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화법의 일인자,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유명했습니다. 민생을 챙기지 않고 자화자찬을 일삼고, 대통령을 겨냥한 국민의 개혁 요구에는 마치 딴 사람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하기 일쑤였죠. 몸과 정신이 따로 놀았으니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습니까? 측근들은 MB의 발언을 '마시지'하느라 바빴습니다.

 

재임 기간 내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국민의 방송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한 페이지에 평균해서 거짓말이 다섯 개 정도 나온다고 하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쓴 기록물이라기보다는 거짓말 백과사전으로 기네스북에 오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한겨레

 

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거짓말은 4대강 사업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시간》에서 가장 많은 거짓말과 왜곡이 난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자와 4대강 사업 피해 농민들마저 가차 없이 공격했습니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협상과 촛불집회에 관한 내용이나 자원외교 등에 관해서도 사실 왜곡과 거짓말로 일관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의 부실함에 대한 책임을 노무현 정권의 이면 협상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겼지만, 정작 수차례의 구두 약속으로 협상의 여지를 좁힌 이는 그 자신이었습니다. 해외 자원 투자로 말미암아 천문학적인 부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 전 대통령은 그 일을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며 자원외교에 들인 비용마저 선물로 둔갑시켰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재임 중 초라한 경제성적표를 짜깁기해 자기 자랑에 혈안이 된 자칭 경제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과장과 위선이 가득"하다고 말입니다. 유체이탈 화법의 일인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답다고나 할까요?

 

 

외계어 구사의 일인자, 박근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때문에 국민의 성화가 끊일 날이 없었고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마사지'하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능가합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소통이 불가능한 외계어를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측근들마저 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어 '마사지'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불통과는 차원이 다른 불통이라고 해야 할까요.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외계어에 대한 비판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한국 사람이지만 이해가 불가능한 비문과 오류투성이의 대통령의 화법 때문에 최근 페이스북에는 '박근혜 번역기'라는 페이지까지 등장했습니다. 대통령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겠다며 번역기까지 만든 일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박근혜 번역기 페이지 

 

출처 - 한겨레

 

외계어를 구사하는 대통령 때문에 정치권에 산재한 일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폭풍전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두 가지 사안은 '국회법'과 '황교안 총리 인준' 문제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실 이러한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에 불과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발언한 내용을 막으려고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는 웃기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외계어를 남발하면서 말이지요. 오늘은 이 웃지 못할 현실을 좀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거부권 운운하는 국회법 개정안, 17년 전 박근혜가 발의한 것


여야가 합의한 수정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여당에서조차 반발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팩트TV


그런데 17년 전 김대중 대통령 취임 원년 당시 야당(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수정 국회법 개정안보다 훨씬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2015년 현재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삼권분립 운운하며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논리를 내세우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일을 한 셈입니다.

 

출처 - 한겨레


17년 전 박근혜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보면 행정부는 국회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국회 의견에 대한 정부의 수용 의무를 명확하게 강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엄살을 부리는 국회법 개정안은 그 강제성이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어 해석에 따라 의견이 나뉠 정도로 과거의 개정안에 비하면 훨씬 약한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높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일 뿐입니다.



박근혜에게 인사 파국으로 돌아온 인사청문회법 부메랑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행보가 이중잣대의 역풍으로 되돌아온 일은 또 있습니다.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양산한 인사청문회법입니다. 최근 공안 검사 출신인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과 연관된 무수한 비리 의혹이 드러났습니다. 청문회장에서는 며칠 전까지 법무부 장관이었던 사람이 세법을 잘 몰라 탈세했다는 웃기지도 않는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출처 - 시사in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끝났지만, 과연 그가 제대로 된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안대희, 문창극, 이완구 등등 박근혜 대통령의 간택을 받아 총리에 도전한 사람은 여럿 있었지만, 속된 말로 탈탈 털리고 물러나기 바빴으니까요. 대통령 임기의 절반이 지나는 시점까지 국정 공백이 빚어지고 후임자가 없어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정홍원 총리가 계속 유임되는 건 아닐까 하는 농담마저 떠돌았습니다. 대부분의 총리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국민의 불신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신상털기,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유체이탈 화법의 최고 경지에 해당하는 발언입니다. 왜냐하면 인사청문회를 강화한 법을 만들어낸 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지요.


2005년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의원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을 비판하며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전 국무위원과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방송위원장 등으로 확대하고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해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댄 이유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였습니다. 박근혜 대표는 인사청문회가 공직자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자신이 한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남 탓하듯 하며 외계어를 구사하고 있으니 참 구제할 길이 없는 듯합니다.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약한다며 반대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따끔한 예언을 남겼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문화제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 혼란을 비판하면서 이를 밝힌 바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지는 인사 참극을 완벽하게 예측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유튜브


자신이 발의한 법에 따라 만들어진 인사 시스템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깨알같이 골라서 대한민국의 총리 자리에 앉히겠다고 용을 쓰면서 이제 와 남 탓만 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외계어가 아니면 대체 무엇입니까?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는 그렇게 부정부패한 자들밖에 없는지 참 의아합니다.



남은 임기 내내 이어질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외계어

이에 대한 소통법: 과거 발언을 그대로 돌려주기


자기가 한 일도 기억하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소통은커녕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를 남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은 임기 내내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국민이 할 일은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과거에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대처 실패로 수많은 국민을 사지로 내몰고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을 조장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10여 년 전 그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면 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민중의 소리


다음번엔 제대로 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읍시다. 최소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민들이 생활 속 문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운영 중입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나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사실 알고 계셨나요? 

 

출처- 문화가 있는 날 누리집

 

'문화가 있는 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밝힌 국정운영 4대기조의 하나인 '문화융성'을 실현하는 방편으로 만들어진 제도 중 하나입니다. 그 취지는 좋았으나 홍보 부족으로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을 수요일로 정했는데 평일에 마음 편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주말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면 문화콘텐츠를 주업으로 하는 업체들의 수익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평일로 지정한 것일 텐데요, 제도의 취지와 현실이 동떨어져 있으니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합니다.

 

어쨌든 어제가 새해 들어 첫 '문화가 있는 날'이어서 그런지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파독광부 및 간호사, 이산가족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날 관람에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영화 스태프 및 가족, 20∼70대 등 세대별 일반 국민 180여 명이 함께 했다고 하는군요.

 

팍팍한 경제 사정 때문에 그나마 영화 관람이 가장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일 텐데요, 역대 대통령들도 종종 영화를 관람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역대 대통령이 관람해 유명해진 영화들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제시장〉〈명량〉〈넛잡〉〈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을 관람한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장면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일전에 박 대통령은 영화를 보지도 않고서 〈국제시장〉에서 황정민, 김윤진이 분한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들리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을 마치 본받아야 할 전통이나 미담인 것처럼 얘기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해 영화관을 찾은 박 대통령은 영화 제작 스태프들과 표준계약서를 맺은 점 등을 평가하면서, 문화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만큼 제작환경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윤제균 감독 등에게 감동적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시장〉은 흥행했는데 영화의 배경이었던 '꽃분이네'가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오늘 <한겨레> 사설을 보면 "매주 수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가게 주인이 권리금을 3배 가까운 5천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관광차 들러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지만 매출이 늘지 않으니 '꽃분이네'는 재계약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문화산업의 융성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이 여기서도 드러나는군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시장> 외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또 다른 영화인 <명량>을 보기도 했습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의 충격으로 코너에 몰렸던 정국의 반전을 꾀하며 이순신의 리더십을 통해 국민의 애국심을 건드리려 하는 일종의 정치적 행보가 엿보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 시사회 기념 애니메이션 산학리더 간담회에 참석해 "뽀로로를 보면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된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 산업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작년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틀 만에(18일) 대검찰청이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포털업체 등과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마련했지요.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관련 전담팀이 설치되고 검사 5명과 수사관이 배치되었습니다. 검찰은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들을 대책회의에 모아 놓고 메신저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사범은 벌금형이 아닌 재판 회부를 원칙으로 하고 최초 유포자뿐 아니라 확산시킨 사람까지 엄하게 벌하겠다면서 말이죠.

이런 일련의 조처는 국내 모든 메신저에 대한 검열을 예고했고, 누리꾼들은 자신의 대화 내용이 언제 국가에 의해 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메신저가 실시간 검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드러나자 많은 사용자가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이없는 발언과 검찰의 과잉 충성으로 빚어진 시대의 희극은 "문화콘텐츠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 산업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던 대통령 당선인 시절의 약속과 참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도가니〉〈워낭소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허울뿐인 자원외교로 천문학적인 국고를 낭비한 혐의로 청문회 증인 채택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도가니>와 <워낭소리>를 관람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아니지만 1990년 <야망의 세월>이란 드라마로 그의 기업인 시절 이야기가 그려진 적도 있었지요.


출처 – 다음 영화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2011년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도가니>의 열기가 국회로 이어져 이른바 '도가니법'이란 성폭력범죄 처벌 특별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졌습니다.

 

오는 2월 2일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된다고 합니다. 오늘 《경향신문》 머리기사로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의 상당 부분을 외교 사안에 할애하면서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반면,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광우병 파동 등 재임 중 '내치 실패'에 대해선 대부분 야당과 당시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의 책임으로 돌려 파장이 예상된다"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2007년 대선을 사흘 앞둔 시점에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는 발언을 한 연설 동영상이 나왔던 일을 기억하시는지요? 이에 대해 나경원 전 대변인은 "BBK 설립했는데 주어가 빠졌다"는 궤변의 논평을 내놓아 대한민국 국민의 얼을 빼놓았습니다. 과연 이번에 나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주어'가 있을까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왕의 남자〉〈맨발의 기봉이〉〈밀양〉〈화려한 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가장 많은 영화를 본 대통령이었습니다. <왕의 남자> <길> <맨발의 기봉이> <밀양> <화려한 휴가> 등 공식적으로 본 영화만 해도 5편이라고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영화 <왕의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에 의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단어로 많이 쓰였습니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이제는 야인으로 돌아간 유시민 전 의원 등이 '왕의 남자'로 불리는데, 이후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실세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된 동시에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김해 봉하마을 출신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광주의 아들이었습니다.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광주 시민이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을 정작 당사자가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군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 〈태극기 휘날리며〉〈왕의 남자〉〈화려한 휴가〉


문화에 대한 감각이 남달라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는 영화를 관람한 적이 없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라 짬을 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임 전후로는 꽤 많은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정계 은퇴 후 영국을 다녀온 뒤에는 <서편제>를 봤고,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화려한 휴가> 등을 관람했습니다. 일본의 사회파 감독인 사카모토 준지의 <케이티(KT)>는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한 야당 후보 김대중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한국의 영화정책은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를 보이다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진전했습니다. 정책의 방향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김 전 대통령은 검열 철폐와 문화에 대한 지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초석을 닦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문화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20여 년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치적으로 쥐고 흔들려다 역풍을 맞자 또 오해 타령을 하는 부산시장과 현 정부는 문화정책 면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화정책을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편제〉


인터넷도 없고 SNS도 없던 시절, 대통령이 본 영화라는 타이틀의 대표적인 예로 통한 영화가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관람한 <서편제>였습니다. 100편 이상의 영화를 찍은 국민 감독 임권택의 작품으로 국악과 한을 다룬 영화적 완성도 또한 훌륭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멀티플렉스 상영관도 없고 관객 집계도 수기로 이루어지던 시절이라 전국 관객 집계가 남아 있지 않지만, 1993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후 196일 동안 서울에서만 1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죠. 한국 영화 최초로 서울 관객 100만을 돌파한 영화였으니 우리나라 최고 흥행 영화라는 얘기가 과언은 아니었겠죠.

 

출처 – 다음 영화


살펴본 바처럼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는 당대 최고의 흥행 영화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통령이 봤기 때문에 흥행에 탄력을 받은 것인지 국민이 많이 찾은 영화를 대통령도 본 것인지 선후 관계는 영화마다 다르겠지요.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행보에는 일정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영화와 어떤 대통령을 선호하시는지요? 이번 주말에는 여러분이 투표한 대통령이 선택한 영화를 보면서 추억에 잠겨 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테러라고 하지 말자. 민주화 운동이다." 이 말이 끔찍한 의미로 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 2014년이었습니다. 신은미 토크 콘서트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 고등학생의 비행(非行)을 마치 도시락 폭탄을 일제의 심장을 향해 던진 윤봉길 의사라도 되는 양 추켜올리며 일베와 극우 인사들이 내뱉었던 저 말은, 2014년에 군사독재의 망령과 공안정치의 부활도 모자라 마침내 백색테러까지 부활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습니다. 

 

출처 - 주권방송



백색테러의 기원,

프랑스대혁명부터 제주 4.3사건까지


백색테러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살, 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테러의 일종으로, 그 행위를 저지른 주체가 극우나 우파인 경우를 지칭합니다. 프랑스대혁명 중 혁명파에 가한 왕당파의 보복에서 이 말이 유래했는데요, 프랑스 왕가의 상징이 흰 백합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백색테러는 위정자가 체제에 저항하는 이들에게 가하는 탄압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죠. 현대에는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에 대한 탄압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합니다. 미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 단체 KKK단이 현존하는 대표적 백색테러단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유튜브


어떻게 보면 백색테러의 부활은 감히 이 땅에 서북청년단이란 백색테러단체를 재건하겠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면서부터 예견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해방 직후 결성된 서북청년단은 경찰을 도와 좌익 색출 업무를 하고 좌익 세력에 대한 테러를 주도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백색테러 중 하나인 제주 4.3사건 당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토벌대의 상당수가 서북청년단이었고, 백범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도 서북청년단 정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그들은 공공연한 인터뷰에서 이승만을 찬양하며 한국에 우파는 있지만 극우가 없다며, 네오나치 같은 극우가 한국에도 필요하다는 헛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토크 콘서트에서 자행된 백색테러


이런 시류 속에서 백색테러가 부활했습니다. 2014년 12월 10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 황선 토크 콘서트 현장에 사제 폭탄을 투척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놀랍게도 테러범은 19세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테러의 시작은 시쳇말로 '중2병' 걸린 한 소년의 인터넷 허세인 줄 알았습니다. 자주 가던 사이트에서 한 학생은 자신이 구한 인화물질들의 사진을 찍어 올리며 "신은미 폭사당했다고 들리면 난줄알아라"라고 썼습니다. 사람들은 관심병이 도진 이가 왔구나 싶어 폭발물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 것 같으냐며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신은미 황선 토크 콘서트에서 폭발물 테러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오군(18)은 강연 도중 뜬금없이 말을 끊으며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하셨죠?"라고 묻습니다. 그런 소릴 한 적이 없는 강연자들은 부정했지만, 오군은 끈질기게 강연을 방해하여 사람들에게 제지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오군은 준비해온 냄비에 불을 붙여 던졌고, 폭발로 토크 콘서트장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습니다. 맨 앞에 있던 분이 순간적으로 냄비를 손으로 쳐 바닥으로 떨어뜨려 인명 피해가 나지는 않았으나 폭발물을 사람이 정통으로 맞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출처 - 유튜브


오군은 현장에서 더 난동을 피우다 체포되었는데 당시 황산 1리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왔고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오군은 경찰서에서도 자신의 행위를 자랑스러워하며 수갑 찬 사진을 인증샷으로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명백한 백색테러라는 얘기지요.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와 역행적인 정치 상황과 맞물려 축적된 상호 간의 증오가 결국 이런 형태로 터지고 만 것입니다. 적어도 민주화 이후에는 사라졌던 백색테러가 부활했다는 것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죽여도 괜찮다고 하는 사회 해체적인 선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사회 안전에 대한 근본을, 농협 인출 사태가 경제 안전에 대한 근본을 뒤흔들었다면, 이번 백색테러는 자신이 믿고 지지하는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극단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박근혜 정부의 테러 대응방식

―테러범은 열사로 추앙받고, 피해자는 종북으로 검찰 소환당해


우리 사회에 설사 적색테러가 일어났다 한들 다르지 않습니다. 백색이든 적색이든,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해하려는 행각은 대한민국에서 단죄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테러 없는 사회, 최소한의 사회 안정을 위한 당연한 조치겠지요.

출처 - 뉴시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상상을 초월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사회 안정이라는 국가의 근본을 생각해야 할 일국의 대통령이 진영 논리를 따라 가해자를 옹호하는 입장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테러 사건을 거론하면서 콘서트가 종북 성향이라는 말만 했을 뿐 테러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넘겼습니다. 

 

실정법을 위반해 사회 전체에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가해자의 범법 행위에는 눈을 감은 채 억울한 피해자를 종북몰이했으니 개인으로서는 물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각이 전혀 없다고 봐야겠지요.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에 테러의 피해자인 신은미, 황선은 오히려 테러를 당해도 마땅한 '종북주의자'로 낙인 찍혔고, 경찰과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피해자 두 명을 소환하기에 이릅니다. 출국금지까지 했으니 참 가관입니다.




출처 - 시사in


폭발물 테러를 저지른 오군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일베와 우익 사이에서 열사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미쳐도 단단히 미쳐 돌아갑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종북주의자에게는 관대하고 이를 보다 못한 청년에 대해서는 법을 집행하는 게 정상인가"라는 망언을 했습니다. 인터넷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테러범인 학생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엄마부대봉사단 등 때 되면 나오는 보수 단체들도 선처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오, 애국열사 장하다. 19살 어린 의사가 빨갱이를 척결했다. 헌재 재판관보다도 더 훌륭하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사건 당시가 2014년인지 1947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새누리당 내에서 백색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 없이 다 제명해야 한다." “청와대에선 정윤회 건 터져 나오고 우파들은 황산 테러 옹호하고, 일부 우파님들 제발 정신 차리세요. 옹호할 걸 옹호하세요. 어떻게 폭력과 테러를 옹호합니까"라고 비판한 하태경 의원 같은 사람이 있긴 했지만요.

출처 - 헤럴드경제


종편과 언론도 미쳐 돌아가긴 마찬가지였습니다. TV조선 같은 종편은 인터넷 《독립신문》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을 보였고, 《헤럴드경제》는 폭탄 테러범에게 '용감한'이란 수식어를 붙였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기사 제목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진짜 속내야 어쨌든 최소한 테러는 안 된다 폭력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언론이 보여야 할 마땅한 모습일 텐데, 퇴행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그런 기대조차 사치인가 봅니다.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는 단죄된다는 엄격함을 보여야


지난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이 지원 유세 도중 얼굴에 칼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살짝 베였다고는 하나 이 역시 명백한 테러 행위입니다. 당시 '커터 칼 테러'를 저지른 할머니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계획대로 되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줬을 폭발물 테러범에게 과연 어떤 처벌을 내릴까요?

출처 - 위키피디아


위 사진은 아사누마 이네지로 암살 사건 현장을 포착한 사진입니다. 퓰리처상을 받기도 해 유명해졌지요. 이네지로 암살 사건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표적인 백색테러 중 하나입니다. 1960년 일본 좌익 정치인인 아사누마 이네지로가 TV 연설회 도중 극우 소년인 야마구치 오토야의 칼에 찔려 살해당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테러범의 나이는 불과 17세였습니다. 야마구치 오토야는 소년원에서 천황폐하 만세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후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보수로서는 불리한 상황이었는데도 예상을 깨고 다음 선거에서 우익인 자민당은 과반을 넘겨 압승합니다. 일본의 후진적 정치와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왜 이리도 50년 전 일본과 겹쳐 보일까요. 2015년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의 앞날이 참 암울합니다.


최근 앱스토어 부동의 무료 앱 인기도 1위를 지키던 카카오톡이 최근 2위로 주저앉았습니다. 독일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이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인데요, 이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메신저가 실시간 검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드러난 증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이없는 발언과 검찰의 과잉 충성 때문에 애먼 국내 IT산업이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버럭 할 때마다 국민을 협박하는 검찰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개회하면서 일본 언론과도 마찰을 빚은 이른바 세월호 침몰 당시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소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긴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의 수장으로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의문을 겨냥한 발언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틀 만에(18일) 대검찰청이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포털업체 등과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마련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함께 있었나?"

출처 - 산케이신문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관련 전담팀이 설치되고 검사 5명과 수사관이 배치되었습니다. 검찰은 포털과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들을 대책회의에 모아 놓고 메신저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사범은 벌금형이 아닌 재판 회부를 원칙으로 하고 최초 유포자뿐 아니라 확산시킨 사람까지 엄하게 벌하겠다면서 말이죠. 


이런 일련의 조처는 국내 모든 메신저에 대한 검열을 예고했고, 누리꾼들은 자신의 대화 내용이 언제 국가에 의해 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이 사이버 망명이었고 그중에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는 것이었겠지요.

 


텔레그램은 만능인가?



출처 - 텔레그램


텔레그램은 출시한 지 1년 갓 넘은 메신저입니다. 러시아 출신 드로브 형제가 만든 메신저로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왓츠앱이 장애를 일으키자 500만 명이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텔레그램의 강점은 보안성입니다. 송수신자만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고 전달이 불가능한 철통보안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전화번호가 등록된 사용자와만 대화가 가능하고 상대가 메시지를 언제 읽었는지 확인 시간을 표시해줍니다. 전체 대화를 텍스트 파일로 저장하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으며 개별 대화창마다 비밀 대화 옵션을 걸 수도 있습니다. 이 대화는 설정된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폰 뿐 아니라 서버에서도 자동 삭제됩니다. 이처럼 보안성에 자신이 있었던 텔레그램은 미화 20만 달러를 상금으로 걸고 해킹 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출처 - 블로터닷넷


텔레그램의 보안성에 주목한 건 우리나라 증권가였습니다. 증권가 메신저로 오가는 불법 거래는 국가의 검열 대상인데 지난 6월 금감원이 실적 정보 사전 유출 파문과 관련해 1년치 이상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때문에 내용을 검열 당할 수 있는 국내 메신저를 버리고 증권가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 모독 발언을 계기로 전 국민으로 확대된 것이죠.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텔레그램이 만능은 아닙니다. 우리 언론에 소개된 정보에 잘못된 내용이 있었습니다. 텔레그램 스스로 개최한 해킹대회에서 수상자가 없을 정도로 철통보안 메신저라고 알고 갈아 타신 분이 많으실 텐데요, 사실 텔레그램도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 IT 커뮤니티 이용자 한 명이 텔레그램에서 개최한 해킹 대회에서 보안 취약점을 발견해 상금 10만 달러를 받았기 때문이죠. 텔레그램은 상금을 준 이후 이 보안 취약점을 고쳤습니다. 그러니 한 번도 뚫린 적 없는 절대 방패라는 언론의 표현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출처 - 텔레그램


또 다른 문제는 텔레그램은 오픈 소스에 광고조차 싣지 않는 완전 무료를 선언한 비영리 메신저라는 점입니다. 창업자인 형제는 텔레그램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사용자 테이터를 팔지 않고 광고도 없고 별도의 사용료도 받지도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잠깐만 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텔레그램의 운영비는 창업자 중 한 명인 파블 드로브가 만든 러시아 SNS, vk의 수익에서 나옵니다. 파블은 텔레그램의 운영을 이 수익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끊길 때까지 서비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만약 자금이 떨어지면 그때는 사용자들에게 기부를 받겠다고 합니다. 굉장히 듣기 좋은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이상론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의 정치 사정이나 다른 이권에 의해 vk의 수익이 악화된다면 텔레그램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안정적인 자금 투입 없이 보안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텔레그램이라고 철통보안을 계속 유지하기란 힘들 겁니다.



출처 - 아시아투데이


사실 공권력에 의한 검열 강화 조처에 따라 국내 메신저가 아닌 외산 메신저가 주목받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 검찰의 압수수색의 마수가 미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이죠.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인 카카오톡은 국내 검열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라인은 엄밀히 말해 개발을 일본 법인에서 했기 때문에 벗어날 여지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법률을 개정하거나 비밀리에 카카오톡 중계서버에 감시 기능을 투입한다면 지정한 키워드에 대한 실시간 검열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외국 기업이라면 공권력 개입을 거부하고 철수하거나 해외로 서버를 이전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기업은 망하기로 작정하지 않은 이상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겠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시작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이란 해묵은 '게임 셧다운제'나 '인터넷 실명제'처럼 국내 기업의 발목만 잡고 실효성은 없는, 외국 기업만 배불려 주는 꼴이 되기 십상입니다. 공권력으로 검열을 강화하겠다며 IT산업계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이들이 다른 한편에선 창조경제를 위한 SW교육을 의무화하겠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나 구글 행아웃 같은 메신저를 써도 텔레그램과 별반 차이는 없을 겁니다. 문제의 핵심은 메신저를 갈아타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공권력의 검열을 저지할 구조 정비가 근본 해결책


에드워드 스노든을 아십니까? 그는 CIA와 NSA에서 일했던 미국의 컴퓨터 기술자입니다. 2013년 스노든은 《가디언》지를 통해 미국 내 통화감찰 기록과 PRISM 감시 프로그램 등 NSA의 다양한 기밀문서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폭로가 대중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대중의 반대편에 있는 일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디지털 시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한 스노든은 미국 정부로서는 눈엣가시입니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사생활의 영역마저 무차별 사찰하는 권력을 고발한 혁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최근에 XKeyScore라는 또 다른 프로그램을 폭로했습니다. 이는 PRISM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NSA가 수집한 사용자들의 이메일, 인터넷 활동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프로그램이다고 합니다.

 

바로 어제 에드워드 스노든이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 명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스노든의 폭로 내용을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도 공동 수상한다는군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노벨상의 대안을 목표로 내세운 바른생활상은 인류의 긴급한 문제에 실질적이고 선도적인 해법을 제시한 사람을 기린다는 취지로 1980년 스웨덴에서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바른생활재단은 24일(현지시각) "스노든이 기본적인 민주 절차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전례없는 규모의 국가 감시 실태를 폭로하는 용기와 능력을 보여줬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고 하네요.

 

하지만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해 여러 나라에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다행히 임시망명을 허가한 러시아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에드워드 스노든의 삶을 보면 외산 메신저를 사용한다고 해서 미국 정부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실 겁니다. 단지 한국 정치와 권력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을 뿐이죠. 가장 완벽한 보안은 인터넷이 연결된 곳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지만, 전 세계가 연결된 세상에서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메신저를 끊고 살기란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소통이 주는 장점이 너무나도 크니까요.

 

결국 진짜 보안을 유지하고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 국가라는 구조와 공권력의 작동방식을 재편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인이 윽박지르니 짖는 개처럼 굴 것이 아니라, 원칙이 바로 선 법률 제정과 국민을 우선으로 하는 법 집행이 뒤따라야 하겠죠. 이를 위해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권력층을 향한 견제가 필요합니다. 보통 사람이 가진 가장 큰 견제 수단은 바로 투표권입니다. 언제까지 중국만도 못한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에 가만있어야 합니까?



출처 - 오마이뉴스


국민의 여론이 비등하자 검찰은 일단 한 발 물러났습니다. 그냥 원론적인 얘기였을 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요.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루머를 잠재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메신저를 실시간 검열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진실을 밝히는 겁니다. 자꾸 감추니까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 의심을 하게 되는 거죠. 대통령의 알 수 없는 7시간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참 별꼴을 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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