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역대 5번째 큰 지진, 원전은 과연 안전한가?

 

지난 5일 오후 8시 33분, 울산시 동구 동쪽 52킬로미터 부근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역대 5위 규모에 해당하는 지진이라고 합니다. 역대 1위가 1980년 평안북도 의주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라고 하니 이번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얼마나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었는지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번 지진으로 울산은 물론 부산, 경남, 경북, 광주, 대전과 경기 지역에서는 진동을 감지했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진앙에서 가까운 울산에서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흔들렸습니다. 또한 화분이 깨지고 찬장에서 그릇이 쏟아졌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음식점, 주점에서 깜짝 놀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울산의 한 영화관은 영화 상영을 중단하고 관객을 대피하게 했습니다. 부산 해운대 신도시에서는 지진에 의한 진동 때문에 창틀이 어긋났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KNN 뉴스


대한민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신화는 번번이 흔들렸습니다. 역대 5위의 지진이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마당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는 이곳이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 지역이라는 사실입니다. 6제곱킬로미터 안에 무려 10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서울로 따지자면 여의도 2개 크기 안에 빌딩 숲 대신 원자력 발전소 10개가 들어 있다는 얘깁니다.


출처 - KNN뉴스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에서 인구 7만 명의 정관 신도시는 불과 11킬로미터, 5만 5000명의 기장읍은 불과 12킬로미터 거리밖에 안 됩니다.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부산 해운대구도 21킬로미터, 부산의 중심인 부산시청까지도 불과 27킬로미터 거리밖에 안 됩니다. 울산 시청은 23킬로미터, 양산시는 2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미국 핵 규제 위원회의가 인구 중심지로부터 원자로 위치를 제한한 기준은 32~34킬로미터입니다. 지금도 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가까운데, 이번 신고리 원전 5, 6호기는 제한 기준의 8분의 1 수준인 4킬로미터 거리에 인접해 있습니다. 4킬로미터는 인류 최대의 참극인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나 통용되던 거리죠.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적용해 원전 건설을 승인한 탓에 우리나라에선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에 47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게 되었습니다. 만약 지난 5일 발생한 울산의 지진이 후쿠시마 대지진 같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뉴스를 보고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입니다. 설마 설마 하며 그냥 둘 일이 아닙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울산에 지진이 일어나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진앙과 가까운 월성 원전과 고리 원전은 물론 국내 모든 원전이 안전하게 정상적으로 운전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원전은 규모 6.5의 내진설계 덕분에 안전하다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했죠. 경북 경주의 중,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지진 피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지진이 나자 B급 비상발령을 내리고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고, 원자력환경공단도 재난 대응 4단계 가운데 2번째에 해당하는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상황실을 가동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정말로 안전한 걸까요?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는 지질학적 데이터로 보면 한반도에 약 400년마다 규모 7 정도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한수원이 주장하는 내진 설계 범위를 넘어버리는 강력한 지진입니다. 노후된 원전들도 문제지만 현재 한수원이 강행 중인 신 고리 5, 6호기조차 한반도에 예상되는 최대 지진 규모 7.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내진설계를 기초로 했고 해당 지역 활성 단층대의 지진 평가도 없었습니다. 바다 단층에 대한 평가는 아예 항목에 없었죠.

 

이번 울산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지진이 일어난다면 밀집해 있는 원전은 모조리 위험합니다. 만에 하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은 그 자리에서 죽는 줄도 모르고 증발하게 되고 한반도 전체가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한수원의 주장대로 원전이 정말로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전력 소비가 가장 큰 수도권에 설치하면 될 텐데 그러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원전 수도권 분산 설치를 요구하는 지역민들에게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수도권은 인구 밀집 지역이라 대피가 어렵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킨 일을 기억하시는지요? 진실은 감출 수 없고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출처 - 녹색당


녹색당은 지진이 발생한 즉시 논평을 냈습니다. 이번 지진이 의외의 일이 아니라며 "한반도는 강진이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와 같은 판에 위치하고 있다. 지진 발생 빈도는 낮지만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규모 7.0 지진이 일어난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도 지진 발생 기록이 숱하다. 옛날 일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규모 5∼7 지진이 400년 주기로 발생한다는 학설도 있다. 과거에 지진이 일어났고 미래에도 지진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부산~경주~울진 일대(양산단층)와 울산~경주 일대(울산단층)에, 그러니까 핵발전소 밀집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고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또한 "핵발전소는 지진이 없더라도 근심과 공포를 초래한다. 사고의 가능성보다 사고 이후 재앙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눈앞에 닥친 지진 피해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우리의 답은 탈핵일 수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핵발전소들이 규모 6.5 지진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밝혔지만,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배제할 수 없으며, 친핵세력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 특히 한 번 터지면 회복이 불가능한 일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불과 9명으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는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울산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에 찬성한 위원은 7명이다. 이제 앞으로 이들의 승인 결정은 땅보다 먼저 흔들려야 한다"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백지화하고 속속 핵발전소 폐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잘못된 전력수급계획에 기초한 신규 원전 건설은 취소되어야 한다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 취소 가처분 소송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전력소비 증가율을 실제와 다르게 높여 잡고 안전성 검사도 제대로 안 됐다는 주장을 무시하고 건설을 강행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조처가 잘못됐다는 얘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이번 울산 지진 발생 상황에서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허술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17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 날짜를 잘못 기재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한참 늦은 문자를 지진 발생 당일인 5일이 아닌 4일이라고 표기한 채 1차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겁니다. 6분이 지나서야 5일로 정정해 문자를 재발송했지만, 실제 재난 상황이었다면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국민의 혼란만 부채질했을 사태였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20퍼센트가 쓰고 있는 3G 폰은 이런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상시로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일본은 지진이 일어나기 수 초 전에 이를 예견해서 경보를 발령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전 관리는 물론 대응을 위한 문자 하나 보내는 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지진 발생 상황에서는 대피시간이 5초만 주어져도 근거리로 피할 수 있습니다. 10초면 90퍼센트, 15초면 95퍼센트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지진 발생 후 17분이 된 시점에서 보낸 문자가 정확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다 죽고 난 다음일 겁니다.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보낸 이번 긴급재난문자는 지진이 일어났다는 내용뿐이었습니다.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집이 흔들리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나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답변이 가관입니다. 문자 발송 시 글자수 제한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전력예비율은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새 원전을 강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원전 마피아들의 잇속과 그들의 뒤를 봐주는 정권 실세들의 검은 배를 채우려는 욕망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 내진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지진이 닥친다면 대한민국이 어찌 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때입니다. 500만 명이 사라진 이후에는 너무 늦기 때문입니다.

 

 

시급한 에너지 전환,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의 내용을 중심으로 왜 우리가 에너지 전환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지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전은 원자폭탄과 일란성쌍둥이입니다. 원자폭탄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핵분열을 일시에 폭주하게 하여 ‘빵!’ 터뜨리는 거라면 원전은 천천히 터뜨리면서 열을 이용하는 설비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핵폭탄은 가진 자가 쏘고 싶은 데로 쏠 수 있지만, 원전은 본체 내장형 폭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원전 마피아는 입만 열면 원전의 안전성을 설파하지만 실상 원전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은 체르노빌 참사에 이어 세계 원전 마피아들의 행보에 다시 한 번 찬물을 끼얹었죠. 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예비 발전기가 무용지물이 되고 외부 전력마저 차단되어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노심용융 상태까지 간 후쿠시마 원전 1·2·3호기는 히로시마 원폭보다 100배 이상 되는 방사능을 유출한 채 5년이 지나도록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전의 무서움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원전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단계적 폐쇄 조치를 하기에 이릅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정부는 2010년 10월 28일 사민당―녹색당 연합 정부에 의해 2000년에 채택된 단계적 원전 폐쇄 정책을 뒤집은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죠. 메르켈 총리는 이튿날 즉각 원전의 수명 연장을 철회했습니다. 이후 5월 30일 독일 정부는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원전 폐쇄를 시행하여 2022년까지 가동 중인 원자로 17기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탈리아의 국무회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3월 29일 원전 재건설 계획을 최소 1년간 유예한다는 안건을 통과시킵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듬해인 1987년부터 20여 년간 유지해온 원전포기 정책을 철회하고, 2020년까지 총전력 수요의 25퍼센트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죠.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높아지는 반원전 기류에 저항해 2011년 6월 13일 원전건설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단행하지만 투표 참가자의 94퍼센트가 원전에 반대했습니다.


2011년 9월 28일에는 스위스 상원도 향후 20년 동안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사고 직후 이미 원전 신규 건설 프로그램을 동결한 바 있죠.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직접적 피해자인 일본은 어땠을까요? 일본은 유일한 원자폭탄의 희생국이면서도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열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라늄 농축에서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까지 핵연료 주기와 관련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축적하기에 이르렀죠. 기술 자립을 이룬 히타치와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3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원전 마피아는 일본 경제에서 압도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에서조차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일본 국민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사고 발생 한 달을 맞아 일본 도쿄에는 1만 5000명의 시민이 모여 거리행진을 벌이는 등 수만 명이 원전반대 집회에 참석했죠. 5월 7일에는 1만 5000명의 시민이 모여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고, 석 달째를 맞이한 6월 11일에는 전국 150개 지역에서 원전반대 집회가 열렸습니다. 원전반대 시위는 9월 19일 ‘원전에 작별을 고하는 1000만인 행동’이 주최한 메이지공원 집회에 6만여 명이 모여 거리 행진을 하면서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2011년 8월 26일 간 나오토 총리가 사퇴하고 후임 총리로 극우파적 역사관을 가진 노다 요시히코가 선출되었습니다. 노다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전범은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우파 정치인입니다. 그는 취임 후 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일본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10월 17일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일부 원전에 대해 가동을 허가해줄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고, 며칠 후에는 "정기점검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전을 내년 여름까지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합니다. 당내 반대파 의원들의 비판을 받긴 했지만 일본 원전 마피아의 힘이 민주당까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결과입니다.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자민당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원전 정책을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해 여름을 원전 없이 지내는 데 성공하여 탈핵파가 힘을 받기도 했지만, 아베 총리 등장 이후 슬금슬금 원전 가동이 재개되고 원전산업이 주요 성장동력 산업으로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되었죠. 그러다 2015년 7월 아베 정부는 2030년 발전원 구성에서 원전의 비율을 20∼22%로 상정한 전력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해 8월 11일 센다이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죠.


일본이 여태껏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대형 사고를 당하고도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산업계의 요구가 크기 때문입니다.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제너럴모터스(GE)는 물론 프랑스의 아레바와도 연합을 맺은 일본의 원전 3사인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중공업, 이들은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그룹 내의 매출액 비중이 매우 큰 업체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위기를 해외 진출 기회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스리마일 원전사고가 기술 이전의 기회를 가져왔듯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전 마피아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잔뜩 기대하고서 말입니다. 한국의 이런 입장은 세계 원자력발전 시장이 계속 확대되리라는 희망적인 예상과 일본이 수출 시장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세계시장은 점점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단계적 원전 축소를 선언한 국가가 늘어났으니까요. 안전성 강화에 따라 원전 건설과 운영 비용도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죠. 또한 재생가능에너지원의 그리드 패리티(재생가능에너지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실현이 가시화함에 따라 원전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현재 에너지 체제의 주역인 화석연료 3인방입니다. 대표 선수는 석유죠! 석유 시대가 계속되리라는 믿음은 의외로 넓게 퍼져 있습니다. 바닷물이 눈에 띄게 뒤로 빠지고 있는데도 막상 닥쳐와야 ‘아∼ 이런, 이게 쓰나미구나!’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이쪽 파에 속합니다. 96퍼센트의 1차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서 연간 전체 수입액의 3분의 1을 에너지 사오는 데 쓰고 있으면서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올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상 세계적으로 이쪽 파는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외에는 미국 정도가 이에 해당할까요? 물론 미국에서조차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쪽이 많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인 주에서 말이죠. 그래도 세계 13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세계 최초로 석유산업을 시작한 나라로서 이쪽 업계의 입김이 여전히 연방정부를 지배하는 건 사실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셰일가스가 붐을 일으키면서 미국의 화석연료 사랑은 당분간 기조를 유지할 듯합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는 매장 지역이 한정된 엘리트 에너지입니다. 아쉽게도 한반도는 그 혜택을 받지 못했죠. 그 결과 우리는 해마다 약 200조 원을 에너지 수입에 사용합니다.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까요?

 


세계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을 겪은 이래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왔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1·2차 산업혁명이 낳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의 바탕이 된 화석연료에너지, 1950년대 핵폭탄의 부산물로 등장한 원자력에너지,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반열에 오른 재생가능에너지가 미래 에너지 체제의 주역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습니다.

 

이미 승부는 기울었습니다. 대세를 장악한 건 재생가능에너지입니다. 값싼 화석연료는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일시적 공급 과잉으로 도래한 현재의 저유가 상황은 매서운 겨울 추위를 앞둔 ‘인디언 서머’일 뿐입니다. 그동안 월가의 금융자본이 버텨준 셰일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이마저 끝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겨우살이를 준비해야 하는 이 호기마저 살리지 못했습니다.


원전파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호객 행위를 벌입니다. 하지만 원전의 이런 편승은 경제성, 안전성, 폐기물 처리의 어려움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반면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해양에너지, 바이오에너지,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50억 년 후까지 고갈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환경 파괴도 가장 적은 편입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퍼센트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겁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한정된 지역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엘리트 에너지가 아닙니다. 5대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에도 고르게 주어지는 자연의 혜택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해마다 수십조 원을 해외로 내보낼 필요 없이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현재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체제는 중앙집중형입니다. 대자본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 공급이 이루어집니다. 화석연료가 동인이 된 1·2차 산업혁명은 농업사회를 산업사회로 변화시키고, 인류로 하여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물질문명을 좇게 했습니다. 70억 명을 훌쩍 넘어선 인류는 여전히 지구를 혹사하며 자신의 터전을 황폐하게 합니다.

 

 

제레미 리프킨은 재생가능에너지와 정보통신산업이 주도하는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립니다. 소규모 분산성이라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단점이 정보통신산업에 의해 연결되어 극복되고, 에너지 대기업에 의해 독점되던 이익을 소규모 생산자에게 나누고, 집중과 관리가 아닌 분권과 협업이라는 새로운 사회의 토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 체제의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오래전부터 에너지 전환을 준비해온 덴마크나 독일처럼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우리 후손에게 너무 버거운 짐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러분의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모색해주시기 바랍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집에 TV가 없냐는 질문을 받아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TV 수신료가 0원이라 확인차 전화하는 것인데, 이때 집에 TV가 있다고 대답하면 TV 수신료를 물게 됩니다. 요즘은 TV로 공중파를 보지 않고 IPTV로 관련 콘텐츠를 보는 분이 많이 계시죠. 그러니 TV가 있다고 무조건 TV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의식 못 하고 있다가 이런 일이 생기면 문득 우리가 공짜로 보는 것 같은 TV 방송도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TV 수신료는 공영방송인 KBS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국민에게 걷는 일종의 세금입니다. MBC, SBS, KBS2 등의 지상파는 광고수익을 거두기 때문에 수신료가 없지만 KBS1은 광고가 없고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수신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공짜라고 착각하게 되는 이유는 이 TV 수신료 2500원이 전기요금에 합산되어 일괄 청구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전력이 7~8퍼센트 정도의 징수 수수료를 받고 위탁 운영하는 중이죠. 


출처 - 경향신문


이 TV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KBS가 '땡전 뉴스'를 남발하던 시절에는 주로 정치적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전두환 정권 말년이던 1986년 대대적인 방송시청료 납부거부운동이 벌어져 1984년 1148억 원이던 시청료가 1988년에는 785억 원까지 급감한 적도 있죠.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결국 1994년 방송법 시행령을 근거로 TV 수신료를 지금처럼 전기요금에 통합하여 고지합니다. 이로 인해 납부율이 98퍼센트까지 치솟죠. 이후로도 TV 수신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이 연이어졌지만 모두 KBS가 승소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렇게 TV 수신료를 강제로 일괄 징수하는 나라는 세계에 한국과 터키 정도밖에 없습니다. 영국 BBC나 일본 NHK는 일일이 TV 수신 여부를 검사하여 TV 수신료만 따로 직접 징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진짜 우리나라 TV 수신료는 요금이 아니라 세금에 더 가까운 셈이죠.


문제는 요즘입니다. 옛날에는 사실상 KBS와 MBC 두 채널 이외에는 보고 싶어도 볼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지상파만 보는 사람이 오히려 드문 셈이니까요. 게다가 KBS의 수신료 수입은 더 짭짤해졌습니다. 1인 가구가 늘다 보니 인구는 줄었어도 TV 수신료 부과 대상이 늘었기 때문이죠. 전기 요금에 합산되어 나오는 TV 수신료라는 항목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TV 수신료의 부조리함을 아는 분들 가운데 집에 TV가 없다며 TV 수신료 부과 중지를 요청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IPTV의 보급으로 스마트폰 화면으로 방송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TV로 방송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죠. 방송 환경은 이렇게 급변했지만 KBS는 배짱 튕기며 공무원처럼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며 TV 수신료 부과 중지를 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출처 - 전자신문


TV 수신료 부과 기준이 구시대적이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수신료 부과는 TV를 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TV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합니다. TV의 기준은 안테나를 연결할 수 있는 튜너가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하지만 요즘 누가 안테나 세워서 TV를 봅니까? 

 

생전 지상파 한 번 안 봤더라도 TV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수신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컴퓨터 모니터에 TV 수신카드를 달아 온종일 지상파를 봐도 이 사람은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TV가 아니라 컴퓨터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수신료 이중부과 논란이 나오기도 합니다.

 

요즘은 IPTV를 대다수 가정이 사용하고 있죠. 물론 이에 따른 월 이용료를 냅니다. 그런데 IPTV 이용료와 별도로 TV 수신료는 전기 요금에 합산되어 청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선 지상파 요금을 두 번 내는 셈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TV 수신료를 시청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공영방송을 위한 공적부담금이라고 판시했습니다. 공적부담금이므로 별도의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러니 TV 수신료가 정말 세금과 다름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지금 KBS가 준조세 성격의 공적부담금을 받아 운영하면서 과연 정치적 중립성과 공영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땡전 뉴스 시절과 다를 바 없이 박통 찬양 및 물타기 뉴스만 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세월호 보도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모든 걸 증명해주지 않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이제 모바일 IT기기에도 수신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도 TV 수신료를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KBS 수신료가 국민의 반발로 35년간 동결돼 광고수입이 급감하고 제작비 상승 및 차세대 초고화질 방송 투자를 위해 더 많이 걷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현행 2500원인 TV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려고 시도 중이죠.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요? KBS 수신료 수입은 2008년 5468억 원에서 2014년 6080억 원으로 11.2퍼센트나 증가했습니다.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사회적 요인으로 전체 보유 TV 대수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모바일 IT기기에까지 TV 수신료를 부과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KBS가 돈 뜯어낼 구석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가 아닐까요?

 

논란이 커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모바일 기기에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전혀 논의한 바 없다며 발을 뺐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자주 하는 특유의 간보기를 따라 한 걸까요?


출처 - 헤럴드경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집에서 지상파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DMB 기능을 쓰지 않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유튜브를 관련 콘텐츠를 보거나 따로 결제하는 VOD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이용자가 유료로 가입해도 광고를 봐야 하는 마당에 쓰지도 보지도 않는 방송을 위해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에 TV 수신료를 물리려 하다니, 행정편의주의도 정도껏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KBS가 BBC 수준으로 격조 높은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영상물을 만들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헌재의 판시대로 공적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사회를 위해 못 낼 이유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네가 꼭 해야 할 의무는 방기한 채 돈만 뜯어가겠다고 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차라리 집에서 TV를 치워버리는 게 답이 아닌가 싶군요. TV 수신료 내기가 너무 아깝다 싶은 분들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별세했습니다. 그는 1928년생으로 향년 87세였습니다. 정보혁명을 예견한 대표작 《제3의 물결》을 비롯해 《미래의 충격》 《권력 이동》 《부의 미래》 등 21세기를 예견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


뉴욕 출신인 앨빈 토플러는 뉴욕대에서 영어를 전공하다가 부인이 되는 하이디를 만났습니다. 이후 자식 없이 60년을 함께합니다. 두 사람은 1950년에 클리블랜드로 이주해 공장에 취직합니다. 토플러는 용접공으로, 부인은 노조 직원으로 일했죠. 훗날 미래학자가 되는 사람의 인생 궤적이라면 좀 특이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앨빈 토플러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공장 노동자가 사무직 노동자보다 지능적이지 않다는 사회적 통념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출처 - KBS


용접공으로 일하며 노동조합 관련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문필가로 두각을 나타내던 토플러는 이후 신문기자로 활동합니다. 경제지 《포천》에서는 백악관 정치와 노동문제를 담당했고 기업 경영 관련 칼럼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합니다.


출처 - 교보문고


1970년 현대사회를 통찰한 저서 《미래의 충격》을 내놓으면서 미래학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1980년 대표작 《제3의 물결》을 내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죠. 앨빈 토플러 때문에 '미래학'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알게 된 분이 부지기수일 겁니다. 토플러는 인류에게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에 이어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견했습니다. 정보화시대, 재택근무 등의 용어도 이 책에서 그가 처음으로 사용했죠. 토플러는 1991년 《권력 이동》을 내며 저품질 권력인 폭력, 중품질 권력인 부 그리고 고품질 권력인 지식으로 권력의 3대 원천을 분류하면서 21세기 전 세계 권력투쟁의 핵심은 '지식의 장악'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식은 권력의 가장 민주적인 원천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출처 - 매일경제

 

앨빈 토플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이기도 했습니다. 1998년 4월 7일 앨빈 토플러는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앨빈 토플러에게 실업대책과 벤처기업 육성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초청했기 때문이었죠. 이날 토플러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미국에서도 대기업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었으나 중소기업이 이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결과적으로 고용이 늘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위주로 실업대책을 세우고 있는 데 대해 동감을 표시했습니다.

 

한편 토플러는 우리나라의 벤처기업 전망에 대해 "한국에서 생각하는 벤처기업 벤처자본과 미국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리대출을 받는 기업, 이익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벤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미국에서는 아주 소규모이고 유망한 기업을 벤처기업이라 하며 벤처자본이 어느 분야로 이동할 것인지는 결국 시장이 결정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런 방법을 택할 경우 은행이나 대규모 자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며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자본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출처 - KBS


18년이 지난 오늘 돌아봐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충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벽두인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21세기에 예견되는 중국 신드롬, 러시아의 개방, 북한과의 분쟁, 아시아의 선도국으로 복귀하려는 일본, 도약하는 인도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또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고였는데요, 이 보고서는 지금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누리집에서 한국어 번역본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앨빈 토플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http://bit.ly/175bpnU


이 보고서에서 앨빈 토플러는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이 선택은 현재뿐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요, 그 선택이란 다름 아닌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종속국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선도국가가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선택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한국인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세력에 의해서라도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라고 했죠. 한국이 제1, 제2의 물결인 농업과 산업국가로 빠르게 도약했지만 산업화에 안주하면 안 되며, 혁신적 지식기반 경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한국의 대기업 집중이 완화되어야 하고 관료화와 수직적 사회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조직도 지식 기반 경제에 맞춰 유연하고 수평적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했죠. 교육도 굴뚝시대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능력을 배양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도약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경제시스템인 지식 기반 경제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실업률 증가, 임금 하락 등 많은 고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출처 - 브릿지경제


그로부터 15년. 그가 가고 난 자리의 한국은 어떻습니까? 앨빈 토플러가 생전에 했던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는 오히려 산업화 시대로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국민 스스로 이명박과 박근혜 같은 지도자를 뽑음으로써 산업화 시대, 권위주의로 퇴행해 지식 기반 미래 산업의 바탕을 내던져버렸습니다. 죽음의 사업인 4대강,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새마을운동 등 삽질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 형국입니다. 10년간의 퇴행으로 OECD 국가 중 손꼽을 만큼 높은 빈부 격차, 하늘을 찌르는 실업률, 고착화되는 계급사회, 무능과 불의가 고위직 진출의 스펙이 되는 사회로 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앨빈 토플러의 말마따나 미래는 언제나 너무 빨리, 잘못된 순서로 온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한국의 미래를 생각했던 지성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이때,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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