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큰 상처로 남아 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작년 8월 드러나 화제였습니다. 2019년 8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새롭게 검출된 DNA가 복역 중이던 이춘재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수사를 벌였습니다.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습니다.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 무기징역 복역 중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춘재가 자백한 강력범죄는 무려 40여 건에 달했습니다. 살인 14건, 강간 및 강간미수 등 성범죄 30여 건이었는데요, 화성연쇄살인사건이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한 10차례의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니, 알려지지 않은 이춘재의 살인행위가 더 있었던 셈입니다. 이춘재가 무기징역을 받은 계기인 처제 성폭행 및 살인을 포함하면 그가 죽인 피해자는 15명에 달합니다. 이춘재는 한국 범죄사에서 가장 많은 횟수의 강력사건을 벌인 단일 범죄자로 기록되겠죠. 그의 범행이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이뤄졌으니 매년 약 2명을 살해하고 약 4명을 성폭행한 셈입니다. 정말 인두겁을 쓴 악마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춘재의 범행이 8년에 걸쳐 40여 차례나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를 꼽았습니다. 연달아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경찰의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며 대담성이 높아져 점차 살인을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하죠. 군사독재 시절이던 당시 사회의 일그러진 면과 주먹구구식 수사가 자아내는 허탈함은 당시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국 영화의 걸작인 〈살인의 추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사건 6차 사건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습니다. 경찰 지휘부로 보고가 올라갔을 정도였지만 당시 족적을 대조하는 등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9, 10차 사건 때 다시 수사를 받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는 혈액형 불일치로 풀려났습니다. 1989년 강도미수 사건으로 경찰에 잡혀 200일 동안 구금된 것을 빼면 1994년까지 단 한 번도 검거된 적이 없었습니다.


출처 – 뉴스1


작년에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될 수 있었던 것은 수사 기술의 발달과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과학 수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계기가 바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이었죠. 이렇게 보면 이춘재에게는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초동수사 실패는 뼈아픈 지점이지만, 집요하고 끈질기게 수사를 이어온 경찰의 노력은 칭찬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냄으로써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시민들의 바람을 실현해주었으니까요.


출처 - JTBC


하지만 이와 동시에 당시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진실을 밝히는 건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은 진짜 연쇄 살인범의 행위를 모방한 모방법의 소행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20년 넘게 수감되었던 윤 씨가 당시 경찰의 강압 때문에 허위로 자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윤 씨는 경찰의 폭력과 강압에 허위로 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가족들은 변호사를 구할 형편이 안 되어 국선 변호사에 기대다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죠.

 

출처 - 노컷뉴스

 

윤 씨는 20년이란 세월을 자신이 저지른 죄도 아닌데 대신 벌을 받고 출소했습니다. 한 시민의 억울한 세월을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을까요? 작년 10월 28일 저녁 방송된 tvN 시사·교양프로그램 〈김현정의 쎈터:뷰〉 진행자 김현정은 화성 8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윤 씨를 만났습니다. 윤 씨는 "이춘재가 그나마 양심이 있으니 자백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날 믿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고마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범죄자한테 고마움을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권력을 남용한 경찰의 강압수사로 잃어버린 인생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진실이 밝혀져 최소한 자신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작년 조국 일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갈등 등이 맞물린 시점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이 드러나 정치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곤 했습니다.


 

출처 - MBC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을 가리기 위해 관련자들의 DNA 검사가 진행됩니다. 사건 재심 담당 재판부는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모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윤 씨의 체모에 대한 증거조사를 마쳤습니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진실규명 차원에서 당시 수사 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제보들에 대하여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는 총 10점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국과수가 8점을 감정에 사용했고 남은 2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거쳐 국가기록원에서 30년 넘게 보관해온 것이라고 하죠.  

 

출처 - 일요신문

 

검찰은 8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모와 재심청구인 윤 씨의 체모, 대검찰청이 보관 중인 이춘재 DNA 데이터베이스 등 3개 증거물을 국과수에 보내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한 달 후인 다음 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8차 사건의 진범이 가려지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에서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이춘재 진술의 진실도 곧 드러날 예정입니다.

 

출처 - 뉴스1

 

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공포이자 응어리였던 사건이 풀려서 정말 다행입니다. 경찰과 법원은 윤 씨를 포함해 관련 사건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진실까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랍니다. 과거 사건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분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지난 5월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보안법이 찬성 2878, 반대 1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가결되었습니다. 중국 전인대가 일국양제를 무시하고 홍콩 의회인 입법회 대신 홍콩 관련 법안에 직접 손을 대는 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이었죠. 오는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는 홍콩 보안법의 세부 내용을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출처 - 이투데이

 

홍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리즘 활동에 대한 예방과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이는 명분일 뿐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출처 - 뉴스1


홍콩 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테러리즘 활동 등 반중국 행위를 금지, 처벌하고 홍콩 안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중국 행위가 무엇인지를 정부가 정하기 나름이라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JTBC


친중국파들이 뭉친 홍콩 의회는 지난 4일 중국 국가를 모독하면 처벌한다는 국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모독하면 처벌하겠다는 건데요, 장례식이나 상업 광고에 사용하는 건 물론이고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개사해서 부르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하게 됩니다. 범민주 진영의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국제사회는 중국의 폭거에 즉시 반응했습니다. 미국은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을 언급했습니다. 중국이 홍콩을 이용하려는 금융 허브로서의 이점을 없애버리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하지만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트럼프의 증오의 리더십이 부각되었고,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라 미국이 홍콩 문제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편 영국은 홍콩 사람들에게 시민권 부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1997년 홍콩을 반환하며 맺은 협정을 준수할 것을 중국에 요구했습니다. 홍콩 시민들 역시 영국뿐 아니라 중국과 대적하고 있는 대만으로의 이민 등을 고려하거나 안전한 해외 은행 계좌를 문의하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9일 송환법 반대 시위 1년을 맞았지만 홍콩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누적, 경제 불황,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시민들이 저항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재벌들은 앞다투어 홍콩 보안법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으로 불씨가 다시 일어나 오는 9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와 학생단체가 공동 투쟁을 공언하고 있어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닙니다. 홍콩의 중국 반환 기념일인 오는 7월 1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조슈아 웡(黃之鋒)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연합뉴스》와 15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강행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는 한편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그는 홍콩 보안법이 통과되면 1980년 광주보다 더한 인권 탄압이 자행될 것이라며 일전에 한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상황이지만 홍콩 반환 당시 영국과 중국의 협약을 지지한다며 우회적으로 일국양제를 지킬 것을 언급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우리로서는 홍콩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출처 - 트위터


이런 상황에서도 기레기는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죠. 지난 5월 30일 뜬금없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윤상현 의원이 조슈아 웡에게 조언을 해주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극우 언론들이 이를 열심히 받아 날랐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조슈아 웡은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한국어로 번역한 내용까지 올리며 자신이 윤상현 의원과 연락을 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며, 이는 가짜뉴스라고 항의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시위하고 있는 사람에게 얹은 적도 없는 숟가락 자랑질이나 해대는 의원이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퍼 나르기에 바쁜 언론이나 한통속인 모습입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이제 홍콩은 지난 송환법 시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경찰은 수백 명을 체포하고 대규모 병력으로 시위를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직접 홍콩 보안법을 들고나왔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다른 상황을 예고합니다. 그런 만큼 홍콩 시민들의 시위만으로는 중국 정부가 보안법을 무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장미는 쓰레기통 속에서도 피는 법이고,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도 일어나는 법이죠.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를 향한 행보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냅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감염병으로 인한 고통을 경제적 약자들부터 지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쿠팡물류센터를 비롯해 고령의 환자가 많은 행복한요양원, 다단계 판매센터까지 최근 복수 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곳들의 특성과 그곳의 노동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인 '언택트(untact)'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의 경제 현실을 한마디로 정리해서 보여주는 신조어가 아닐까 합니다. 용어 그대로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 따위를 받는 일을 말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배달 문화가 발달한 대한민국에서 모든 필요를 택배로 해결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하지만 그 때문에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 업무 특성상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 점점 무더워지는 날씨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각 인터넷 쇼핑 업체와 택배회사들이 노동자의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출처 - 뉴시스


가장 대규모 인터넷 쇼핑 업체라 할 수 있는 쿠팡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택배 업무를 하던 계약직 여성 직원 A씨는 가족 전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국 A씨 가족 전원이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는데, 그 와중에 남편은 급성 심정지로 인해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A씨도 딸도 격리 대상이어서 남편과 아빠가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보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 직원은 쿠팡 측이 확진자를 숨기고 수백 명을 출근시킨 지난달 24일 근무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 만큼 쿠팡 측이 책임 있는 대응을 해야 할 텐데, 쿠팡은 일주일이나 지난 6월 2일 연락해 은행 업무나 아이 돌봐주기 등을 해줄 수 있다고만 했을 뿐 사과나 배상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작업복 세탁이나 소독 등 현장 방역이 전무했던 작업 환경을 생각하면 이번 쿠팡 집단 감염은 누가 봐도 쿠팡 사측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오는 7월이면 계약이 종료되는 A씨를 상대로 쿠팡은 시간 끌기 작전에 돌입한 것인지, 사과도 배상도 감감무소식입니다. 한 가족을 육체적, 경제적, 심리적 극한 상태로 내몰고도 말입니다. 쿠팡이 이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 지난 9일에는 쿠팡물류센터의 다른 확진자 1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JTBC


쿠팡의 비정상적인 노동 환경은 이뿐이 아닙니다. 천안 쿠팡물류센터 직원 식당에서 일하던 조리사는 지난 1일 청소 작업 중 쓰러져 숨을 거뒀습니다. 평소 청소 약품이 너무 독하다고 호소하던 30대 여성 조리사에 대해 쿠팡은 외주 업체 소속 계약직이라며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체 측에 물과 섞어서 쓰는 약품 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락스와 세제를 섞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현장에서 독가스인 염소가스가 발생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기게 된 겁니다.


출처 - MBN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쿠팡 측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직원들만 쥐어짠 사실이 뉴스에 보도된 바 있죠.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애꿎게 자가격리된 노동자들에게 오늘 근무가 가능하냐고 이틀 연속으로 문자를 보낸 겁니다. 자가격리로 일감마저 끊긴 일용직 노동자들을 놀리는 건지, 아니면 자가격리를 무시하고 나와서 일하라는 건지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경영진이 정신이 나간 건 분명해 보입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사람이 병에 걸리든 죽어 나가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심보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쿠팡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흐름과 맞물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비스의 핵심인 물류센터 방역을 소홀히 해 집단감염 사태를 유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습니다.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지난 6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쿠팡의 코로나 확진자은폐로 남편이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습니다. 청원자는 "쿠팡 신선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모두’ 방한복과 안전화 돌려사용합니다. 그리고 제가 근무하는 동안 소독, 방역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확진자가 나오고 나서도 내리 3일을 숨붙은 기계 취급하듯 근무자들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관리자들은 무조건 모른다고하며 그대로 일을 시켰습니다. 방역을 완벽히 했다고 했지만 방한복,식당, 흡연실,락카룸,작업대 PC등 모든곳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무슨 방역을 했다는 건지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쿠팡의 안일한 대처와 패쇄적인 행태로 인해 저와 제가족이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나요 삶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근로자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 무너뜨리는 쿠팡으로부터 저와 제가족을 지키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쿠팡의 책임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시민단체는 김범석 쿠팡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쿠팡이 부천 물류센터의 연쇄감염 초기에 고객 대응을 소홀히 했다는 주요 이유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입니다. 6월 12일 현재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2명이 늘어 모두 146명이 됐고,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는 116명, 서울 양천구 탁구장 관련 확진자는 60명으로 늘어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n차 감염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출처 -MBC

 

사실 코로나19 시대의 노동 환경은 쿠팡뿐 아니라 기업 대부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의 첫 번째 수칙이 '아프면 3, 4일 집에서 쉰다'입니다만, 정말로 그럴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상사 눈치는 물론 인사평가도 신경이 쓰이고 실질적인 금전적 손해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이는 사실상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일 겁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아프면 장사하지 말라는 건 두 번 죽으라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 온당할 리는 없습니다. 

 

출처 - MBC

 

결국 정부는 이와 관련한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 지켜도 그만인 권고가 아닌 법으로 강제해 처벌 가능성까지 열어두겠다는 겁니다.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겠으나 이와 동시에 정말로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경제적인 보조 또한 병행되어야 하겠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19 시대가 효율성을 위해 약자에 위험부담을 지운 신자유주의의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배달, 돌봄 등 저임금 노동자가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기 시작한 것은 문제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모두의 생존에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을 해온 것을 알게 되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 우리 전체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세계적으로 좋은 편에 속합니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 나랏빚 얘기만 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살릴 계획을 하는 건 코로나19 이전의 구시대적인 대응에 불과합니다. 마이너스 성장을 겁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평하고 공정하게 사회의 자원을 나누어 모두 함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지난 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은 8시간 동안 구속적부심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이재용의 혐의와 관련해 기본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소명됐다며 구속 상당성과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이재용, 최지성, 김종중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 핵심사유인 증거인멸 여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구속의 핵심 요소인 증거인멸, 도주 우려, 범죄의 소명 중 범죄의 소명만 직접 언급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만 언급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증거인멸은 구속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일반인은 단 하나의 증거만 인멸해도 곧바로 구속되는데, 삼성 일가는 이미 여러 차례 조직적 증거인멸을 했는데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이념을 법원이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가 아닐까요? 대한민국에서 삼성은 법을 초월한 존재라고 인정하는 꼴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민변 등 법조계도 이 부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미 그룹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증거가 확보됐으니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한 법원이 향후 재판에서 이를 제대로 심리할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조직적 증거인멸, 금감원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하는 등 일반인도 다 아는 수준의 증거인멸 전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과연 삼성이 아니라 일반인이었어도 구속영장을 기각했을까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마땅할 검찰이 이번 기각에 대해 꼬리를 내린 겁니다. 검찰은 기각이 결정되자마자 아쉽지만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물러났습니다. 딱히 검사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조직적 증거인멸 사례를 재소명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인데 말이죠. 법원과 검찰이 주거니 받거니 핑퐁 수사를 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법원과 검찰이 재벌에 관대했던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출처 - 미디어오늘


삼성의 광고를 받아먹고 사는 언론도 한몫했습니다. 삼성 이재용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된 지난 8일 언론은 이재용을 선처하길 바라는 국민이 60%라는 기사로 도배했습니다. 공정한 기준으로 재벌의 범죄를 엄단하길 바라는 게 지난 총선 결과로 드러난 국민의 의지입니다. 하도 이상해서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니 언론이 인용한 내용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아니었습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라는 곳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낸 이상한 자료였습니다. 더 살펴보니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5일간 이재용이 거론된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지식인, 기업/조직, 정부/공공 등 모두 11곳의 글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뉴스를 제외한 11개 채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된 총 게시물 수는 4783건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포스팅 가운데 언급된 톱 30위 내 연관어 수량은 모두 3만 4291건이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겨우 이 정도 데이터 분석을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군요.

 

출처 - 경향신문

 

인터넷 게시물과 뉴스를 빅데이터 분석했다는데, '선처'에 관한 연관어로 심의위원회, 경영, 한국, 국민, 우려하다, 전문가, 세계, 시장, 생각, 회사, 미래 등 11개를 선정했고, 불관용 연관어로는 삼성물산, 의혹, 경영권, 제일모직, 위기, 못한다 등 6개를 선정했습니다. 수치적인 불균형도 눈에 띄지만 의도적인 여론 왜곡을 위해 선정한 연관어도 어이없습니다. 자기네가 글을 실제로 들여다보니 '위기'란 연관어는 삼성그룹 위기란 글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키워드였지만 의외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상실 '위기' 글이 더 많아 불관용 의견에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삼성과 관련해 경영, 한국, 국민, 전문가, 미래라는 단어를 쓰면 이재용을 선처하길 바란다는 의견으로 분석한 것인데요. 그런 분석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출처 -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삼성 이재용은 구속하고 경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경제 전문가부터 국민까지 모든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것이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이렇게 쓰면 이재용을 선처해달라는 의견이 되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입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 속아줄 것 아닙니까?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어처구니없는 연관어 선정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 40%나 불관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건 거의 전 국민이 재벌이어도 법대로 엄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하지만 기레기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열심히 받아적고 실어날라 삼성과 이재용의 충견임을 증명했습니다.

 

출처 - 구글

 

생각비행은 과연 대다수 국민이 이재용의 선처를 원하는지 궁금해서 '구글신'에게 물어봤습니다. 구글신은 "이재용 선처"라는 검색어를 인식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재용 전처"를 찾으셨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런데 이재용 선처를 바라는 여론이 60%라고요?

 

출처 - 구글

 

다시 "이재용 구속"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봤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내용이 많이 뜹니다. 이 검색 결과를 보면 검찰-법원-기레기가 어떻게 한통속이 되어 여론을 왜곡하려 하는지 드러납니다. 검찰은 엉터리로 수사하고, 재판부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친절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이재용이 악어의 눈물을 글썽이며 반성하는 기미를 내비치면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상이 된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무너지고 뒤바뀌었지만, 이런 문제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로 이제 사실상 종착역이 다가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이재용 측에게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은 하나의 기회입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018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 재직 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주요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요, 삼성은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불기소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이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이번 구속영장 재청구도 얌전히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 위원회 결정을 핑계 삼아 불기소해버리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과연 삼성 이재용은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요. 재벌에 철퇴를 내려 정의를 바로잡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해야 하는데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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