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10년 전 그날 무엇을 하다가 세월호 참사 뉴스를 접했는지,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할 정도로 큰 충격을 남긴 사건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주말에 곳곳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지난 13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침몰 해역에서는 단원고 희생자 조은화, 허다윤 학생의 유가족과 불교계 스님들이 선상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두 학생은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2017년 봄 육상에서 시작된 수색 끝에 뼛조각이 되어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을 잃은 애통한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선상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은 지금까지 뼛조각조차 찾지 못한 단원고의 남현철, 박영인 학생, 그리고 양승진 교사, 일반인 승객 권재근, 권혁규 부자, 이렇게 5명의 미수습자를 위해서도 기도를 올렸습니다. 시신의 일부라도 찾아 미수습자의 가족들이 '그래도 돌아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작은 위로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들은 제례와 기도를 마친 후 세월호 침몰 해점을 표시하는 노란색 부표 주변에 국화를 띄워 애도했다고 하죠. 세월호 선체를 인양 후 보존하고 있는 목포에서는 지난 14일 종교계의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천주교 산정동 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미사가 봉헌된 것입니다.

 

출처 - 세월호 참사 10주기 광주추진위원회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광주·전남 곳곳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광주추진위원회는 지난 12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했습니다. 추모객들은 16일까지 이곳에서 분향·묵념·노란 리본에 추모 메시지 전하기 등으로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오마이TV

 

지난 13일 오후 서울에서는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라는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변영주 영화감독이 사회를 맡고 예술인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40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참사 피해자들과 각종 사회단체, 시민들이 모여 노란 리본이라는 주제로 자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출처 - 뉴시스

 

자유발언이 끝나자 주최 측과 시민들은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 점검하고 추가 조치 보장하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하라" 하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였죠. 이 자리에 함께한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역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에는 정부가 없었고, 10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는 없었다"며 "22대 국회가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을 최우선 검토, 이행하는 모습으로 국회의 퇴행을 속죄하라"고 호소했습니다. 사회적 참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나오질 않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말입니다.

 

출처 - 시사in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에 대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세월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제주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배·보상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해 국가조사기구인 사참위가 이를 직권재심의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이미 정부에 한 상황이었는데, 지난 9일 해양수산부 산하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심의위)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거부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른 결정이 잘못됐거나 명백한 하자가 없다고 밝힌 겁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참사 생존자라는 특성을 간과한 결정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생존자들은 트라우마로 정상적 삶을 회복하지 못하고, 전문가의 신체감정 결과도 최소 2028년까지 후유장해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출처 - MBC

 

특히 참사 트라우마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지만 '세월호 피해자'에 포함되지도 못한 민간 잠수사들의 상황을 보면 더 안타깝습니다. 참사 당시 시신 수습에 나선 민간 잠수사가 20여 명에 이르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잠들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수년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그렇다고 합니다. 참사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당시 자원 봉사자로 현장에 투입됐다는 이유로 참사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치료 지원을 받으려면 매번 세월호 참사와의 관련성을 의사에게 인증받아야만 한다고 하죠. 세월호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다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받을 때마다 도리어 증세를 악화시키는 일을 상기해야만 국가가 치료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니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인가요? 이 때문에 아예 치료를 포기한 잠수사도 있다고 하죠.

 

출처 - MBC

 

세월호 피해자로 포함된 유족과 생존자들에 대한 치료 지원도 4월 15일로 종료됩니다. '4·16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 19조에 의료지원금 지급 기간을 '2024년 4월 15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 기한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번 국회 임기 내 통과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조차 10년이라는 숫자는 굉장히 인위적으로 못 박은 기간이라고 인정합니다. 사람마다 재난 후 놓인 상황이나 회복의 정도에 굉장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 기준을 두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왜 의료지원금 지급 기한이 '10년'으로 한정된 것일까요? 박근혜 정부는 애초 시행령을 만들면서 의료비용을 1년만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2015년 3월 29일 시행령 효력이 발생한 이후 2016년 3월 28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해 의료비를 지원했는데, 유가족 요청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의료지원금 지급이 '10년'으로 연장된 것입니다.

 

출처 - CBS노컷뉴스

지난 2022년 9월 사참위는 총 3년 6개월의 공식 활동을 종료하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54건의 권고를 내놓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권고까지 합하면 총 80건에 달한다고 하죠. 사참위는 특별법에 따라 중대 참사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마무리한 최초의 독립기구입니다. 사참위 권고를 받은 국가기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권고 내용을 이행해야 하고, '권고내용의 이행내역'을 매년 국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된 <사참위 권고 이행 현황>을 보면 이행된 것은 단 1개 분야(해양재난 수색구조 체계 개선)에 불과해, 이행률이 8.3%에 그쳤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4.16 연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출처 - 한겨레

출처 - MBC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포함한 안녕을 지키기 위해 성립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것조차 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존재할 의미가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바꿔내야 할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지난 4월 16일은 대한민국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희생자 7주기였습니다.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기억식은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유가족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로 진행됐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4.16 생명안전공원 선포식도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세월호의 기억으로 가슴 아픈 4월이라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를 통해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가족 22명은 목포해경이 준비한 경비함을 타고 사고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을 진행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바다에 국화를 던지며 눈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이런 추모 행사만 보면 지난 7년간 많은 일이 해결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출처 - KBS

 

박근혜 정부 당시 국회는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를 꾸렸고 감사원과 검찰이 잇따라 결과를 내놨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었습니다. 그 후 세월호 참사 특위 1기가 구성됐지만 정부와 여당의 비협조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세월호를 인양했을 때는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출범된 사참위도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출처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9년 출범한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관련 의혹 17건 가운데 해경 지휘부의 구조 소흘과 청와대 비서실 등의 세월호 특조위 방해 딱 두 가지 혐의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마저도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 나버렸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지휘부 10명에게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데 과실이 있는 이들의 혐의는 인정되지도 않고 책임을 묻지도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지난 7년간 정권이 바뀌면서도 세월호 참사는 제대로 된 조사도, 수사도, 처벌도 하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당시 화물 고박 부실 책임이 있는 항만물류업체 우련통운이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산을 빼돌린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수사기관은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다. 해당 기업이 현직 국회의원 가족회사인 데다 세월호 참사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현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아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련통운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배준영의 동생이 대표이사이고 아버지가 회사 지분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배준영 의원 자체도 이 회사의 사내이사를 지낸 바 있는 관계 깊은 기업이죠. 법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 회사의 구상권 책임비율이 5%라고 한 상황인데도 이 모양입니다.

 

출처 - JTBC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세월호 참사 7주년인 올해에도 카카오톡 익명 단체 채팅방에 '세월호 크루'라는 방이 여럿 만들어졌는데,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글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세월호 추모 왜 함?"이라며 "콩글레이츄레이션~" 등 세월호 참사를 조롱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나마 7년 전보다 나아진 부분은 이런 모욕적인 표현에 대해 분노하며 항의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사참위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발생 후 5년간 수사로 이어진 혐오표현은 210건입니다. 발화자는 10~20대가 과반을 넘었습니다. 수사가 된 것만 이 정도니 그 밖의 혐오표현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일 겁니다.

 

출처 - 한겨레

 

7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 당시 참사를 겪은 사람들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인 아픔입니다.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 씨는 세월호 참사일이 다가오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곤 했습니다. 올해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제주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김동수 씨는 세월호 생존자 중 파란바지의 의인이라 불린 분이죠. 세월호 참사 생존자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이 얼마나 크기에 해마다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2015년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다시 묻지 않을 것을 규정한 지원법에 서명을 강요하고 알량한 지원금으로 이들의 입을 막았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오는 22일 국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 후보 추천 위원회는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 예비후보에 대한 서류심사에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이 불참했기 때문에 22일 오후 추가 회의가 열리게 된 겁니다. 대선 국면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참석했지만, 사실상 국민의힘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7년이 지난 지금도 회피하기 바쁩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길은 요원합니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 17일간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해 세계의 축하를 받은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가 지난 18일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태국 치앙라이 매사이의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클럽에 소속된 선수들과 코치는 자신들의 팀 유니폼을 차려입고 등장했습니다. 자신들을 구조한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과 치료를 담당한 의사 등과 함께 축구공을 차는 모습으로 건강을 증명했고, 밝은 얼굴로 동굴 고립 당시 상황을 풀어놓았습니다. 한 소년은 동굴에 갇혔을 때 집에 가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겁났다고 말해 그 순진함에 사람들이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모두 무사히 구조되어 웃는 얼굴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건 당시만 해도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이들을 구조할 수 있을지 세계의 걱정이 집중되던 사건이었죠. 지난 6월 23일 선수 가운데 한 명의 생일파티를 위해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작스러운 폭우로 동굴 내 수로에 물이 불어나면서 이들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동굴 앞에서 팀원들이 타고 다니던 자전거와 가방, 축구화 등을 발견한 태국 당국은 이튿날부터 수색에 나섰습니다. 아이들과 코치는 실종 열흘째인 지난 2일 영국 잠수전문가들에 의해 동굴 안쪽 깊숙한 에어포켓 공간에서 생존이 확인됐던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아이들의 생존을 확인한 태국 당국은 전 세계와 공조를 통해 이들의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아이들의 생존을 확인한 사람이 영국 잠수 전문가들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 공군 구조대원 30명을 비롯한 동굴 잠수 및 구조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전문가들을 불러모았습니다. 한편 이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태국 정부는 통상 외교관에게만 부여하는 면책특권을 약속하며 세계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동굴 잠수 및 구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호주의 의사 해리스와 2명의 보조 인력을 초청했는데요, 그들이 임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일이 잘못됐을 경우 명시적으로 보호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에 응한 해리스는 4km가 넘는 구간을 잠수해 들어가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했고, 그의 진단 결과는 생존자들의 구조 시기와 순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였습니다. 태국 당국은 동굴 곳곳에 고인 물을 빼내는 한편 아이들에게 수영과 잠수장비 이용법을 가르친 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에 걸쳐 안전하게 전원을 구조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출처 - 뉴시스


동굴에서 종유석에 맺힌 물만 먹고 살아 2kg 정도 체중이 줄고 기력이 없긴 했지만 아이들의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하죠. 이는 당시 아이들과 같이 갇혔던 엑까뽄 코치가 아이들을 잘 돌보며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엑까뽄 코치는 음식물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굶은 채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이 때문에 발견 당시 건강 상태가 가장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죠. 살신성인하며 아이들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돌본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구조된 다음 마지막으로 동굴을 나왔습니다. 이런 미담 때문인지 엑까뽄 코치는 태국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함께 무국적 난민이 되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죠.


출처 - JTBC

 

태국 동굴에 갇힌 유소년 축구팀을 무사히 구조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정부의 빠른 대처, 적확한 판단을 내린 전문가, 사건 현장에서 아이들을 돌본 코치의 살신성인 등을 보면 세월호 참사와는 거의 정반대일 정도로 훌륭한 대응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일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가 초동 대응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국가가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여 만에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겁니다.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해를 키운 정부와 해경, 무리한 증·개축을 한 청해진 해운, 사고 당시 단원고 학생들을 버려두고 제일 먼저 달아난 선원들과 선장 같은 탐욕스러운 어른들, 제대로 된 대처와 피해 보상을 등한시했던 정치권과 공권력 등등, 이 모든 대응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태국 정부와 사회, 그리고 언론은 동굴에 갇힌 아이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침착함을 유지했습니다. 구조에 관계없는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감정적인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정보를 통제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구조 작업 과정에서 구조대원 1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차분함을 유지했습니다. 나롱싹 오소따나꼰 치앙라이주 주지사는 실종사건 도중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현장 책임자였던 그에게 계속 지휘권을 부여하며 구조 과정을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그는 다국적 구조팀을 지휘하는 책임자로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순조롭게 구조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구조된 아이들의 이름조차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소년들의 가족이 겪을 수도 있는 감정적인 동요나 혼선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출처 - 뉴스1

 

소년들의 가족들도 구조 순서를 일절 묻지 않는 성숙한 자세로 구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동굴 속에 갇힌 태국 소년 중 한 명인 나이트의 가족을 취재한 AFP는 그의 생환을 기원하며 생일 파티를 열 수 있기를 기도하는 나이트의 동생의 목소리를 소개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오빠가 살아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냉장고 안에 둔 케이크를 버리지 않았다." 나이트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은 실종 당일인 지난 6월 23일 17세 생일을 맞았다고 하죠. 가족들은 구조 작업이 성과 없이 흘러갈 때도 그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출처 - phonphotchanan jitasa

 

태국 치앙라이주 정부는 과도한 대중의 관심이 아이들에게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18일 열린 인터뷰 이후 아이들은 물론 가족들 또한 언론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생환자와 가족의 생활을 방해하는 경우 아동보호법에 따라 기소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깔끔한 마무리입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우리는 어땠습니까? 생각비행은 세월호 참사 당시와 그 이후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언론과 방송의 보도 행태를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주류 언론이라는 기사를 통해 질타한 바 있는데요, 권력과 자본에 굴복한 언론과 방송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고 당시부터 오보를 속출하고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경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둡게 했습니다.

 

출처 - MBC

 

JTBC는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특보를 전하며 생존 학생과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끔찍한 일을 겪은 당사자에게 절대적 안정이 중요한 순간에 피해생존자를 생방송으로 인터뷰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문제가 지적되자 JTBC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인터뷰를 시도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취재행위였습니다. 한편 공영방송 MBC는 세월호 희생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단원고 학생들의 여행자보험을 들먹이며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하는 어처구니없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러고도 MBC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죠. 

 

출처 - 아이엠피터

 

일부 언론과 방송은 피해생존자들에게 세월호 내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재난보도 준칙을 어기는 행위로 질타를 받았습니다. KBS는 박근혜 정권의 눈치를 보며 권력에 굴복하여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기레기(기자+쓰레기) 취급을 받았고, KBS와 MBC 내부에서 정권과 권력에 항의하며 진실을 전하려 했던 기자들과 PD들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4월 17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세월호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들의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중단하고 취재와 보도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이 재해보도준칙에 입학하여 다음의 원칙을 준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신속한 보도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 감정적, 선정적 어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반복, 중복하여 보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구조대책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도에 주력해야 한다.
- 보도는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내용이어야 하며,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의 명예, 사생활, 심리적 안정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 피해생존 청소년과 아동에 대한 취재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 공익에 상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를 담은 근접촬영 화면의 사용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겨우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는 형국입니다. 태국 동굴소년 구조와 세월호 구조, 과연 무엇이 달랐을까요?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은 달라졌을까요? 두 사건의 교훈을 곱씹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4년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에서 여러 저자분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피력하셨는데요, 여기 간략히 정리합니다.  

 

 

요즘은 문밖을 나서 조금만 걸으면 거리에 걸린 노란 바탕색 현수막 천에 박힌 검정색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중에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유가족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애도도 있고,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위도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후 참 많은 진단의 언사가 있었습니다만, 단연 정확하고 포괄적인 진단은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 중’이라는 선언(!)일 것입니다.


대체 우리는 어디에 빠져서 침몰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서방 식민 제국의 자본주의가 무차별적으로 이식되면서 자체의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급격하고 과격하게 자본주의로 편입되었습니다. 한국은 전후 복구와 재건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자본의 개발과 성장 논리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회가 되었고, 급기야는 사회 전체가 무한 증식하는 자본의 거대한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그 무서운 바다에서 구명해줄 보트나 조끼 따위가 있긴 하지만 그 수는 턱없이 모자라고 또 아무나 타고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야말로 피튀기는 생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트를 탄 사람들과 구명조끼라도 입은 사람들,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버티며 살벌한 각축전을 벌이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 어떤 연대도 연민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타인을 향한 서슬 퍼런 차가움만 있을 뿐입니다. 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삶 속에선 자존감은커녕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갖기 어렵습니다. 쌍용자동차 부당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이 그렇고, 평생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하루가 그렇습니다.

 

자본 권력의 공격에 ‘인제, 그만!’이라고 외칠 때도 되었는데, 아니 한국 사회의 내구력은 진작 ‘임계점’에 달했는데, 왜 우리는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죄 없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는 것일까요?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 옮긴이 후기 중에서

 

 

 

 

이 글은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려 쓰는 글은 아닙니다. 저는 그런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기에 그 무게를 알지 못하고, 글 몇 줄로 나서서 위로할 자격은 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참사를 목도한 우리도 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야기하는 분노와 환멸도 있지만, 어린 학생들의 때아닌 희생, 그리고 그로 인해 환기된 죽음 자체의 어두움이 전하는 절망과 허무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믿음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저 자신에게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리는 죽어서 우리를 만들어준 별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을, 새로운 삼라만상을 탄생시킵니다. 이 광대한 순환의 드라마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간적인 처연함과 안도감이 교차합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용을 써 본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부자가 되고 유명인이 되고 나아가 세계를 정복한다 한들 광대한 시공간 속에서는 티끌이자 찰나일 뿐입니다. 은하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세운다 한들 긴 세월이 지나면 결국 폐허로 변하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가 별에서 와서 별로 돌아가는 우주적 순환 과정의 신성한 일부라는 사실과 우리를 이루던 요소들이 머나먼 시공을 넘어 새로운 세상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가요. 그간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과 앞으로 죽음을 맞이할 우리와 한때라도 여기 존재하던 모든 것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의 허망함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절실한 소중함으로 뒤바뀝니다.


그렇다 하여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이 거대한 의미만을 붙잡고 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의 일은 이곳에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죽음은 삶의 귀결이지만, 삶이 죽음을 ‘목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특히 때아닌 어린 죽음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삶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과 슬픔을 줄이고 악을 단죄하는 일은, 탄소나 인 같은 원소로 이뤄진 존재가 아닌 의지와 양심이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당연한 책무입니다. 지옥 같은 배 속에서 먼저 떠난, 어쩌면 아직도 버티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생각만으로는 이미 떠난 사람들로 인한 공허함을 채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훌륭한 세상을 만든다 한들 아이들이 되살아나 그곳에서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천국이 정말 있어서 모두가 그곳에 갔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비뚤어진 나라에서 어려서부터 겪어야 했던 삶의 무게와 죽음의 공포가 한낱 꿈이었을 뿐이고 이제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저는 순진했던 우리 아이들이 조금 먼저 별을 향해 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천천히 그곳을 향해 가고 있고요. 언젠가 때가 되면 만나서, 살아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대한 기적의 신성한 일원으로 함께할 거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미안하지만, 그때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공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여 탑승자 476명 가운데 29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1월 현재까지 5명은 실종(미수습) 상태다. 대참사가 일어난 그날,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대통령이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약 7시간 행적이 공백으로 남아 무수한 추측이 난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행적은 국가 기밀 사항이라 절대 발설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가는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되어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 세상 어디에도 대통령의 행적을 일일이 다 국민들한테 밝히는 나라는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600년 전 조선왕조 시절에도 국가 지도자의 행적은 국가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에 사관들의 손에 의해 낱낱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태종 임금은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갔다가 낙마한 일이 창피해서 실록에 적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 발언조차 고스란히 실록에 담겨 있을 정도다.

 

이런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데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과 관련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거나,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조차 폐기한 흔적이 역력하다. 행여 기록이 남겼다가 비판을 받을까 봐 없애버린 것이다. 이것이 역사 말살이 아니고 무엇인가?

 

조선이 구시대적인 전제왕권 국가라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론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보수층이 본받아야 할 선진국이라고 그토록 선망하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의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은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최고 공격 목표다. 이 때문에 미국 백악관에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중무장한 경호 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렇지만 미국 대통령의 모든 행적은 낱낱이 기록되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다.

 

똑같은 국가 지도자인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행적을 다 공개했고,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행적을 끝까지 숨겼다. 이제 와서 보면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 대체 7시간의 행적을 왜 감추려고 했는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 중에서

 

생각비행은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한 분 한 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대적 소명으로 사회에 유익한 책을 펴낼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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