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농단한 핵심 중 한 명인 최순실에게 징역 20년과 벌금이 선고된 후, 지난 2월 27일 국정농단의 주역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 원이 구형되었습니다. 같은 국정농단의 주범이었던 최순실이 민간인으로서 징역 20년을 받았다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권력을 휘두르고 세금을 국정농단에 사용한 박근혜는 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자 국민의 뜻일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으며, 그 결과로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버지인 박정희처럼 과거의 유물이 되었어야 마땅한 권위주의 정부의 정경유착을 그대로 답습해, '경제민주화'라는 자신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건 물론이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 치부했다는 거죠. 또한 그 죄를 묻는 법정에서 재판을 보이콧하는 등 매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반성의 뜻도 보이지 않으니 엄중한 처벌로 그 책임을 물어야 역사가 바로 선다는 내용도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박근혜는 1심 결심 공판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순실의 1심 판결이 징역 20년이었던만큼 법적인 책임이 있는 직위에 있었던 박근혜는 그보다 더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박근혜의 1심 선고 공판은 4월 초로 예상됩니다.


출처 - 뉴스1


한편 이명박근혜 시대를 열고 국정농단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일이 정해졌습니다. 물론 피의자 신분입니다. 검찰은 오는 3월 14일 9시 30분 이명박을 소환 통보했습니다. 현재 100억 원대 뇌물수수 의혹과 다스 관련 등 갖가지 의혹에 엮인 이명박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해야 실체적 진실이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지난 5일 이명박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곧바로 이들을 소환 조사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을 소환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명박이 소환에 응한다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역대 다섯 번째,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이명박에게 준비할 시한을 충분히, 넉넉히 주었기 때문에 출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박근혜에게 6일 전에 소환 통보를 했었는데, 그에 비해 이명박에겐 이틀을 더 준 셈입니다.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반론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죠.


출처 - 조선일보


이명박은 비서실 명의로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면서도 날짜는 검찰과 협의해 정하겠다며,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대범치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난 혐의만 해도 국정원 특활비 상납, 불법자금 수수, 다스 의혹, BBK 투자금 반환 과정 직권남용 의혹, 삼성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 이면 거래 등등 수두룩합니다. 저지른 범죄가 너무 많아선지 이명박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 소환을 늦출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합니다.


출처 - 교통신문


대한민국 곳곳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이게 나라냐!" 하고 외치게 했던 국정농단 사태 해결의 오프닝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은 보편적 상식과 윤리가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잘못해도 잡아떼면 모면할 수 있었고, 법정에 서더라도 빠져나가는 악인들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근혜 9년은 국민이 개·돼지로 전락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무너진 사회, 갑은 철저하게 갑질을 하고, 을은 을들과의 전쟁에 내몰리는 사회였습니다. 사람보다 돈을 앞세웠던 이명박근혜 정부에 맞서 촛불의 힘을 배경으로 탄생된 새 정부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 보편적 상식과 윤리를 재정립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염원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경향신문

 

국정농단 사태 해결이 이제 본론에 들어갑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던 삼성 이재용을 잊지 말고 국정농단 사태의 대단원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는 개개인의 원한을 앙갚음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을 되돌리는 역사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단지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온 과거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반영되는 기초가 튼튼한 나라로 탈바꿈하도록 우리가 뜻을 모아야 합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가 그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박근혜 탄핵" "박근혜 하야"


많은 사람이 바랐지만 네이버, 다음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이 두 단어가 점령한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이나 싫어하던 사람이나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겠죠.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던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 열람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2분이 채 안 되는 녹화본 사과였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라기 보다는 변명에 가까웠지만, 대통령 스스로 청와대 내부문서를 민간인에게 유출한 사실을 인정한 꼴이 됐습니다. 대국민사과마저 최순실의 OK 사인을 받고 한 것이냐는 사람들의 비아냥이 쏟아졌죠.


출처 - 국제신문

 

출처 - 경향신문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라는 말을 박 대통령은 또 한 번 입증했습니다. 지난 2014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일명 정윤회 문건을 유출했을 당시 문건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일벌백계를 주문한 바 있었죠. 박순실에게 문건을 유출한 자신은 어떻게 일벌백계하려나 모르겠습니다. 대국민사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대통령 연설문을 누가 유출했는지 청와대가 나서서 색출 작업을 했는데 말이죠.



출처 - JTBC


대국민사과로 문건유출을 인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현행범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무단으로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서의 대외 유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밝힌 대로라면 비선실세인 최순실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현행범으로 처벌될 수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최순실 게이트'야 말로 언론에 의해 폭발적으로 까발려진 한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요, 사회적 충격으로 따지자면 '9.11'에 비견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건 단순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 국기문란을 넘어선 국정붕괴"라고 개탄하면서 "이렇게 가면 정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와 내각 총사퇴,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를 촉구했습니다. 막장 드라마만도 못한 비선실세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이런 시나리오를 썼다면 '현실성이 없어도 정도가 있어야지!'라는 비난을 받으며 방송이 중지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죠.


출처 - 한겨레

 

최순실 게이트는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과 청와대, 즉 박근혜 정권 자체의 비리가 됐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이없는 이유로 탄핵을 당했을 때와 같은 기준이라면 현행범인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이 아니라 하야함이 마땅합니다. 

 

실제로 야당에서는 역풍 우려 속에서도 탄핵안 제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다음 대선을 위한 포석으로 집권당인 새누리당마저 비박을 중심으로 탄핵안을 제출할지도 모른다는 루머까지 나돌 정도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JTBC뿐 아니라 보수 종편의 거성인 TV조선까지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 다했죠.

 

출처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신문으로 배우는 실용한자' 연재물에 '하야(下野)'라는 단어를 소개했습니다. 박근혜 정권과 마찰을 빚기도 했던 전력이 있는 〈조선일보〉가 "권력자가 직위에서 물러남"이라는 뜻의 '하야'를 실은 것을 그냥 넘길 일은 아니겠지요.    

 

출처 - 경향신문


지난 4년간 박근혜 대통령의 비문투성이 유체이탈 화법과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준다" "척 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같은 사이비 종교인 같은 말투 뒤에 국정을 농락한 '최순실'이라는 무당이 존재했음을 알게 된 사람들은 수많은 풍자와 조롱을 쏟아냈습니다.



일전에 저희도 소개한 적이 있는 '박근혜 번역기' 개발자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며 자신은 대체 그동안 누굴 번역한 건가 하며 허탈해했습니다. 다른 누리꾼들도 JTBC가 공개한 최순실 PC에 담긴 자료들을 보면서 지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추진된 사업들이 얼마나 최순실 개인의 손아귀에 놀아났는가를 파악하고는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창조경제'란 이름이 붙은 정부 사업은 거의 다 최순실의 손을 거쳤다고 합니다. 여기에 투입된 국가 예산만 20조가 넘죠. 천문학적인 혈세가 비선실세 몇몇에 의해 사라진 셈입니다. 흙수저들은 헬조선에서 한 푼 벌기도 힘든데 말이죠.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층 중에는 친구에게 연설문 좀 보여준 게 무슨 잘못이냐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는데, 뭘 모르는 얘기도 정도껏 하셔야 합니다. 대통령은 일국의 대표자이자 공인으로서 그 권한과 책임이 막중합니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국정 철학은 물론 실질적인 경제정책의 기조 또한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대통령의 담화문을 발표 전에 입수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금리를 인상한다는 내용이라면 자신의 대출 관계를 미리 정리해 손해를 줄일 수 있을 테고, 재개발 내용이 담겨 있다면 미리 점찍어둔 땅을 살 수도 있을 겁니다. 창조경제를 예로 들어 K팝 엔터테인먼트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면 미리 K팝 관련주에 투자해서 시세차익을 노릴 수도 있겠죠. 이처럼 대통령의 연설문은 우리의 삶과 밀접히 연결된 중요한 문건입니다.

 

출처 - 시사인


진경준의 공짜 주식과 이화여대 사태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이제 현직 대통령과 그들의 비선실세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말아먹고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게이트로 번졌습니다. 제정 러시아를 망하게 한 요승 라스푸틴 사건이 21세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도 나옵니다. 신돈이 왕실을 농락하던 고려시대, 아니 제정일치의 단군 왕검이 다스리던 고조선으로 퇴행한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최순실이라는 봉인은 이제 막 열렸고,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입니다. 대체 박근혜 정권은 어디까지 썩어 있는 걸까요?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할 때입니다.

 

 

우병우 민정수석부터 새로 임명한 장관들까지, 박근혜식 인사의 참상은 여론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목불인견입니다. 국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는 행동이 있죠. 해외 순방을 핑계로 도피하는 겁니다. 이번엔 러시아, 중국, 라오스 순방을 떠났는데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안 새겠습니까? 러시아와 중국에서 주먹구구식 외교를 펼치다 훈계에 가까운 얘기까지 듣는 낯 뜨거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출처 - 고발뉴스


지난 2일 러시아 및 중국 순방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조건부 사드 배치론'이라고 할 논리를 펼쳤습니다. 북핵 때문에 사드가 생겼으니 그 위협이 사라지면 그때 가서 철수시키면 된다는 얘기였죠.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일관되고 강력하게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와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빈약한 승부수가 통할 리 없죠.


지난 3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년휘호를 구해 딸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했습니다. 극동 러시아 개발에 한국이 투자를 좀 해달라는 우회적인 마음의 표시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반도 핵 문제는 동북아의 전반적인 군사 정치의 긴장 완화라는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면서 군사 대립 수준을 저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쳐 사실상 사드 배치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속내는, 한국은 어차피 전시작전권도 없고 사드 결정권 또한 미국이 가졌으니 미국이랑 얘기하겠다, 그러니 너희와는 경제 얘기나 하겠다는 것일 테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 면전에서 한국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또 말하면 잔소리라고 생각했겠죠.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중국, 러시아를 설득할 방법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외교를 펼치니 무슨 성과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외교가 아니라 외유라는 대중의 질타를 피해갈 수 없는 겁니다.


출처 - 고발뉴스


러시아에서 까인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가선 더한 훈계(?)를 듣습니다. 지난 5일 중국 항저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의 항일 투쟁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193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항저우에서 3년간 활동했다는 사실을 꺼냈습니다. 이어 한국의 지도자인 김구 선생이 저장성에서 투쟁하다 일제에 체포될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이 김구 선생을 보호하도록 짜이칭 별장에 피난시켰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이 1996년에 아버지가 나라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항저우 인근 저장성 하이옌을 찾았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飮水思原 韓中友誼)'라는 글을 남겼다는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음수사원은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시진핑 주석의 의도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중국의 과거를 언급함으로써 한중 관계의 근원과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광복절 축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건국절 타령을 한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중국이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은 주제 파악 좀 하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 나라의 근원이 뭔지 생각은 하고 사느냐'는 뜻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친일파 만주군 장교인 박정희의 딸이란 걸 모를 리 없는 시진핑 주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에 대해 설파한 것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출처 - 뉴스타운


다른 건 몰라도 외교는 잘한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꼴사나운 외교 성과가 만천하게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유체 이탈 화법을 쓰는 불통의 아이콘이 다른 나라에서 쓴소리 좀 들었다고 바뀔 리 없죠. 박근혜 대통령은 항저우 현지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경규 환경부 장관 및 김재형 대법관을 전자 결재로 임명했습니다. 모두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통해 부적격 판정된 사람들이었죠. 

 

출처 - 경향신문

 

급한 일도 아닐 뿐더러 우병우표 부적격 장관들을 해외에서 굳이 원격으로 임명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국회도 우습고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1년 생활비가 5억이라는 문화부 장관이 연수입 1000만 원으로 버텨야 하는 예술인들을 위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헐값 전세에 부동산 투기로 땅을 우습게 보는 농림부 장관은 또 어떻고요?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은 어디까지일까요? 민생 문제 해결에 몰두해도 아쉬울 판에 중국, 러시아와 마찰을 빚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장관을 앉혔으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참으로 불투명합니다.

 

'진박' '친박'으로 권력 다툼을 조장해 총선을 말아먹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 위기 국면 때마다 외국으로 도망하는 건 당연지사가 되었죠. 총선이 있던 지난달에는 멕시코, 이번 달에는 이란으로 외유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최고의 경제외교 성과를 올렸다는 자화자찬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이란에서 벌인 패션 외교로 MOU 64건 체결, 42조 원 경제 가치를 지닌 성과를 올렸다는 겁니다. 이명박 정권의 자원 외교 거짓말에 당한 경험이 있으니, 이제 경제 성과 운운하는 보도를 그대로 믿는 분은 안 계시겠죠?

 

출처 - 뉴스타파


 

대통령의 패션 외교,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는 국내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마다 벌어진 일입니다. 2013년 대선 여론조작,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파문, 2014년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 유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파문, 국정원 해킹 사건, 메르스 사태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현안을 내팽개치고 해외로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그러고는 돌아와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의 신분을 망각한 채 심판자라도 되는 양 아랫사람들을 단죄하는 유체이탈 행태를 보였죠.

 

출처 - 프레시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지난해에 이뤄진 방미도 그런 연장 선상의 외교적 외유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방미 중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회담 결과에 관해 양국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CNN 기자는 미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폭력 사태에 관해 물었습니다. 반면 한국 관련 질문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측 기자석과 수행원 석에선 웅성거리는 동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다른 질문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란 미사일 실험과 시리아 문제, 힐러리 클린턴이 TPP에 반대한 것 등에 관해서만 질문할 뿐 한미 정상회담 직후임에도 한국에 대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겨우 하나 질문이 나오긴 했습니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가서 러시아, 중국 지도자와 함께한 것으로 미국에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은 '하도 길게 말씀하셔서 질문을 잊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미 정상이 만나는 자리에서 저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아합니다.


출처 - 노컷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언론은 여느 때와 같이 호들갑을 떨었죠. 펜타곤 의장대 행사를 16분이나 한 건 파격적인 최고의 예우였다느니,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에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 사진 액자가 3개 배치됐다느니, 부통령 관저로 아시아 정상을 오찬 초청한 건 처음이라느니,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를 찬양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외교는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속셈으로 보였습니다.


뭐, 패션 외교든 한복 외교든 외교적 성과가 있다면 국민은 그나마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번 방미로 거둔 성과는 전무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도입할 차세대 전투기 KF-X 핵심기술 이전 건을 해결하려다가 망신만 당하고 돌아왔죠. 여기에 들어갈 세금만 18조 원이었습니다. 방미 후 여론이 불리해지자 국방부는 차세대 전투기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겠다고 호언장담했죠.

 


MOU는 구속력 약해, 경제 효과도 거의 없어


박근혜 정권에 빌붙어 있는 언론들은 도박 용어인 ‘잭팟’에 ‘대박’까지 써가며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외교 성과를 역대 최고라고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습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와 단독 면담하는 것처럼 사진도 정성스레 잘라서 내보냈지만, 이란 신문을 보니 그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점점 위기가 가시화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그나마 외교로 밥값을 하는가 싶었지만, 실상을 뜯어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MOU는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로 그 문자적 의미는 ‘서로 이해한 것을 정리해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 간 국제 계약에서 본 계약서 전 단계로 MOU를 체결하고 그다음 수순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본 계약을 맺습니다.


출처 - JTBC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국가 간 외교 문서의 격으로 따지자면 MOU는 가장 낮은 단계, 그러니까 그 문제에 대해 두 국가가 서로 얘기를 나눠봤다 정도를 확인하는 문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필요하고 진짜로 일을 진행할 거면 바로 계약을 맺거나 조약을 발표하지 MOU나 맺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정부가 이번 세일즈 외교 성과로 발표한 30건의 프로젝트 중 정말로 실행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가계약 2건, 일괄 정부계약 1건, 그리고 업무협력합의각서까지 6건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이란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뒤집을 수도 있고, 우리나라와 똑같은 얘기를 다른 나라와도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치장만 요란한 경제 외교, 언제까지 국민을 기만할 텐가?


치장만 가득한 허세로 점철된 경제 외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 외교를 빼놓을 수 없죠. 이명박 정권이 자원 외교로 맺은 것도 MOU였습니다. 총 96건의 MOU로 단군 이래 최대 경제 외교 성과라고 떠들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본 계약이 된 것은 16퍼센트인 16건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계약된 것도 경제적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내막을 살펴보니 우리나라가 퍼줘야 하거나 그 과정에 비리가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수두룩했죠.
 

출처 - JTBC


이명박 정부의 외교 허세는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 외교에서 그대로 이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동안 13차례 33개국 순방을 다녀오며 566억 달러, 우리 돈으로 62조 원가량의 투자를 해외에서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청와대가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집행되거나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방미 성과로 7개 기업에서 약 4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떠들었지만, 실제 계약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도 진행 중이라 그 돈이 언제 들어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출처 - 뉴스타파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도 MOU 34건 체결로 사상 최대의 경제효과를 거뒀다며 자화자찬했죠. 하지만 그 MOU 내용은 '멕시코 기업은 좋은 한국 상품을 열심히 발굴하고, 코트라는 한국 수출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라는 의례적인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친구끼리 언제 밥 한번 먹자 하는 약속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근혜 대통령이 체결한 MOU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까지 되어 있었다지요.


출처 - 뉴스타파


이번 이란 MOU 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란 언론들은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투자를 할 것이며 기술 이전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술 더 떠 한국이 이란에 2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기사까지 떴습니다. 한국은 42조 원을 벌었다고 떠드는 반면 이란은 250억 달러를 벌었다고 떠듭니다. 돈을 낸 사람은 없는데 번 사람만 있으니 아무도 모르게 중간에서 돈을 낸 호구는 누굴까요?

 

출처 - 경향신문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들통날 거짓말을 열심히 떠드는 청와대와 정부기관 그리고 주요 언론은 대체 언제까지 박근혜에게 빌붙을 생각일까요? 참으로 한심합니다.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봐도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동안 세계 33개국을 국민의 혈세로 패션쇼 하러 놀러 다닌 것밖에는 안 됩니다. 국민의 비판을 면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멕시코, 이란 순방길에서 맺은 MOU를 실제 계약으로 성사시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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