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현충일을 앞두고 국립현충원에 있는 친일행위자의 묘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주목받았습니다. 군인권센터는 현충원에 현재 친일 군인 56명이 묻혀 있다면서 지난 4일 파묘와 이장을 요구했습니다. 일본제국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부역한 군인들이 현충원에 묻혀 있는 건 국가적 모욕이라는 겁니다.


출처 - 연합뉴스


《친일인명사전》에 따라 지난 4일 발표된 친일 군인은 박정희를 비롯해 국무총리였던 김정렬, 정일권, 국방부장관이었던 신태영, 유재흥, 이종찬, 임충식 등 56명에 달합니다. 이 중 32명은 국립서울현충원에, 24명은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혀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박정희가 일본 육사 출신으로 만주군 소속 중위로 부역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죠. 국무총리였던 김정렬, 정일권 역시 일본군 대위, 만주군 대위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방부장관이었던 이들도 마찬가집니다. 모두 일본 육사 출신에 계급도 높아 중령, 소령, 대위였습니다. 특히 임충식은 독립군을 토벌하고 다닌 만주군 간도특설대 준위였습니다. 이들의 계급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친일 부역 군인들은 일본에 끌려가 어쩔 수 없이 총알받이 군인이 된 게 아닙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본제국의 침략전쟁에 충실히 복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논란에서 중심에 있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백선엽'입니다. 올해 100세가 되는 백선엽 예비역 대장은 사망할 경우 대전현충원 안장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훈처는 그가 현충원 안장 대상이고 다른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백선엽은 한국전쟁 초기 전세 역전의 계기가 된 낙동간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전쟁 영웅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후 평양전투와 중공군 춘계공세 저지 등 한국전쟁 와중에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에 혁혁한 전공으로 희망을 보여준 사람임은 분명합니다. 최고 훈장인 대극무공훈장을 두 차례나 받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이렇게만 보면 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이 차고도 넘쳐 보입니다.


출처 - YTN


문제는 그에게 과오가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인 독립군 토벌로 악명 높은 만주군 육군 휘하 간도특설대에서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장교로 복무한 전력이 있습니다. 간도특설대의 일원으로 압록강, 두만강, 상류 일대에서 주로 중국 항일 게릴라 토벌에 종사했다고 하죠. 이때 중국 주도의 항일 게릴라에는 중국인, 만주인과 함께 조선인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1944년 백선엽은 일본에 맞선 중국공산당의 주력부대인 팔로군 토벌에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일본제국으로부터 여단장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백선엽은 자서전에서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조선 독립군을 토벌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만주군 간도특설대로서 복무했으며 일제 패망 당시 만주군 중위였다는 사실은 시인합니다. 그리고 독립군과 직접 싸운 적이 없다고 변명하지만, 간도특설대 자체가 조선인 독립군은 조선인으로 잡아야 한다는 일제의 방침에 따라 만들어진 특수부대였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백선엽의 진술은 신빙성이 아주 떨어집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백선엽이 몸담기 전이긴 하지만 간도특설대는 1939년 천보산 전투에서 포로로 잡은 조선인 독립군들을 고문 살해한 전적도 있습니다. 또한 중국 기록을 보면 백선엽이 복무하던 1944년 7월과 9월, 11월에 간도특설대가 무고한 조선인 등을 살해하고 식량을 강탈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백선엽이 일제의 군인, 그것도 간도특설대였다는 사실 자체도 큰 문제지만, 그는 지금까지 복무 사실만 인정했을 뿐 일제에 부역한 과오에 대해 사죄하거나 반성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사학 비리의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인 선인학원 문제 등으로 수천억 원대의 치부를 한 사람이기도 하죠. 이렇게 과오가 분명한 사람이 과연 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이 있을까요?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친일행위자에 대한 현충원 파묘 및 이장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전쟁 등 다른 공이 있더라도 친일부역자라면 현충원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입니다. 이장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32.3%였습니다.

 

출처 - Korea TV

 

지난 3월 1일은 101주년 삼일절이었습니다.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평민 출신 위대한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드디어 국내로 모셔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계봉우·황운정 지사 내외분의 유해를 모신 데 이어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하며,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방한과 함께 조국으로 봉환하여 안장할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문재인 SNS / 매일노동뉴스

 

그리고 지난 7일 봉오동 전투 승리 100주년을 맞이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승리와 희망의 역사를 만든 평범한 국민의 위대한 힘을 가슴에 새긴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봉오동 전투는 임시정부가 '독립전쟁의 해'를 선포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일궈 낸, 무장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승리였다"면서 "이로 인해 독립운동가들은 ‘자신감’을 얻었고, 고통받던 우리 민족은 자주독립의 ‘희망’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독립군 한 분 한 분을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국가의 책무임과 동시에 후손들에게 미래를 열어 갈 힘을 주는 일"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늦어졌지만 정부는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계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위키백과

청산리 전투 승리 기념 사진  |  출처 - 독립기념관  / 연합뉴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대한국민이 일제에 저항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 세력의 말처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 이전의 과보다는 그 이후의 공을 고려해서 안장을 결정해야 한다는 건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주장입니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에 보수가 그리도 '건국절 타령'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군요. 보신과 치부를 위해 적극적으로 일제에 부역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사람들이 현충원에 그대로 남아 있어도 괜찮은 걸까요? 과반수의 국민과 헌법정신이 답을 묻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과학 읽을거리’를 표방하며 《아시아경제》 온라인판에 인기리에 연재된 [과학을 읽다]가 책으로 엮여 나왔습니다. 2018년 1월 3일부터 2020년 5월 7일까지 만 28개월간 하루 한 꼭지씩 독자를 만난 수많은 기사 중에서 건강한 삶을 위해 상식으로 알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좋을 정보들, 우리 몸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주는 지식들을 가려 담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어떤 명약과 획기적인 치료도 예방만 못하다고 강조합니다.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예절을 지키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기본입니다. 《1분 과학 읽기》는 혼란한 일상 속에서 몸을 지키고, 팬데믹 시대에 삶을 지키는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줍니다.

 

1분 과학 읽기

[건강·의료편]

내 삶을 지키는 쉽고 재미있는 과학 50

 

 


바쁜 일상에서 몸을 지키는 1분 건강 읽기

《1분 과학 읽기》 1부는 건강편입니다. 현대인은 언제나 수면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학생들은 공부에 시달리고, 직장인은 과다한 업무와 잦은 야근에 시달립니다. 일상 속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죠.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이는 뇌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수면 부족은 비만을 유발하기도 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저해시켜 청소년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하루에 8시간 정도 자는 청소년의 비만율은 8.8% 정도지만, 4시간 이하로 자는 청소년의 비만율이 1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로, 우울증, 암 등 수많은 질병의 근원도 수면 부족과 관련이 있습니다.

‘잠’과 ‘다이어트’ 같은 일상의 주제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과학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1분 과학 읽기》는 잠을 자고 또 자도 왜 피곤한지, 사람이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지, 살 안 찌는 체질이 과연 따로 있는지 등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에 답을 주면서 건강을 지키는 비결을 함께 알려줍니다. 논문보다 쉽고 교과서보다 실용적입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해도 절대 빠지지 않는 3킬로그램은 무엇일까요? 오랜만에 운동하면 근육통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식물의 칼로리를 꼼꼼히 따지면 살을 뺄 수 있을까요? 겨울철을 따뜻하게 보내는 간단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기사에 담지 못한 정보와 숱한 자료를 덧붙여, 일상의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1분 과학 읽기》는 독자들에게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공부한 결과물인 동시에 우리 삶에 과학과 관련되지 않은 게 없다는 깨달음이 담긴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팬데믹 시대에 삶을 지키는 1분 의료 읽기

《1분 과학 읽기》 2부는 의료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습니다. 확진자가 급증하며 삶이 불안해지면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고, 생활 속 방역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항균 기능이 있다는 스프레이 종류가 많이 팔리는 것도 달라진 풍경이죠. ‘항균 99.9%’라는 홍보 문구의 뜻을 소비자들은 ‘세균을 99.9% 없애준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은 ‘바이러스(Virus)’입니다. 과연 항균 제품이 바이러스 제거에도 효과가 있을까요?

코로나19는 박쥐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쥐는 21세기 들어 유행한 대형 감염병의 주요 숙주이기도 하죠. 2002년 유행한 사스는 박쥐와 접촉한 사향고양이나 닭을 통해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옮겨졌고, 2012년의 메르스도 박쥐가 낙타에게 옮긴 바이러스를 인간이 낙타를 타면서 감염되어 유행시킨 것입니다. 인류와 줄곧 함께한 박쥐가 현대사회에서 주요한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 밖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유발한 의료 관련 질문은 무수히 많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면역 체계가 있는데, 신종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손씻기, 마스크 착용, 기침예절 준수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공공장소에서 함께 쓰는 비누는 안전할까요? 미뤘던 개학이 감염을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요? 코로나19 시대에 필수인 마스크 때문에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도대체 언제쯤 가능할까요?

《1분 과학 읽기》는 우리 삶을 위협하는 코로나19에 관한 과학 지식을 알기 쉽게 들려줍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어떻게 다른지, 바이러스에 대항해 인간의 면역 체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신종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 왜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에 관해 다양한 사진, 일러스트, 인포그래픽 등의 자료를 곁들여 알려줍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문제는 남습니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시대에는 합성생물학이 바이오안보를 위협하는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안보와 같은 문제에는 세계적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정자·난자 없이 아이가 태어나는 시대에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연애와 사랑의 의미도 지금과 사뭇 달라질 것이 분명합니다.

《1분 과학 읽기》는 과학과 인문학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합니다. 우리 삶과 동떨어진 과학은 없습니다. 모든 과학 지식이 우리의 일상과 직간접적으로 닿아 있습니다. 1분 과학 읽기는 ‘과학’ 그 자체를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마음 깊이 남겨줍니다. 
 

 

▌지은이

김종화
경제 일간지 《아시아경제》의 기자다. 1990년대 초반 경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사회, 정치, 경제, 외교 등 여러 분야를 취재하며 뉴스와 칼럼을 써왔다. 늦은 밤 호젓하게 아내 곁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새벽부터 기사를 써서 오전이면 마감하는 석간신문 기자인지라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문화, 예술, 역사에 관심이 많은 천생 문과 출신이지만, 지난 2018년 1월 3일부터 2020년 5월 7일까지 만 28개월간 [과학을 읽다] 꼭지를 맡아 쓰며 생물, 우주, 최신 기술, 의료, 건강 등 과학 테마와 씨름했다.
그 덕분에, 기자로서 독자에게 ‘똑바로 알릴 의무’와 ‘쉽게 알릴 의무’를 더 절실히 새기게 되었다. 앞으로도 쓸모 있고 재미있는 세상 소식을 매일 전하는 일에 매진하는 한편, 언젠가는, 탄탄한 과학적(!) 설정과 푹 빠져드는 스토리로 무장한 소설도 써보려 한다.

 


▌차례

 

서문

PART1 바쁜 일상에서 몸을 지키는 1분 건강 읽기

01 만병의 근원은 수면 부족?
02 자고 또 자도 피곤한 이유
03 사람이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04 물만 마셔도 살찐다?
05 짜증은 갈증의 신호?
06 물도 많이 마시면 죽는다?
07 꿩 대신 닭, 물 대신 탄산수?
08 물 마시기도 타이밍이 중요
09 다이어트의 잘못된 상식
10 다이어트해도 절대 빠지지 않는 3kg
11 불포화지방산은 살찌지 않는다?
12 살 안 찌는 체질은 따로 있다?
13 다이어트와 공복 시간의 함수관계
14 ‘간헐적 단식’ 하다 ‘간헐적 폭식’ 한다?
15 탄수화물 좋아한 부모 때문에 아이가?
16 다이어터가 조심해야 할 세 가지
17 식품 포장지가 살찌게 한다?
18 오랜만에 운동하면 근육통이 생기는 이유
19 운동에는 ‘간격’이 필요해
20 칼로리 수치 맹신은 금물
21 칼로리 소모, 운동보다 정신 활동?
22 칼로리 잡는 ‘갈색 지방’의 비밀
23 겨울잠과 소변 볼 때 몸을 떠는 행동의 공통점은?
24 따뜻한 겨울 보내려면 목과 발을 지켜라
25 체감온도의 비밀


PART2 팬데믹 시대에 삶을 지키는 1분 의료 읽기

01 코로나는 바이러스, 콜레라는 세균
02 동물과 사람이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유
03 박쥐보다 못한 인간?
04 면역의 역설, 신종 바이러스에 당하는 이유
05 예방접종은 아이들이나 받는 것?
06 비말감염과 기침예절
07 미세먼지 저감대책, 효과 있을까?
08 공기정화 식물 믿기보다 창문 열어라
09 함께 쓰는 비누, 세균 없을까?
10 가정상비약, 1년 지나면 버려라?
11 개학 연기, 감염 줄이는 데 도움 되나?
12 마스크, 전자레인지로 소독한다고?
13 마스크 때문에 공황장애?
14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언제?
15 붕어빵 ‘아빠와 딸’의 비밀
16 아이 건강은 부모 하기 나름
17 카페인 분해 유전자의 비밀 임무
18 거북이 사람보다 오래 사는 이유
19 합성생물학이 바이오안보 위협한다?
20 바이오안보, 세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21 엄마 몸 밖에서 아기가 무럭무럭
22 미래 생명, 정자·난자 없어도 된다?
23 ‘로봇 손’이 아픔을 느낀다
24 환상통 치료, 환자를 속이는 게임?
25 알레르기 유발 성분 함유 화장품, 발라도 돼?

 

참고 자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으신 줄 압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요긴하게 쓰여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 4일 기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률이 99%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출처 - 뉴시스


4일 0시 기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가구 수는 누적 2151만 7017가구였으며 지급액은 총 13조 5427억 9700만 원으로, 지급 대상 전체 가구의 99.1%, 총예산의 95.1%에 해당하는 규모였습니다. 전체 지원금 중에 67.2%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충전 방식으로 수령됐다고 하며, 11.6%는 선불카드, 지역사랑 상품권 수령은 7.1%였다고 하죠. 지역사랑상품권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사용기한은 8월 31일까지이며 이 이후 잔액은 국고로 환수됩니다.


출처 - 뉴스1


지역 시장을 기반으로 소비가 진작되고 소비자들도 모처럼 소비할 수 있어서 기뻐했는데요,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분탕질을 하려 합니다. 전체 가구의 99%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 가자 IMF 때 금모으기 운동처럼 자발적인 기부를 하지 않고 다 찾아갔다면서 훈장질입니다. 끝까지 신청하지 않은 금액이 기부금으로 전환될 경우 최대 7600여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죠. 애초에 긴급재난지원금이 무엇을 위해 편성된 예산인지, 어떻게 소비 진작으로 이어졌는지 관심이 없었나 봅니다. IMF 때도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아준 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생각해보면, 과연 누굴 위한 기부였나 싶기도 하죠. 어쩌면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처가 경제지들에 광고를 주는 대기업에 쓸 수 없게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이와 더불어 3차 추경이 결정되자 '나랏빚'이라는 단어로 공포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국가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제목은 ‘나랏빚 사상최대인데 또 재정확장한다는 정부’ 비슷하게 걸립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생각해보면 가계부채나 정부부채가 과거와 비교할 때 사상 최대가 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데다 저금리 기조로 돈이 시중에 풀리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당연한 일인데 이걸 마치 엄청나게 큰일인 것처럼 호도하는 건 언론의 '특정한 목적'이 있는 설레발에 불과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물론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별것 아니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고용지표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0.2%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IMF를 포함해 딱 두 해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예측했습니다. 이런 세계적인 혼란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선방 중인 셈입니다. 그리고 사상 최대의 어려움 앞에서 사상 최대의 나라 살림을 꾸리는 건 당연한 대책이겠지요. 이렇게 준비하지 않는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세 차례에 걸친 역대급 추경을 하더라도 국민과 기업을 살려야 국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위기감을 조장하는 보수 언론의 걱정과 달리 우리나라의 신용도는 주요 신용평가 기관에서 모두 A급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재정 확대로 위기가 오는 건 선진국을 포함해 해외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집니다. 미국은 3700조, EU는 1000조라는 상상하기 힘든 금액을 경제 회복을 위해 쏟아부었습니다. 미국의 채무율은 2019년 104.26%에서 106.1%로, 독일은 61.69%에서 70.3%로 늘었고, OECD 국가 평균은 109.2%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채무율은 보수 언론이 '사상최대 나라빚 타령'을 하는 와중에도 2019년 37.92%에서 40% 수준 정도로 늘었을 뿐입니다. 

 

출처 - 프레스맨 / 2019년 통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우려하는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으나 지나친 걱정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할 이유는 없습니다. 코로나 대응으로 선진국이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17.2%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적은 5.5% 수준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보수 언론이 진심으로 나라 살림을 걱정한다면 그 초점은 이 재정으로 어떻게 실물 경기를 살리고 이를 성장 동력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집중하길 바랍니다. 엉뚱한 곳으로 예산이 새지 않는지 감시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단지 나랏빚이 는다는 사실만 부각하는 건 국민을 위하는 일도 아니며 경기를 부양에 좋은 영향을 주지도 못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미국이 주식에, 일본이 저축에 쓸어 넣어 실물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죠.


출처 - 국민일보


정부는 지난 3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습니다. 35조 3000억 원 규모로 세수 감소분 보전과 세제감면 뒷받침으로 11조 4000억 원, 한국판 뉴딜 등 경기 보강 패키지에 11조 3000억 원, 금융패키지 재정 지원에 5조 원, 고용 사회안전망 확충에 9조 4000억 원 등입니다.

 

출처 - KBS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11조 7000억 원의 1차 추경,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2조 2000억 원의 2차 추경 모두를 합한 것보다 많은 역대급 추경입니다. 시중에 유례없는 돈이 풀리는 만큼 정부의 바뀐 정책을 꼼꼼히 확인하고 최대한 활용하여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행동이 아닐까요?

 

"숨을 쉴 수 없다. 제발, 목에 무릎이…"


지난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이 무릎으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망 전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채 "어머니.."를 외쳤다고 하죠. "숨을 쉴 수 없다"고 토로했던 플로이드의 호소는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에 숨 막혀 하는 흑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연합뉴스

 

당시 백인 경찰은 플로이드의 목을 8분 46초 동안 짓눌렀고 현장에 응급 의료진이 도착한 후 1분이 지날 때까지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착한 구급차가 영구차가 되었죠. 목을 짓눌린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자, 당시 한 목격자가 "그에게서 떨어지라"라며 백인 경찰을 향해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찰은 플로이드를 풀어주기는커녕 목격자를 노려보며 위협하듯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명백히 인종차별에 기반해 공권력을 휘두른 살인 동영상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격분한 시민들이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출처 – AFP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가 사망한 다음 날 목을 짓누른 경찰과 보고만 있던 경찰까지 4명을 해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주범 한 명만 3급 살인인 우발적 살인으로 기소해 흑인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습니다. 며칠 후 플로이드 유족의 요청으로 부검을 진행한 부검의는 목과 등 압박으로 인한 질식이 뇌로 향하는 혈류를 부족하게 해서 사망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백인 경찰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출처 -  Chad Davis / 위키미디어 공용


부검으로 경찰의 대응이 사실상 살인 행위였음이 명백해지자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습니다. 미네소타주는 뒤늦게 나머지 백인 경찰 3명을 포함해 가해자 4명에게 2급 살인 공모 및 2급 우발적 살인에 대한 공모 혐의를 새로 적용했습니다. 3급 살인은 살해 의도 증거가 없지만 매우 위험한 행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지만 1, 2급 살인은 살해 의도가 있다는 증거가 있을 때 적용됩니다. 1급은 살해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때, 2급은 우발적일 때 적용됩니다. 3급 살인의 경우 최고 형량이 15년이지만 2급 살인의 경우 최대 40년형이 구형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플로이드 사건의 경우 영상과 부검 결과가 말해주듯이 1급 살인으로 봐야 하며 미네소타주법이 아닌 미국 전체의 국가적 사안을 다루는 연방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종차별에 기반해 공권력을 자행한 백인이 흑인에게 증오범죄를 저지른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거죠.


출처 - 연합뉴스


흑인만이 아니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양식 있는 미국 시민들은 75개 이상의 도시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뜻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무릎으로 목 누르기 체포 행위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5년간 이런 식의 대응으로 인해 44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드러났죠. 그리고 피해자의 60%가 흑인이었습니다. 심지어 14세 소년이나 단지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목 누르기를 당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이런 체포 방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만, 미니애폴리스 경찰국 정책 매뉴얼에는 이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동안 자행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게 했습니다.


출처 - 트위터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미국 내 인종차별 현실에 대한 분노 표출과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고 고발하는 의미의 시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집회는 대체로 평화로웠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폭력 사태와 약탈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전체의 의미를 조망하지 않고 지나치게 약탈과 방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사들에 주목해서는 안 됩니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작된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이뤄졌습니다. 폭력이나 약탈이 벌어진 곳이라고 보도된 곳에서 오히려 백인들이 날뛰거나 프락치인 경찰이 시위를 선동하다가 발각된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백인들이 약탈하는 상점 앞에서 이를 저지하는 흑인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좌초된 백인 경찰을 나서서 보호하는 흑인 시위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뉴스1


비무장 평화시위 중이었던 시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차로 밀어버리는 뉴욕 순찰차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자신의 유튜브에 '플로이드 챌린지'라면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장면을 희화화하는 악마적인 행태마저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민낯입니다.


출처 - 뉴스1


물론 백인이라고 나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루이스빌에서는 경찰로부터 흑인 시위대를 지키려고 거리에 나선 백인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캔자스, 산타크루즈, 플린트, 캘리포니아에서는 경찰청장이 직접 시위대 앞에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에 맞서 인권을 지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겠죠.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시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업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였습니다. 비정상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줄곧 비판의 대상이었던 그는,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근본을 훼손했습니다. 내전에 준하는 사회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국민을 통합하려고 노력해야 할 텐데, 트럼프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심화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습니다. 정당한 분노를 드러내는 시위대를 ‘폭도’와 ‘깡패’로 규정하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을 시작한다"라는 저열한 언어로 시민을 위협했죠.


출처 - 연합뉴스


온갖 폭력적인 언어로 시민들을 비난하던 트럼프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졸렬하게 지하 벙커로 피신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시에나 띄울 블랙호크 전투 헬기를 출동시키고 최루액을 뿌리는 등 폭압적인 진압으로 시위대를 짓밟고 있죠.


출처 - 뉴스1


기본적인 상식조차 망각한 트럼프의 행보에 지쳐버렸는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공화당조차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전 합참의장 등 미군 장성들도 우리의 적은 시민이 아니라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응에 경고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2일 부시 전 대통령은 플로이드 피살 사건이 미국 내 인종차별 관련 정책의 충격적 실패를 반영하고 있다며 시위대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앞 광장에서 시위대를 몰아낸 것은 미국이란 국가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지 부시의 이전 행적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입니다만, 조지 부시한테서 훈계를 들어야 하는 트럼프는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인물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덴마크 등 미국 대사관 앞에서 수많은 시민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한 축구 선수는 득점 후 유니폼을 걷어 올리며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6일 오후 4시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 앞까지 침묵 행진을 하자는 뜻이 퍼지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이른바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시국에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에 맞서는 시위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시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존엄한 생명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인권의 개념을 고민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한인 상가 약탈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한인 상가 약탈이라는 '팩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차별과 혐오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존재합니다. 비극의 역사를 끝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조지 플로이드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해야 합니다. 아울러 큰 진실을 보는 혜안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