약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고 마약 근절을 위해 기관 간 공조는 물론 제도 개선, 새로운 입법 등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제라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합니다.

지난달 1일 일어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쿠데타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군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지난달 28일 미얀마에서는 '피의 일요일'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쿠데타 반대 시위 관련 보도를 보면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사람들, 최루탄에 신음하는 사람들, 쓰러진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로 아우성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루탄과 고무탄은 물론 실탄 사격까지 주저하지 않는 미얀마 쿠데타 군경에 맞서 시민들은 나무판자, 젖은 담요, 드럼통이나 플라스틱 방패, 건축 현장의 헬멧 등으로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무기라고는 새총이 전부입니다.

 

출처 - YTN

 

지난달 28일 미얀마 군경이 쏜 실탄에 맞아 사망한 여대생의 장례식이 있었던 지난 3월 2일에도 실탄 사격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반군부 시위대 3명이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부상한 사람만 해도 20명이 넘죠. 미얀마 시민들은 시위 초기 군경이 실탄을 경고 없이 쏜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탄을 쏘더라도 허공에 경고 사격을 하며 위협하는 요식 행위조차 없이 자국의 시민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임산부와 그저 길을 지나가던 여성까지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미얀마 군경은 그야말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출처 – 트위터, 페이스북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반발해 시민불복종 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피의 일요일이었던 지난 3월 2일에도 시민들은 민주화를 앙망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실탄 사격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상황이 나빠지자 국제사회와 UN의 개입을 호소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가 SNS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피의 일요일 미얀마 군부의 총에 맞아 숨진 23살의 엔지니어 니니아웃 텟 나잉은 바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나와야 UN이 행동에 나설 것인가?"라고 썼습니다. 트위터는 #WeNeedR2PInMyanmar라는 해시태그로 도배됐습니다. R2P는 Responsibility to protect, 즉 '보호책임' 을 뜻합니다. 특정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밖에도 미얀마 안팎에서 동조와 응원, 연대를 보내는 메시지가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출처 - 한겨레

 

미얀마 최북단의 도시 미치나에 있는 수녀원 소속 안 로사 누 타웅 수녀는 시위대를 진압하러 온 미얀마 군경을 홀로 가로막으며 "원한다면 나를 쏘라"며 "시위대는 무기가 없으며 단지 평화적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표현할 뿐이다"라고 외쳤다고 하죠. 이 수녀는 군경에게 사람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라면서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사회의 대응은 쿠데타 규탄과 우려라는 수사만 넘치는 상황입니다. UN조차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을 뿐입니다. 현재 사태를 해결하려면 이런 성명으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국제기구라 하더라도 미얀마 국내 문제에 대한 개입이 어렵기도 하고, 군부와 그 반대 세력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탓에 어느 나라도 섣불리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죠. 미국은 경제제재를 통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려 하지만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가다 미얀마가 중국과 긴밀해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쿠데타는 겉으로는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세안 주요국들이 투자하고 있는 경제 사업에서 군부가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렇게 볼 때 미얀마 투자국들의 경제제재가 효과가 클 듯합니다. 하지만 군부와 밀월 관계이면서 미얀마의 가장 큰 무기 수출국인 중국은 물론 미얀마 외국인직접투자의 큰손인 싱가포르, 홍콩, 태국, 베트남 등이 정부 차원의 제재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죠. 국가별 투자 순위 8위인 우리나라 또한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해 성명을 냈을 뿐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도 비정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출처 - 뉴시스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현실을 세계가 묵인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요?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5.18 광주에서 벌어진 참극의 되풀이와 같기 때문입니다. 1980년 5.18 광주에서 쿠데타 군부에 의해 시민들이 학살당했고 우리는 국제사회의 개입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 참사로부터 수십 년이 걸렸지만 피의 역사를 우리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진행형인 미얀마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참여연대

 

다행히 5.18기념재단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광주지역 5월·시민·사회·종교·여성단체 10곳이 미얀마 군사 쿠데타에 맞서 결사 항쟁하는 시민들을 돕는 응원모금 운동과 의료물품 지원 등에 나섰습니다. 시민단체들은 8일 미양나 민주화운동을 지원할 연대기구를 구성해 국제사회에 지지를 촉구하고, 민주세력을 지언하는 활동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미얀미 시민들의 저항에 함께하자는 뜻으로 인증샷 연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VOA / 로이터

 

지금 이 순간에도 미얀마의 수많은 시민들이 총포 속에서 자유, 선거, 민주주의를 뜻하는 세 손가락을 치켜들고 항거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해낼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무수한 부동산 정책을 펼쳤지만 집값을 진정시키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적은 내부에 있었습니다. 국민을 위한 주택 정책을 세우고 토지 재개발로 서민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집을 공급하라고 만든 LH주택공사의 내부 직원 수십 명이 수년간 본인 및 친인척 명의로 토지를 투기해 재개발 지역 선정 뒤 국가 보상을 받는 방법으로 수백억의 차익을 낸 비리 행위가 적발된 것이죠.

 

출처 - MBC

 

참여연대와 민변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곳은 지난달 발표된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된 광명시흥 지구입니다. 이곳의 땅 7000여 평, 약 100억대의 땅을 사서 보상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메마른 나무를 한가득 심어놓은 이들이 있습니다.

 

출처 - 기호일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이 땅의 주인은 현직 LH직원과 배우자 등이었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고 정말 자기 땅이었다고 해도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는 마당에 LH직원 20여 명이 불과 2~3년 전에 매입했다고 하니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없죠.

 

출처 - 아주경제

출처 - 한국경제

 

게다가 100억 중 58억은 대출을 받아 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곳에 신도시가 들어설 것이라는 확신 없이 58억이나 대출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여러 정황상 국가 내부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가장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크기로 필지 쪼개기까지 했다고 하죠. 이렇게 자기 배 불리라고 공무원직을 맡긴 건 아닌데, 이를 보는 국민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이들의 행위는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과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에 해당합니다.

 

출처 – MBC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범죄가 2018년부터 2년간 광명시흥 일부 필지에서 적발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다른 3기 신도시 대상지, 본인 명의 외에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동원한 경우 등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한다면 범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1기, 2기 신도시, 그 밖의 재개발 부지로 확대 조사한다면 LH주택공사 직원뿐 아니라 수많은 공직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투기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국민을 위해 집을 짓고 개발하라고 맡겼더니 자기네 배만 불리는 식으로 보상을 받아 혈세를 빼먹고 있었기 때문에 서민들이 그렇게나 집 한 채 마련하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제가 불거지자 초반엔 수백억을 해먹고도 직무배제 정도로 쉬쉬 하나 했으나 점점 이슈화되기 시작하자 청와대가 직접 나섰습니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LH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및 LH 등 관계 공공기관 관련자들의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전수조사는 국무총리실에서 지휘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정책브리핑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정부서울처사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하여 "정부는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불법행위를 한 공직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총리는 국토부와 LH, 지자체 소속 개발공사 임직원 전체에 대해 조사하겠다며 경기도, 인천시 및 기초지자체 유관부서 업무담당 공무원, 전·현직 공직자는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거래내역에 대해서도 빈틈없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향후 수사를 통해 사실이 드러나면 부패방지법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사전 투기에 따른 부당 이득을 몰수, 추징하는 절차도 추진될 전망입니다.

 

출처 - MBC

 

암암리에 벌어지는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의 투기로 국민은 수차례 실망과 분노를 거듭해왔습니다. 올해 초 경기도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아예 4급 이상 공무원들에게 부동산 임대 사업자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이르는 지지를 얻은 바 있죠. 이번 조사는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6개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해야 하며 나아가 그 이전에 관행이란 이름으로 벌어진 내부자 투기까지도 발본색원함이 마땅합니다. 아무리 좋은 부동산 정책과 제도를 내놓아도 국민이 정부 구성원을 신뢰할 수 없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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