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도 되나'


혹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조·중·동의 사설을 생각하시는 거라면 반만 맞았습니다. 과거 보수 언론은 실제로 그런 논조를 유지했으니까요. 그런데 위 사설 제목은 지난 3월 11일 《조선일보》가 청와대를 비판한 발언입니다. 《조선일보》가 웬일인가 싶겠지만 《동아일보》를 비롯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최근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개입 정황에 대해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심판과 직무 정지를 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2016년 현재 선거판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형국입니다.

 

 

대구-부산 찍으며 총선 개입해도 박근혜는 무사?


세월호가 침몰하건 메르스가 창궐하건 콘크리트 같은 지지율을 확인했기 때문일까요? 청와대는 이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구, 16일 부산으로 총선 직전 두 번의 지방행을 강행했습니다. 청와대가 '아무리 경제 행보라고 말씀드려도 그렇게 안 받아주시니까 참 답답하다'며 볼멘소릴 했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으로 재미 본 사람들의 얘기가 통할 리 없겠죠. 누가 그런 말을 들어줍니까? 거짓말도 좀 성의있게 해야 속아줄 것 아닙니까?

 

출처 - 한겨레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구국제섬유박람회, 스포츠 문화산업진흥대회 등 한 시간 단위로 대구 지역 곳곳을 이잡듯이 훑고 다녔습니다. 여태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청와대가 관여하여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의 급이 되는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을 속속들이 누비고 다니는 이례적인 풍경을 연출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새누리당과 자신의 텃밭인 대구와 영남 표심에 영향을 끼치려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출처 - 한겨레

 
대구 북구 엑스코에는 태극기를 흔드는 박근혜 서포터즈까지 등장했습니다. 한마디로 가관입니다. 그런데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3명은 주변을 서성이기만 했습니다. "예비후보들이 대통령과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나중에 그 사진을 선거에 활용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채증 작업을 하러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판세에 영향을 줄지 채증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라면 이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소린데, 어째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청와대에 선거 개입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알아서 기고 있는 건가요?

출처 - 동아일보


성완종 리스트, 진박 논란, 살생부, 3.15 비박 학살 등 4.13 총선과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그동안의 거취를 보면 정청래 의원 말마따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면 탄핵을 당해도 10번은 당했어야' 맞습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처럼 불법 개입을 해서라도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이유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걱정하기 때문일 겁니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등으로 위기 상황에서 국가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고, 경제 상황은 과거 IMF 위기 직전과 마찬가지니,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 식물 대통령이 될 게 너무나 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총선의 노림수는 한 발 더 나아가 퇴임 이후 정치 세력화를 겨냥한 것이기도 할 겁니다. 만에 하나라도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철창과 콩밥뿐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 테니까요.

 

 

새누리당 공천? '박천'이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상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누리당 내에서도 공천을 받으려면 박근혜 대통령 마음에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재오, 진영, 조해진 등 이른바 비박, 유승민계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장관을 지낸 사람들조차 대통령 단 한 사람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한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박근혜는 이제 독재 시대, 일제강점기 넘어 우리나라의 역사를 신라 시대 성골, 진골, 육두품 시절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유승민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진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그 밖의 많은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정치판, 참 희한하게 돌아갑니다.

출처 - 동아일보


그 와중에 "우리가 남이가" 정신이 빛난 대목도 있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마약 사위 사건 변호를 맡았던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니까요. 최 전 지검장은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중앙지검 관련 사건을 다수 맡아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는데 김무성 대표 마약 사위 건도 여기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마약 사위는 상습 마약범으로 구속까지 되었지만 집행유예를 받았죠. 보통 최소 징역 4년 이상을 받는 범죄인데도 말입니다. 권력을 이용해 마약 범죄범마저 돌봐준 덕분에 의원 배지를 달게 되었으니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아니겠습니까? 이번 총선 공천에서 이런 유의 권력형 비리, 보은 인사가 한둘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은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소수 권력을 가진 자의 마음에 들었느냐 못 들었느냐 하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한겨레

 

총선은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리자를 뽑는 중요한 민주주의 절차입니다. 당연히 정당은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해 후보로 추천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꿈꾸고 권력자에게 잘 보이는 간신을 줄 세우는 것이어선 안 될 일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누구에게 깨끗한 한 표를 줄지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정치판이 너무 더럽습니다. 국민이 심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주역이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기막힌 현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모자라 민주주의 시스템의 근간인 삼권분립에도 마수를 뻗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지난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노동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등의 직권상정을 요구했습니다. 일반 해고와 같은 독소 조항이 가득 담긴 하나같이 악법들인데, 국회선진화법 등으로 날치기가 어려워지자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하여 얼른 통과시키라고 종용한 것이죠. 

 

잘 아시다시피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낸 주역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예산안이 날치기 통과되고 국회에서 대립과 마찰, 폭력이 난무하하면서 여론이 등을 돌렸습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당시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치 쇄신안을 내놓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국회선진화법이었죠. 이 법안의 골자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정의화 국회의장은 새누리당 출신이면서도 선거법 단 하나만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는 직권상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그렇게도 직권상정을 원한다면 청와대에서 법적인 명분을 제시하라면서 거부의 뜻을 밝혔습니다. 같은 새누리당은 직권상정을 거부한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해 '직무유기' '해임결의' 등의 언사를 동원하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새누리당의 비난에 대해 말을 함부로 배설하듯 하면 안 된다고 격노했습니다. 지난 24일 보도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기국회 폐회를 앞두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 등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까지 한 결과 현재로써는 직권상정 요건이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민주주의란 힘이 절차에 의거해 행사되는 과정을 골자로 하는데, 이를 무시하는 정치 형태를 우리는 흔히 '독재'라고 부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요청'이라는 겉모습을 취했다고는 하나 현 정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행적을 비추어볼 때 사실상 국회의장에게 내리는 명령과도 같아 보입니다.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오늘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삼권분립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볼까 합니다.



미국 헌법과 프랑스대혁명


우리나라에서 '삼권분립'이라고 주로 표현하는 권력분립은 한 개인이나 집단에 힘이 집중되지 않도록 나누어 구분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존 로크가 행정과 입법의 이권분립을 주장한 바 있고, 몽테스키외에 의해 입법, 행정, 사법이라는 삼권분립의 틀이 잡혔는데요, 그 목적은 상호 견제와 세력 균형을 유지하여 권력의 남용을 막고 권리의 보장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권력분립은 근대적 의미의 헌법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1787년 필라델피아 비밀헌법회의 모습을 그린 그림


 1787년 세계 최초로 미국이 헌법에 삼권분립을 명시하고 이에 따라 사법부를 독립시켰다고 합니다.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은 '권리의 보장이 확보되어 있지 않고, 권력의 분립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모든 사회는 헌법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고 규정했죠. 1789년은 프랑스대혁명이 시작된 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권력분립은 법치와 민주주의의 모태가 되는 근대적 헌법의 공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부회 모습을 그린 그림


근대적 의미에서가 아니라면 프랑스대혁명 이전에도 권력분립과 유사한 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삼부회인데요. 프랑스의 귀족, 고위 성직자, 평민, 이 세 신분의 대표자가 모여 중요 의제에 관해 토론하던 신분제 의회를 말합니다. 200여 년간 유명무실했던 삼부회가 1789년 세금징수 문제로 국왕 루이 16세에 의해 다시 소집되었습니다. 루이 16세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남편으로 당시 프랑스는 누적된 권력 과시와 사치 그리고 미국 독립전쟁 지원 등으로 재정이 파탄 상태였습니다.

 

이에 대해 근대적 인권 개념에 눈뜬 평민 대표는 봉건적 특권의 축소와 폐지를 요구하며 앞선 문제에 대해 삼부회에서 다수결로 표결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귀족과 성직자 두 신분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삼부회 자체를 해산해버렸죠.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역사 시간에 배워 우리가 잘 아는 대로입니다.

 

혁명에 필요한 무기를 탈취하기 위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파리 민중을 그린 그림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민중이 혁명에 가담한 까닭은 일시적인 불만이나 부르주아의 선동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사람들은 불평등한 사회체제에 저항하는 사회개혁 의지를 품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파리 시청 앞 광장에 모여 국왕과 의회에 음식을 요구하는 생존권 투쟁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국왕이었던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죠. 왕정하에서도 말입니다. 하물며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근원은 어디일까요? 두말할 필요없이 국민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잘 모르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국민에게 있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권리를 짓밟고,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을 사찰하고, 무고한 이를 간첩으로 조작하며, 비판 세력은 종북 몰이로 탄압하고,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의 7시간 행적을 감추기 위해 사이버상 검열을 강화하는 조처를 강제했을 뿐 아니라 급기야 민중총궐기에 나선 시민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친일, 독재의 역사를 정상으로 생각하기에 뉴라이트 사관에 입각한 국정교과서를 만들고자 그토록 노력 중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여,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행정부의 수반이면서도 선거부정과 부정헌법개정을 저질러 사법부와 민주주의를 유린한 행위로 하야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에서 배우기 바랍니다. 아버지의 죽음은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프랑스대혁명에서 삼권분립과 민주주의에 대해 좀 배우기 바랍니다. 그 목 부지하려면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웃기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연일 외신에 회자하다가 《월스트리트저널》 지국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다룰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다룬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한의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기 나라 시위자를 IS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진짜로요."



출처 - 트위터


언론인으로서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비유였으면 맨 뒤에 농담이 아니라 '진짜'라는 말까지 덧붙였을까요? 일국의 대통령이 저런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 같아 그랬을 겁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행태를 보노라면 외신 입장에선 남한과 북한을 구별할 수 없을 지경이니까요.



시위하는 국민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박근혜 대통령, 과연 제정신인가?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농민인 백남기 씨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직사했습니다. 백 씨는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도덕적으로는 유감이나 법적으로는 사과할 수 없다는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며 책임을 면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하지만 그마저도 지난 24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민중총궐기를 불법 폭력 사태로 규정하며 쐐기를 박아버렸습니다.

출처 - 한겨레


출처 - 고발뉴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백 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복면 시위를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S도 지금 얼굴을 감추고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냐며 시위에 나선 국민을 IS 테러리스트에 비유했습니다. 사실상 복면 착용 금지법을 강조한 겁니다.


복면 착용 금지법 같은 게 만들어지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겠지요. 지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자신의 발언으로 반박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08년 국회의원 박근혜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폭력시위를 해서는 안 되지만, 이렇게 시위를 하는 건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거리로 나와 정부에 항의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이 '종북'적 발언이어서 그런 걸까요? 뭐, 지금도 외계어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기에 별도의 번역기가 필요한 분인 만큼, 그의 정신세계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개 출판사에서 직접 하기엔 벅찬 일 같군요.

 

《부시의 정신분석》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서민적이고 소탈했던 대통령인 동시에 가장 강경하고 완고한 대통령이기도 했던 조지 W. 부시. 그가 취임 이후 벌인 일련의 자기 모순적이고 과대 환상적인 행위들은 '정신분석'이라는 특별한 주제의 대상이 되는 데 부족함이 없었죠.  

 

이 책은 신앙심이 깊었던 사람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라크를 폭격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즐거워하며 자축할 수 있는지, 어떻게 대통령이 거짓 구실로 군인들을 전장에 보내놓고 자기 집무실 책상 밑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나 늘어놓았는지, 그 이유를 선명하게 밝혀줍니다.

 

일국의 대통령의 정신을 분석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 《박근혜의 정신분석》 같은 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집필 중인 분이 계시면 생각비행으로 꼭 연락해주세요.

 

 

국민이 뿔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IS 테러리스트 발언으로 수많은 국민의 비난이 인터넷을 뒤덮었습니다.




출처 – 고발뉴스 트위터


이 밖에도 "복면시위 못 하게 할 거면 복면가왕부터 폐지시켜라"는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웃음이 넘쳐났습니다. 신문 만평 역시 이번 사안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테러방지법은 시위진압법인가?


국민의 분노에 아랑곳없이 정부와 새누리당은 테러 방지 종합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테러방지법 제정과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감청 허용, 특정 금융거래 정보 보고 및 이용 등과 테러 관련 예산 증액 방안들이었죠.

 

출처 - 한겨레


지금도 잊히지 않는 9.11 테러로부터 시작해 얼마 전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어지는 테러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나라도 테러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타이밍과 전담기관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터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 민간인 사찰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국정원의 RCS 해킹 프로그램 구매 등 일련의 사건이 증명하듯 국민을 기만하고 통제하려 할 뿐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은 사실상 국정원을 유신 시절 무한 권력의 안기부로 되돌려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호시탐탐 통과시킬 기회를 노리겠지요.


테러방지법에는 테러조직 구성 시 최고 사형, 가담 시 중형 선고와 같은 극형이 수두룩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중총궐기 대회 같은 시위를 정부가 도심 테러로 규정한다면 어떤 참극이 벌어지게 될까요? 복면 쓴 시위자를 IS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볼 때 1980년 군부에 의해 주도된 학살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아 섬뜩합니다.

 

출처 -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은 시위자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한 불법 진압의 책임을 논하지도 않고, 사경을 헤매는 국민을 눈앞에 두고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경찰청장 문책 및 처벌 등 응당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조치를 무엇 하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되레 10만 명이 넘는 국민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그들을 탄압할 방책을 궁리 중입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정통성마저 무시하려는 마당에 국민이 대수겠습니까? 아버지처럼 밟아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요. 

 

하지만 국민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로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한 권력자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아버지를 교훈 삼아 성찰하기 바랍니다. 그 입 다물고 말입니다.


지난 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정상회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2년 9개월 동안 한일정상회담을 거부해왔는데요, 일본의 역사적인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정상회담을 거부하겠다는 명분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안부' 문제의 연내 해결을 못 박으려는 듯 강경한 모습을 내비쳤죠. 

 

사람들은 독재자이자 친일파였던 아버지 박정희의 뒤를 이은 대통령으로서 조심함과 동시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본에 강경한 요구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주목하는 분도 많으셨을 텐데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근혜 정부와 대통령은 역시나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출처 - 아이뉴스24

 

 

위안부 할머니 생활비 지원 중단 통보한 박근혜 정부

 

표리부동한 박근혜 정부의 파렴치함은 한일정상회담 직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듯 위세를 떨던 박근혜 정부가 뒤로는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비를 끊으려고 획책했기 때문이지요.

 

《경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보건복지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지방자치단체들이 매월 지급해오고 있는 생활지원금이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복지사업과 중복된다며 지자체에 지원 중단을 통보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법에 따라 1인당 월 104만 원을 지급하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지자체는 재정 여건에 따라 20~85만 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할머니들이 고령인 데다 일본군 '위안부' 후유증으로 정부 지원금 대부분을 병원비와 약값으로 사용하고 계시기 때문에 사실상 지원금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부가 따로 의료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껏 지자체가 추가로 지원을 조금씩이나마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실질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극히 공무원적인 탁상행정으로, 지원금이 중복되니 중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이게 과연 '위안부' 문제를 연내 해결하겠다던 정부의 발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는 언어도단을 일삼으며 국정화 교과서를 옹호하는 보수단체에는 매년 2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히 할머니 한 분께 들어가는 100만 원 남짓한 돈이 아깝다고 끊어버리겠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눔의 집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희남 할머니는 "(정부가) 어차피 우리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거 빨리 죽기를 바라는가 보구먼. 할 말이 없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시민사회가 분기탱천한 것은 물론입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화들짝 놀란 새누리당은 서둘러 이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한일정상회담을 치르고 총선도 다가오는 마당에 혹여 흙탕물이 튈까 걱정한 거겠죠. 박근혜 정부는 늘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왔습니다. 일단 찔러서 간을 본 이후 역풍이 세면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반발이 덜할 것 같으면 찍어누르는 식이죠.

 

 

박근혜 대통령, 애초에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가 있었는가?

 

이렇게 앞뒤가 다른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보면 과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워집니다. 그저 또 한 번의 패션쇼 외교에 그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일정상회담을 치르고 3일 만에 청와대는 '위안부' 문제에서 발을 빼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4일 '위안부' 문제를 연내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5일 청와대는 일본은 합의 문안에 충실한 것이라며 양국 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년 9개월 동안 한일정상회담을 거부해온 명분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연내 해결을 천명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너무나 다른 청와대의 발표는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발언이 거짓이었고, 그간 정치적인 쇼를 했을 뿐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11일 한일정상회담 이후 첫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가 개최되었지만, 빈손으로 마무리된 것을 보면 한일 양국 간 정상회담은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출처 - 팩트TV

 

결국 일본 쪽에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에 의하면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한일정상회담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안부' 배상 문제도 이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법적 문제가 종결되었다고 발언했다죠. 다만 인도적 관점에서 민간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만 밝혔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일 청구권 협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가 맺은 굴욕적인 협정이었죠.

 

굴욕적인 한일협정으로 정당한 배상과 사과의 길을 혼탁하게 만든 당사자의 후손이 과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망치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친일인명사전》은 반대한민국적? 친일파 후손들의 적반하장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친일파의 후손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논란의 후폭풍으로 《친일인명사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요. 서울시 교육청이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다음 달부터 학교 현장에 보급하기로 했으나 청와대, 교육부와 국정교과서를 추진해온 새누리당은 이에 반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친일파의 후손다운 대응 방식입니다. 

 

오히려그들은 감히 《친일인명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반대한민국적, 반교육적'이라며 비난하는 적반하장의 극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친일 전력이 있는 수구 대표 신문인 《조선일보》는 사설까지 동원하여 《친일인명사전》을 막기 위해 보수단체와 학부모들이 나서줄 것을 선동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전 회장인 방응모는 《친일인명사전》뿐 아니라 고등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빼도 박도 못 하는 친일파임을 판결받은 바 있습니다. 박정희, 방응모에 이어 《친일인명사전》 개정판에 이름을 새로 올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아버지 김용주에 이르기까지 친일파의 후손들로서는, 이 책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두루 읽힐 상황을 어떻게든 막고 싶을 겁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여 반대 여론이 훨씬 높은 국정교과서 문제 국면에서 그들의 변명이 군색해질 테니까요.

 

출처 - 한국일보

 

하지만 내년에는 경기도 모든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이 보급됩니다. 서울시교육청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이미 비치된 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학교에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경기도교육청이 밝혔습니다. 《친일인명사전》을 통해 학생들이 정확하고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여 비판적인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친일파와 독재의 후손들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수능을 치른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이 비치되어 있다면 한번 찬찬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며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무리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 왜 지금 세상이 이렇게 시끄럽게 되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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