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홍만표에 이어 실세 중의 실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얽힌 부패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작은 사건에서 시작된 청와대 실세의 의혹이 나비효과처럼 비리의 태풍으로 비화한 겁니다. 넥슨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검사장 최초로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된 그다음 날, 넥슨이 진경준 검사장 소개로 우병우 청와대 수석 처가가 보유한 부동산을 사주어 우병우 수석 가족의 가산세 부담을 덜었다는 보도가 나왔죠. 여기서 시작된 비리 의혹은 가산세 회피에 그치지 않고 우병우 처가와 넥슨의 수상한 땅 거래 의혹, 진경준 검사장 인사검증 봐주기 의혹, 효성그룹 형제의 난 개입 의혹, 군 복무 중이던 아들의 꿀보직 전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걸쳐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애초 처가의 땅 거래를 알지도 못하고 관여하지도 않았다던 우병우 청와대 수석은 여느 비리 연루자들처럼 증거가 속속 드러나자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꾼 말들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우병우 수석의 처가가 2011년 넥슨에 매각한 강남역 인근 땅은 국세청 신고기준으로 1364억 90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였죠. 우병우 수석의 말과 달리 이 매매 계약 자리에 본인이 직접 나와 계약서를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그는 말을 바꿔 현장에 있었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넥슨 김정주 대표에게 땅을 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영남일보


그런데 이상한 건 넥슨이 당시 판교에 사옥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사옥으로 쓸 용도도 아닌데 강남역 인근의 비싼 땅을 1300억이 넘는 돈을 주고 굳이 산 셈이 됩니다. 그러다 넥슨은 이 땅을 1년 4개월 만에 20억여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급히 팔았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멀쩡한 사옥 부지를 두고서 권리관계가 복잡한 땅을 굳이 샀다가 1년 만에 수십억을 손해 보면서 판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병우 수석은 장인이 사망한 뒤 부과된 500억여 원의 상속세 등의 미납으로 수백억 원대의 근저당이 잡혀있었는데 강남땅 매매로 가산세 폭탄을 피하게 됐고 매각대금으로 근저당도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남역 인근 땅 매매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뻔히 보이는 상황입니다.


넥슨과 먼저 얽혀 있던 진경준 검사장은 현직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구속되었죠.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 승진의 최종 승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합니다. 진경준 검사장과 2년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터웠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근무할 때였죠. 이때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등 인사 검증에서 하자가 발견되어 검증 실무팀이 부적절한 인사라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진경준은 검사장이 되었습니다. 이후 진경준은 궁한 처지의 우병우에게 넥슨을 소개해준 겁니다. 비리를 인지하고도 승진시켜주는 민정수석과 비위를 권하는 검사장, 쿵짝이 잘 맞는 관계로군요.


출처 - MBN


비리로 얼룩진 아버지가 아들은 또 얼마나 살뜰하게 챙겼겠습니까? 의경으로 복무하던 우병우 수석의 아들에 대한 특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정부서울청사 근무를 배정받은 우 수석의 아들은 근무 두 달 반 만에 이례적으로 인근 서울청 운전병으로 전출됩니다. 원래대로라면 최소 4개월 이상 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당시 입대 동기들과 간부들 사이에서는 청와대 실세의 아들이 온다고 이미 수군대고 있었다고 하는군요.

 

우병우 수석 아들은 복무 기간이 517일인데 외박을 59일이나 했고, 외출이 85차례에 달합니다. 비정상적으로 휴가와 외출이 잦은 셈입니다. 자차가 없다고 공직재산 신고를 했던 우병우 수석의 말과 달리 그의 아들은 포르쉐를 타고 다녔고 집에는 외제차가 5대나 있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대통령부터 여당은 우병우 수석을 감싸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고위 공직자 임명에 흠결이 없는지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이 주요 임무인 민정수석이 다양한 비리 의혹에 연루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대표는 우선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의혹이 규명되는 것을 지켜보자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까지 4명의 민정수석을 공안통,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앉힐 정도로 애지중지했는데, 이번에는 신변 보호까지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명백히 비리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데 검찰이 아닌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들어간 것을 보면 우병우 수석은 정말 대통령의 남자인가 싶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4촌 이내 친족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위 감찰을 위해 지난해 3월 임명됐으며 민정수석 감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명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법이 정한 대로 하겠다면서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에 저지른 비위 행위만 감찰 대상으로 삼았죠. 주요 혐의인 넥슨과의 부동산 매매 등의 사안은 빠지는 겁니다.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감찰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특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안통 검사 출신을 검찰이 턴다고요?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한반도 안에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진경준, 홍만표 등이 구속 상태에서 우병우 수석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서슬 퍼렇게 수사해도 밝혀내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그래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한편 야당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초를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검찰을 견제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이른바 공수처 신설 논의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검찰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공수처 TF는 공수처 신설 법안을 마련해 곧 더민주와 공동 발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28일 현재 특별감찰 대상에 오른 우병우 민정수석은 휴가에서 복귀해 근무 중입니다. 아직은 자진해서 사퇴할 의향이 없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새누리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검을 해서라도 우병우 수석의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떨어질 데까지 떨어진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며 그것이 국민의 뜻임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 뉴스를 볼 수 있었다면 식물인간처럼 지내는 이건희 회장이 벌떡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세계 속에 한국을 대표한다고 자부하던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으니까요. 영화 〈내부자들〉이 묘사한 권력자들끼리의 섹스 파티가 떠오릅니다. 지난번엔 "개·돼지" 발언을 예측한 듯해 화제가 되었는데, 이제는 실제 성매매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현실이 영화보다 막 나가는 세상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지난 21일 《뉴스타파》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공개하고 이 일에 삼성그룹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기사를 내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월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로부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여주는 동영상 파일과 자료들을 입수했다고 합니다. 동영상에는 이건희 회장이 수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젊은 여성들을 안가나 자택으로 불러 성행위를 한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뉴스파타》가 3개월 동안 동영상의 위·변조 여부를 다각도로 검증했으나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동영상이 촬영된 장소가 이건희 회장의 자택과 안가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 안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출처 - 뉴스타파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은 주로 낮에 촬영됐는데 20~30대 사이로 보이는 여성 3~5명이 동시에 등장합니다. 동영상의 대화로 보아 이들에게는 한 번에 500만 원가량의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죠. 동영상에 나오는 장소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는 서울 논현동에 있는 고급 빌라이고, 2013년 이후는 이건희 회장이 새로 마련한 삼성동 저택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출처 - 뉴스타파


등기부 등본상 논현동 안가는 현재 삼성SDS 고문인 김인 씨가 전세권을 설정해놓은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인은 삼성그룹 내 핵심 수뇌부였죠.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삼성SDS, 삼성 라이온즈 등 사장을 역임했습니다. 자기 명의로 이 빌라가 설정되어 있는 줄 몰랐다던 김인 씨는 이후 입장을 번복해 자신이 전세 계약한 게 맞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빌라를 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장소로 빌려줬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불법 성매매를 하는 과정에 삼성그룹 비서실 등의 조직이 동원됐다면 불법 성매매 당사자인 이건희 회장은 물론이고 삼성그룹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성매매 처벌법에 의하면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동영상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희 회장은 북한의 김일성처럼 자신의 권력과 돈 그리고 조직을 동원해 기쁨조와 채홍사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출처 -르 몽드


그런데 성적 문란함은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화그룹의 40대 상무는 유흥주점 안에서 자신의 일행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유흥업소 종사자를 성폭행하는 변태 같은 짓을 벌였습니다. 지난 5월 말 강남구 소재 유흥업소에서 벌어진 이 성폭행 사건은 사건 다음날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하면서 알려졌죠. 조폭을 동원해 아들의 일을 복수하는 회장 밑에는 공개적으로 성폭행을 벌이는 대범한 임원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울리는 한패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화그룹 상무의 성폭행 현장에서 일행은 지켜보기만 했을 뿐 누구 하나 이를 막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셈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한화그룹은 인터넷 올라온 성폭행 상무의 기사와 게시글을 삭제하기 바쁩니다.

 

한편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캠페인송으로 쓰였던 〈PICK ME〉를 부른 걸그룹은 공개 인터뷰에서 야동 배우 취급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그 오디션을 만든 PD한테요. 〈프로듀스 101〉 〈언프리티 랩스타〉 <쇼미더머니〉 등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엠넷의 한동철 국장은 한 잡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스 101〉을 건전한 야동이라고 표현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출처 - 일간스포츠


"출연자들을 보면 내 여동생 같고 조카 같아도 귀엽지 않나. 그런 유의 야동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이상한 취향을 피력했습니다. 여동생과 조카가 나오는 야동이라니, 변태가 따로 없습니다.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그는 숨은 원석을 발굴하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속내는 그냥 자기가 보고 싶은 야동 만들기였음이 드러났군요.


출처 - 뉴스타파


우리나라는 술과 성매매에 지나치게 관대한 시각을 보입니다. 특히 남성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과 성매매가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에 질린 분이 많으실 겁니다. 제대로 된 고삐가 없으니 사회 전체가 변태적인 성욕에 이끌리고, 여성을 일상적으로 모욕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박유천 같은 연예인의 성폭행 사건은 발생하기가 무섭게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다른 정황이 밝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경우 증거가 명백한 불법 성매매임에도 《뉴스타파》가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오히려 경찰이 꽁무니를 빼고 있습니다. 자본과 권력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은 언론, 방송이 이런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했죠.

 

출처 - 경향신문

 

이미 공개된 성매매 동영상 이외에도 협박이나 공갈의 정황이 보이는데도 수사 착수를 고민해보겠다는 말로 끝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불법 성매매 사건 외 최근 성추문들은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단초입니다. 성역 없이 수사해서 깊이 뿌리내린 잘못된 성 착취와 권력의 문제를 파헤쳐야 할 것입니다.

 

민중을 향해 개, 돼지란 말을 서슴지 않고 망언과 막말을 일삼으면서, 언론의 정당한 발언과 문제 제기에는 재갈을 물리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정권의 사람들이죠.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전화 통화 내용의 녹취록이 지난달 30일 공개되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정현 의원은 지난 4.23 총선에서 전라도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 의원으로 당선되어 유명세를 치른 사람이죠.


출처 - 미디어오늘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넘게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건 당시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안색을 살피기에만 바빴던 이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또다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란 작자가 공영방송인 KBS의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방송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며 사실상 지시와 다름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이명박 정권 때부터 길든 MBC 이후 우리나라 언론이 정부의 통제에 얼마나 길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4년 4월 300여 명의 생명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닷속으로 잠기던 그날, 참사를 수습했어야 할 곳은 자신들이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더니 뒷구멍으로는 비판하는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기 바빴습니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 중 핵심 대목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출처 - JTBC


"하필이면 또 세상에 KBS를 오늘 봤네."


박근혜 대통령이 KBS에서 한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고 뭔가 언짢은 소릴 했고, 그게 부리나케 이정현 홍보수석에게 보고가 되어,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이정현 홍보수석은 KBS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앞으로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겁니다.

 

세월호 참사 수습을 이 정도로 재빨리 했다면 2년이 넘도록 사회 문제로 비화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 사건을 주어가 없다는 핑계로 빠져나갔지만, 이번에 공개된 통화 내용에 주어가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겠죠. '창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권답게 뭔가 창조적인 변명을 찾아야 할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던 보도지침이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 30년 만에 부활하여 현재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이번 녹취 공개를 설득한 사람이 김주언 전 KBS 이사로 드러났죠. 1986년 《한국일보》 기자였던 그는 전두환 정부의 보도지침 584건을 월간 《말》에 폭로한 당사자였습니다. 30년이 지난 시점에 그가 또다시 보도지침 문제로 등장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한편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녹취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으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에 정권을 뒤흔들었던 윤창중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서도 보도 지시가 내려왔다고 폭로했습니다. 당시 KBS 사장은 '내일부터 윤창중 사건 속보를 첫 번째로 다루지 말라'고 지시하고 이정현 당시 정무수석도 전화를 걸어 '대통령 방미 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외교적 의전 중에 성추행을 일으킨 국제적 망신 대신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를 더 중요하게 다뤄달라고 했으니 개념 없는 것도 이 정도면 도를 넘었습니다. 이게 보도통제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보도통제란 말인가요? 군사독재 시절처럼 강제로 방송사 통폐합이라도 되는 게 아니라면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걸까요?


출처 - 미디어오늘


비판 여론을 의식한 이정현 의원은 홍보수석으로서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변명했지만 언론들이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경향신문》《한겨레》는 물론이고 대표적인 보수지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조차 비판 기사를 실었으니까요. 

 

《중앙일보》는 "아직도 청와대가 공영방송 뉴스 제작에 개입한다"고 하고 《동아일보》는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간섭은 경계수위 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보도통제를 당한 KBS에선 6월 30일부터 3일 동안 이와 관련한 보도를 볼 수 없었습니다. 당사자인데도 의도적으로 입을 닫은 모양새를 볼 때 청와대의 보도통제가 그만큼 강했다는 얘기겠죠.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정현 의원의 어투가 읍소이다 보니 생긴 오해라고 감싸는 반면 야당은 노골적인 독재정권의 보도통제라며 청문회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1일 검찰은 세월호 보도 개입에 관해 고발장을 접수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서에서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방송법 제4조 2항에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고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KBS 보도본부 33기 기자들은 어지럽게 돌아가는 상황을 비판하는 뜻에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보도통제의 심각성을 유머로 맞받아친 이른바 세로 드립이 빛나는 성명이었죠.

 

KBS 보도본부 33기 성명 전문

 

박통각하 우국충정, 몰라주니 서운하네

주 7회도 모자라니 밤낮으로 틀어보세

민심처럼 시청률은 하늘 높이 치솟는데

은혜마저 몰라주니 이내 마음 섭섭하네


까치 울음 찾아온 듯 전화소리 반갑구나

면목 없단 부탁인데 어찌그리 매몰찬가

서로 사맛디아니해도 녹음버튼 웬말인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정상화를 하자는데 뒷조사가 웬일인가

현명하다! 그의 판단, 고매하네 우리 기사

은갈매기 한쌍처럼 집중원투 정답구나


왜란으로 나라뺏긴 비상시국 아닐진데

안팎으로 시끄럽네 국론분열 머리아파

까닭없이 까지말고 월급날을 기다리세


북한소식 궁금한데, 너희들은 안물안궁?

한시라도 못 전하면 혓바닥에 바늘 돋아

보고말았네, 하필 오늘! (박통께서) 좋아하네

도탄빠진 조선민족 구할 길은 통일대박!


그리자! 소설보다 실감나는 처참한 북조선을!

만들자, 질릴 때까지 북핵위기 또 수공위기!

좀비처럼 죽지않고 대대손손 보도하세!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 박통 박통 잠보.

(에헤라! 세상 사람들아, 가로로만 읽자꾸나)


KBS 기자들의 성명을 '세로'로 읽으면 놀라운 내용이 나온다(허핑턴포스트)

 

 

출처 - 뉴스1


2014년 5월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정권 퇴진 교사 선언을 올린 교사와 교사선언 탄압 중단 2차 교사 선언을 올리고 이를 신문에 대국민호소문으로 발표한 교사들에게 검찰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교사직을 상실하게 하는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0여 명에 이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전교조 법외노조 중단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국가 권력이 나서서 교사직을 박탈한 겁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졌지만 정식 기소되어 유죄를 다툰 일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유일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교육부 고위 공무원은 민중을 개, 돼지 취급했으나 잘해야 파면으로 끝나지만,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의 무고한 죽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진실을 규명하라고 했을 뿐인데도 실형을 받는 현실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일까요?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 때 퇴선 유도 지시를 안 했다고 구설에 오른 해경 책임자를 지난 11일자로 승진까지 시켰습니다. '헬조선'이라는 말로도 대한민국의 현실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권 이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해 130개국 중 70위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통제를 받는 홍콩보다도 밑이며 탄자니아보다 한 단계 위일 뿐인 이 처참한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민중은 개, 돼지다. 개, 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원작으로 히트한 영화 〈내부자들〉의 유명 대사죠. 이 대사를 현실에서, 그것도 진짜 국민한테 하는 고위 공무원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보다 막장으로 치닫는 박근혜 정권하에서는 상상이 현실이 되더군요.


출처 - SBS

 


아시다시피 지난 7일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식사 중에 문제의 저 발언을 했습니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까지 발언하며 죽은 구의역 비정규직 청년마저 모욕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경향신문》 기자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재차 물었으나 다시 대답한 거로 보아서는 술김의 실언이 아니라 평소의 신념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고위 공무원으로서 국민을 저렇게 보고 있고 또 그걸 부끄러움 없이 기자들 앞에서 내뱉었다는 것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교육부 소속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됩니다. 한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이 지내는 법 그리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자신의 역할 등을 교육하고 지도하도록 정책을 기획해야 할 담당자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우리나라 교육부가 과연 제대로 운영되고 있었을지 되묻게 되는군요.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해도 일사천리도 진행되는 것에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민중을 개, 돼지로 생각하는 정책기획관이 일하는 교육부에서 어떤 국정 교과서를 만들지 안 봐도 그림이 나옵니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연세대 교육학과 출신으로 3년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 유학비와 체재비를 국비로 지원받았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장학금까지 받고서 은혜를 갚지는 못할망정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다니 목불인견이 따로 없습니다.


출처 - YTN


분노한 여론을 의식한 교육부는 지난 11일 긴급 브리핑 자리에서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망언으로 국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한 책임을 물어 나향욱 정책기획관을 파면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최고 수위의 중징계이긴 합니다만 검사의 구형처럼 아직 최종 선고인 것은 아닙니다. 여론이 잦아들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슬쩍 파면에서 사직 처리하고 덮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어야 말이죠.


박근혜 정권 들어 고위직 인사들이 막말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눈 가리고 아웅도 할 생각조차 없나 봅니다. 단순 말실수나 욱해서 욕을 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국가 반역급 발언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출처 – 채널A


지난 1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워크숍에서 이정호 센터장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마지막 사장이었다고 자랑하며 건배사로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했다고 합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본이 영국의 동인도회사를 본떠 만든 기관으로 조선 착취의 대명사죠. 나석주 의사의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으로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일 겁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사장이었다면 빼도 박도 못할 친일파이고 이를 부끄러워해도 모자랄 판국에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고 대한민국 정부 출연 기관의 워크숍에서 자발적으로 '천황폐하 만세' 삼창까지 하다니 뼛속까지 친일파 집안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정호 센터장은 전두환 노태우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핵심 멤버였던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의 차남이었습니다. 3대가 참 알뜰하게 나라를 망치는군요. 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마지막 사장이었다는 이정호 센터장의 자랑은 거짓말이라는군요. 조선총독부가 사장 같은 높은 직책에 조선인을 봉했을 리 없으니 기껏해야 조합장 정도였을 거라고요. 조합장 자리였더라도 보통 사람 같으면 쉬쉬하거나 부끄러워하며 사죄할 마당에 이정호 센터장은 스스로 나서서 거짓말로 할아버지 직책까지 높여가며 친일파로서 소임을 다한 것입니다. 할 말을 잃게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하긴 뭐 이 정도는 박근혜 정권에서는 기본 스펙이겠죠? 유신 시대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 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 입장에서 알아서 척척 해결해주고, 미국의 국익 앞에서 견마지로를 다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기에는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겠습니까?


출처 - JTBC


교육부 인사가 민중을 개, 돼지 취급하여 공분을 사기 전에 한국장학재단은 헬조선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연명하는 학생들을 조롱했습니다. 지난 4일 한국장학재단 안양옥 이사장은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이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고 말해 학생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경감시켜주는 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이 저따위 소리를 했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졸업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학자금 대출의 빚을 갚느라 등골이 휘어지는 청년이 태반이 판국에 감히 저런 농담을 하다니요?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 부창부수(夫唱婦隨 )가 따로 없다고 해야 할까요?


출처 - 매일경제


이외에도 미래부 서기관급 공무원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었습니다. 지방직 공무원들이나 일선 경찰관들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은 너무 많아 뉴스에 다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무원의 도덕적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런 망언들을 대놓고 해도 해를 입지 않을 거라 기고만장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의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더 큰 문제는 불의의 정점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비롯해 이 모든 일련의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간주하고 꼬리 자르기로 일관한다는 사실입니다. 고위직에 앉혀서는 안 될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비위나 맞추는 사람들만 주변에 등용하니 이런 사달이 안 날 리 있겠습니까? 정부는 나날이 무능해지고 부패할 수밖에요.

 

 

출처 - 경향신문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면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 있는 사람들을 일소하고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하겠지만 '아몰랑' 대통령인 박근혜는 지역 이기주의와 안보 프레임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 참석차 오늘 몽골로 외유를 떠날 예정입니다. 아직도 2년 남았습니다. 대한민국이 망가지는 모습을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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