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역사 쿠데타인 한국사 국정 교과서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로 헌법상 권리가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올해 1월 민변은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한 역사 교과서 집필진, 학부모, 학교장 등 3374명을 대리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심리로 열린 1차 변론기일에서 민변 측은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초등등교육법 제29조 2항의 '교과용 도서의 범위, 저작, 검정, 인정, 발행, 공급, 선정 및 가격 사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교육제도를 법으로 정하도록 한 헌법 제31조 6항과 75조와 제75조가 정한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또한 민변은 시도 교육감과 일반 국민으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위법임을 강조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이뤄낸 성과를 무시하고, 독재시대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 한 박근혜 정부의 정신 나간 행태는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역사 왜곡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를 빼놓고 일본의 입맛대로 합의해주고는 나 몰라라 하는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르기도 했죠. 박근혜 정부가 과연 대한민국의 정부가 맞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운 마당에 교육부는 재판 과정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 "영토분쟁이 있는 일부 국가에서 국정화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정화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사실상 교육부가 언급한 '그 일부 국가'라는 게 북한 이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OECD 국가 중에는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말입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획일화하는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북한처럼 독재하던 시대의 마인드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과 박근혜 정부의 지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이런 식으로 재확인되는 게 아닌가 싶군요.


출처 - MBN


지난 20대 총선의 승리로 야당은 '국정교과서 폐지가 민의'임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지난 19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금지하고 검정제로 회귀하는 국정교과서 금지 법안을 제출하며 공동전선을 구축했습니다. 지난 23일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는 4.13 총선 당시 야 3당의 공통 공약이었죠.

 

지난 19대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교문위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이번 20대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은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상임위 표 대결을 불사하고서라도 국정 교과서를 막겠다고 공식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에 야 3당이 힘을 합쳐도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임위(교문위) 안건으로 상정하려면 야야 간사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제도)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려 해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교문위 전체 의원 29명 가운데 새누리당은 13명, 더민주당은 12명, 국민의당은 4명입니다. 패스트트랙 요건으로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재적위원 5분의 3인 18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야당 16명으로는 모자라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지난해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한 박근혜 정부의 예정대로라면 2017년 3월부터 중고등학생들의 역사교과서가 국정교과서 체제로 전환되게 됩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올해 3월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박정희 유신을 정당화하고 위안부 용어와 사진을 삭제해 극우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교육계가 발견한 오류만 124군데가 넘었죠. 

출처 - 경향신문

 

작년 11월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고 추진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년 3월 1일부터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쓰자면 인쇄, 배포 등을 생각할 때 제작 기간이 반년도 남지 않았는데, 국정 역사교과서가 얼마나 졸속으로 만들어질지 뻔히 보이는 상황입니다.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무리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초등학교 교과서의 졸속 집필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역사교과서를 2017년에 맞추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수학, 국어 등 국정교과서 적용시기도 2017년에 맞춰버렸다"면서 "무리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초등학교 국어, 수학 교과서는 집필진 구성부터 현장 검토본 완성까지 불과 4개월 만에 집필을 마쳐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참고 기사:  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때문에 4개월 만에 집필한 초등학교 교과서)


출처 - 경향신문

 

참다 못한 국민이 나섰습니다. 지난 29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국회 정론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안 제정 등에 관한 입법청원'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에는 480여 단체가 속해 있습니다. 또한 이번 청원에는 독립운동가 후손과 민주화운동 단체 대표 48명, 역사학계 대표 115명, 교육계 및 시민사회 대표 290명 등이 참여했고 전국에서 5만 1799명이 서명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발표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더 높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밀어부치고 있다"면서 "단계별 의견 수렴을 거쳐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은커녕 집필기준과 집필진, 편찬심의위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정부가 국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할 수 없도록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 기사: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못하게 법을 만듭시다! 5만명 입법청원)

 

19대 국회는 박근혜 정부와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폭주로 그야말로 엉망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자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는 수십 년간 자유, 자율, 개방, 다원성을 기반으로 확장해온 한국 민주주의의 방향을 되돌리는 상징적인 악행이었습니다. 20대 국회는 성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오만방자한 이 역주행을 바로잡아주기 바랍니다.

 

 

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참석해 에너지 산업, 민간이 잘하는 부분은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12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에너지.환경.교육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의결하고 이를 발표했죠. 예를 들어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소매 분야를 단계적으로 민간개방하고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가스 도입, 도매 시장도 2025년부터 민간직수입제도를 통해 개방하는 등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담당하는 분야를 민간에 대폭 개방하겠다는 겁니다.


출처 – SBS

출처 - 경향신문


명목상 수명을 다하여 자본 잠식에 들어간 석탄공사 같은 경우가 있긴 합니다. 이번 발표로 석탄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기능은 단계적으로 축소돼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전기와 가스 등 국민의 기본공공재는 얘기가 전혀 다릅니다. 박근혜 정부는 경영투명성을 높인다는 핑계로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발전 등 발전 5개사와 한전 KDN, 가스기술공사 등 공공기관 8곳을 내년 상반기부터 주식시장에 상장할 방침이라고 밝혔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이런 기관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주주들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고 그들의 배당금을 높여주려 할 테니 당연히 가스비와 전기요금이 오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출처 - 브릿지경제

 

전기 민영화로 서민이 피해를 본 사례는 세계적으로 목격되었습니다. 최근 국민투표 결과 EU에서 탈퇴하기로 한 영국 사회를 한번 살펴볼까요? 1990년부터 2003년까지 13년 동안 소비자 전기요금은 12.7퍼센트 올랐지만, 요금 규제를 폐지한 2004년 이래 전기요금은 2년 만에 무려 51.7퍼센트가 올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998년 미국 최초로 전기를 완전 민영화했죠. 그 결과 화력발전소를 산 에너지 회사들의 담합으로 전기요금이 무려 70배나 올랐습니다. 게다가 전기 발전소 수리를 핑계로 수많은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2000년과 2005년에 정전 사태를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스포츠경향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사업 부문의 민영화를 추진하면 소비자 편익이 증가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소비자란 일반 시민이 아닌 해외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민간업자들을 말합니다. SK E&S, GS에너지, 포스코, 중부발전 같은 에너지 직수입 민간업자들이죠. 에너지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해외에서 전량 사와야 하니 사오는 그들도 소비자라면 소비자라는 식의, 참 말도 안 되는 논리입니다. 

 

국내 전기요금은 현재도 원가 이하여서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더라도 요금을 더 낮추기는 어렵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어 전기요금이 급상승했던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가스공사는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의 구매력을 갖추고 있어 만일 민영화 추진으로 구매력이 분산된다면 국내 기업 간의 경쟁으로 되레 가스 도입 단가가 높아질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민영화로 편익을 누리려는 에너지 수입업자들은 국내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전기, 가스 요금을 인상함으로써 수익을 보전하려 할 테니 결국 진짜 소비자인 서민들의 에너지 지출은 점점 더 늘어날 뿐입니다. 지금도 공공요금이 부담스러운데 말이죠.


출처 - 디지털타임스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무능한 낙하산 기관장들이었습니다. 보은인사로 곳곳에 꽂아넣은 전문성 없는 기관장들이 탐관오리처럼 방만한 경영을 한 잘못은 그대로 두면서 공공기관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민영화를 꾀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맛있는 살을 다 발라먹은 것도 모자라 뼈마저 우려먹겠다는 심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기관과 공기업을 필두로 4대강 사업, 해외 자원개발 등 국가 예산을 탕진하고 자기네 배만 불린 일이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전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를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 기간망인 철도는 가스, 공항, 항만 등과 함께 민영화 추진 대상이 아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출처 – 박근혜 공식 트위터


출처 - 프레시안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공공이 51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가지는 형태의 상장이라며 상장과 민영화는 다르다는 논리를 펼쳤죠. 산업은행 등이 조선업 부실 기업들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조 원을 퍼준 마당에 공공이 51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가진다고 해서 공공의 안녕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을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우리 국민은 이명박근혜 정권에 너무 많이 속았습니다.


출처 - SBS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시장개방과 경쟁에 따른 인하 효과 역시 교언영색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장개방은 특정 대기업의 서비스를 장악으로 이어져 오히려 경쟁이 제한되고 서민들은 각종 요금폭탄의 부작용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큽니다. 이동통신 3사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결합상품으로 요금 인하 효과를 가져온다고 했던 주장과 달리 애초부터 높은 기본요금 탓에 약간 싸졌다는 착시효과를 유발했을 뿐입니다. 전기와 가스 부문도 이런 착시효과를 유발해 국민을 속일 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역사학자 전우용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추진 방침에 대해 "눈 뒤집힌 도박꾼이 마지막에 들고 나가는 게 집문서고, 부패한 권력이 마지막에 팔아넘기는 게 나라 재산"이라고 지적한 뒤, "눈 뒤집힌 도박꾼은 자식까지 망치고, 부패한 권력은 후손에게까지 고통을 떠넘긴다"고 비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낙하산 인사, 에너지 공기업의 방만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건 다름 아닌 이명박근혜 정권입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환율 조작과 법인세 인하, 부동산 투기 정책 등을 통해 99퍼센트의 부를 단 1퍼센트의 재벌들이 빨아먹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마당에 박근혜 정부가 한전산하 발전회사들과 가스공사의 민영화 방침을 발표한 것은 각종 재벌로 하여금 에너지 공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또 한 번 장을 마련해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상 '공기업의 민영화'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죠. '국민 재산의 사유화'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따라서 공공기관, 공기업 정상화는 이 지경을 초래한 책임자들과 단물을 빨아먹은 자들을 발본색원하는 것으로부터 방향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어디까지일까요. 지난 17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 김관홍 씨가 고양시 비닐하우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CCTV 분석 결과 밤일인 대리운전을 마치고 비닐하우스로 귀가한 김 씨는 혼자 술을 마셨고 1시간 반 뒤 바닥에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고 합니다. 그는 쓰러지기 전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냈고 현장에서 약통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그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출처 -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을 위해 자원했던 김관홍 씨는 그로 인해 잠수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박근혜 정부와 해경은 헌신적인 민간 잠수사들을 사지로 내몬 것도 모자라 2014년 12월 이후 모든 병원 지원을 끊었습니다. 이듬해 1월 언론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자 2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추가 지급했을 뿐 그 이후로는 각종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잠수사들이 병원비를 직접 부담해야 했습니다. 2015년 12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민간 잠수사 전광근 씨는 7월 10일 이후로 정부에서 누구 하나 심리치료 등을 받으라고 전화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잠수를 못 하게 된 김관홍 씨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꽃을 키워 내다 팔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JTBC


숨진 김관홍 잠수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심해작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선체 수색에 나서 25구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작업 중 물살에 휘말려 의식을 잃었지만 응급치료만 받고 사흘 만에 현장으로 다시 달려갔습니다. 이로 인해 생긴 잠수병으로 생업을 박탈당하고도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 청문회에 출석하여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 활동에도 힘썼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빚더미와 트라우마였습니다. 청문회 자리에서 "앞으로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라"던 김관홍 잠수사의 절규가 참으로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피해자가 사망자들과 유족들이라면, 생업을 팽개치고 자원해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간접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수습하지 못하고 방기한 일을 의인들의 희생으로 그나마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9.11 테러 생존자는 물론 사건 수습에 참여한 경찰관, 소방관, 응급구조요원뿐 아니라 목격자들까지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테러 발생 10년 후까지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보고서를 만들고 심리치료에만 3조 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체계는 물론 담당 부서조차 없고 관련 예산도 2억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직접적 피해자들만 소극적으로 지원할 뿐, 민간 잠수사 같은 간접적 피해자들은 지원 대상에 끼지도 못합니다.


출처 - 팩트TV


국민의 분노는 지난 총선 여소야대 정국으로 표출되었고, 야 3당은 뒤늦었지만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입법 공조에 나섰습니다. 민간 잠수사 같은 분들까지 적용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 범위를 확장하고, 배상금 및 위로지원금 신청 시기 제한을 삭제하며 의료지원 기한을 정해놓은 현재의 법을 피해자들이 나을 때까지로 개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또한 세월호 구조 수습 활동으로 사망하거나 부상한 사람들을 의사상자로 지정하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도 인정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진실의 인양을 상징하는 세월호 인양 도중 선체가 찢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인양이 연기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졌습니다. 해수부는 세월호 선수 들기 과정에서 기상 악화로 선체 일부가 훼손돼 손상 부위에 보강재를 설치한 후 인양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혀, 7월 말로 예정되었던 세월호 인양 공정이 8월 이후로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겐 공유하지 않고 언론에만 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에서 피해자들을 배제하더니 이젠 진상규명에서도 유족들을 배제하고 있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든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끝내려고 한다는 겁니다.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에 6월 말로 특조위 활동이 종료된다고 통보하고 특조위 정원도 20퍼센트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방적인 통보에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해수부는 특조위의 세월호 선체 조사를 허용키로 했는데요, 세월호 선수 들기 작업 지연으로 선체 인양이 빨라도 8월 이후로 미뤄지는 상황과 정리 작업에만 3개월이 걸리는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선체 조사는 연말이나 돼야 가능할 듯합니다. 하지만 특조위 활동이 오는 9월 30일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특조위가 세월호 선체를 조사하는 일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선심 쓰는 척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정을 계획했던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구조작업이 왜 지지부진했는지,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의 실체는 무엇인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호와 연관된 수많은 진실이 은폐되어 있습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족들의 절규를 외면하면서 어떻게든 덮어버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사악함은 참으로 목불인견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족들 그리고 민간 잠수사들을 비롯한 많은 의인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잠수사의 죽음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야 3당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연장과 권한 강화를 위해서 힘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진실 규명을 위한 시민의 관심과 연대가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근현대 민주주의를 확립한 국가인 영국에서 국회의원이 총과 칼에 맞아 죽는 일이 벌어져 지구 반대편에 사는 우리에게까지 큰 충격을 주었죠. 지난 6월 23일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앞두고 잔류를 지지하던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이 집회 준비 중 52세 남성의 테러로 숨졌습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총격을 가한 후 잔인하게도 여러 차례 칼로 찔렀다고 하죠.

 

조 콕스 의원을 습격한 자는 살인을 저지른 후 "Britain first"(영국이 우선이다)를 외쳤다고 합니다. 'Britain first'는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를 지지하는 극우정당(영국 저항군)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정당은 이 테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적어도 살인자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광적으로 지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판에서 법원 서기가 이름을 묻자 "내 이름은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조 콕스 하원의원 피습 사건 직후 브렉시트 찬반 진영 모두 캠페인을 전면 중단했으나 3일만인 지난 19일 재개했습니다. 대체 브렉시트가 뭐기에 민주국가의 의원이 살해당하고 온 세계가 예의주시하는 걸까요? 브렉스티를 두고 찬반 양쪽은 왜 이렇게 극단으로 치닫는 걸까요?


출처 - 한국일보


사실 용어 자체는 간단합니다. 브렉시트는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입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현실 정치과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느냐 마느냐로 독일 경제성장률이 0.3퍼센트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코스피는 218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뉴욕증시는 하원의원 살해사건 후 브렉시트 반대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지자 우려 완화로 인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가 브렉시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브렉시트 반대파, 그러니까 영국이 EU에 남아야 한다는 측은 무엇보다 좋든 싫든 세계 각국과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 문제를 걱정합니다. 캐머런 총리는 BBC 방청객 질의응답 프로그램에 출연해 브렉시트 시 영국 경제가 위축돼 세금 인상과 복지 축소 등 비상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재정에 구멍이 뚫리고 영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이 올 것이며 이 여파가 그대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주장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내년 영국 경제는 0.8퍼센트, 3년 뒤에는 5.5퍼센트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프랑스 경제장관도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영국은 고립되고 보잘것없는 소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이탈리아 총리는 브렉시트를 투표에 부친 것 자체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독일은 25억 유로를 추가로 더 부담해야 합니다. EU 전체적으로 4700억 유로의 국내총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하니 EU로서는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로 눈에 쌍심지를 켤 만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에 맞서 영국이 EU를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브렉시트 찬성파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을 중심으로 국토 안보와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한 결집을 주장합니다. IS로 인한 난민들과 테러로 전 유럽이 얼마나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지를 보면 가볍게 넘길 주장은 아닙니다. 존슨 전 시장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실은 기고문에서 EU에 잔류하게 되면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게 된다며 남부 유럽에 몰려든 이민자들로 인해 그들이 얼마나 혼란에 빠졌는지 보지 않았느냐고 주장했습니다. EU에 남아 있는 한 EU의 결정에 따라야 하므로 영국의 국토 안보와 사회적 혼란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의 밀입국과 이민자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출처 - 한국경제


최근 전 유럽을 휩쓴 극우정당의 득세처럼 브렉시트 찬성파의 의견에 힘이 좀 더 실리는 추세였습니다. 조 콕스 의원 피살 사건 이전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 의하면 브렉시트 찬성이 반대보다 3퍼센트 정도 앞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요?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한 광적인 테러리스트의 살인으로 인해 여론은 뒤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콕스 의원 피살 사건 이후 부동층이 움직이며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받으며 찬성보다 3퍼센트 앞섰습니다.

 

이제는 영국 언론들도 공개적으로 브렉시트 찬반 지지를 표명하며 국론이 양분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더 타임스》, 보수 성향의 《메일 온 선데이》 《옵서버》가 브렉시트 반대 EU 잔류를 공개 지지했습니다. 반면 《선데이 타임스》와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브렉시트 찬성 EU 탈퇴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브렉시트 반대와 찬성의 포인트 차가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1~3퍼센트포인트밖에 안 나지만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브렉시트 반대로 돌아선 것을 시점으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한 보고서들이 힘을 얻어 브렉시트 반대가 조용히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6일 있었던 콕스 의원의 추도식에서 영국 사회는 21세기의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며 그를 기렸습니다. 캐머런 영국 총리, 코빈 노동당 당수, 외무담당 벤 의원 등 고위 인사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죠. 그동안 무한경쟁으로 치닫던 보수당과 노동당은 콕스 의원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수백 년 동안 여야가 따로 앉던 전통을 깨고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사당에서 여야 및 각 정당이 자리 구분 없이 섞여 앉았습니다.

 

한편 조 콕스 의원의 거주지가 템스 강에 있는 보트하우스인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는데요, 보트하우스는 보트를 개조해 강 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집을 말합니다. 침실과 화장실은 물론 부엌도 있습니다. 영국의 보트하우스족은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원래 이런 보트는 부유층의 여름 별장이었으나 지금은 영국에서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중산층이나 젊은 세대들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방 두 개인 소형 보트하우스의 한 달 월세가 런던 시내 임대료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콕스 의원이 살았던 커뮤니티는 소형 보트하우스와는 좀 달랐습니다. 콕스 의원이 5년째 살았던 공동체는 '허미티지 무링스'라고 하는데, 19척의 보트에서 50명이 함께 거주했다고 합니다. 템스 강변의 부유층 주거단지와 붙어 있는데 비영리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 공동체의 주민 의장인 앤 웨인라이트는 “조는 이곳에서 5년째 살고 있다. 운하 근처에서 살다가 첫째를 낳을 때 가족적인 분위기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콕스 의원이 살던 '보트 마을'은 현재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채 이웃들이 그의 보트하우스를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그가 살던 곳은 온통 꽃과 사진, 초, 추모글로 덮여 있습니다. 조 콕스 의원의 한 이웃은 "그는 30분이나 걸리는 의사당까지 항상 자전거를 이용했다"면서 "바빠도 이웃을 위해 시간을 내주고 힘들 때도 늘 미소를 잃지 않아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즐거움을 줬다"고 회고했다죠.

 

콕스 의원의 죽음은 브렉시트 찬성파들의 캠페인이 영국 국민과 이민자를 구분 짓고 편 가르는 데만 중점을 둔 것 아닌가 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심의 의회광장에 마련된 추모소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글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증오'였다고 합니다. 콕스 의원의 사진 앞에 "우리는 그녀를 죽인 증오에 맞서 단결해야만 한다"고 쓴 큼지막한 종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어떤 문제든 찬반양론으로 갈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를 죽이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의 죽음은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기고,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 찬반 투표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에 이어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영국도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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