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투자에 대한 공부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저금리와 유동성의 홍수 속에서 금융투자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양적완화정책으로 저금리 기조가 형성되면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재테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었는데요,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개인투자자가 거시경제, 채권, 주가, 환율, 금리, 각종 금융상품 등을 공부하며 투자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투자를 위한 생각의 틀》은 개인투자자가 투자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임경 전 한국은행 경남본부장은 2015년부터 최근 5판 개정판까지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은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와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라는 책으로 독자들과 소통했습니다. 또 다른 저자인 한준석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팀장은 주OECD 한국대표부 경제정책위원회와 경제검토위원회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수십 년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한 이들이 투자와 관련하여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생각의 틀'을 담은 투자 입문서를 펴냈습니다.

 



성공하는 투자를 위한 금융·경제 내비게이터

경제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GDP 성장률, 인플레이션, 통화량, 고용, 경상수지, 글로벌 공급망 등 거시경제 용어나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테이퍼링 실시, 기준금리 인상, 선제적 안내 등과 같은 용어를 자주 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가, 환율, 금리와 같은 가격변수의 등락과 연관된 이야기를 각종 모임에서 주요한 주제로 거론합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경제 용어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투자에 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투자 입문자들에게는 MMF, ETF, ELS, CB, BW, ABS, CDO 같은 금융상품이나 구조화채권, 결합금융상품, 주가지수선물 같은 용어는 일종의 거대한 장벽과도 같죠. 

이 때문에 불확실한 투자 환경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신문과 뉴스, 각종 서적, 인터넷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투자 정보와 금융상품의 동향을 습득하며 투자 공부를 해나갑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여건과 금융시장 구조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바탕으로 금융시장 간 또는 금융상품 간 연계되는 시장의 생리를 이해하고 체계적인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녹록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인구구조 변화, 제4차 산업혁명, 디지털전환, 암호자산 등 미래의 금융투자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흐름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투자를 결심하면 누구든 불확실한 금융·경제 환경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를 위한 생각의 틀》의 저자들은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 경제와 금융의 '이론·전략'―'시장·상품'―'정책·제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생각의 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투자 환경은 언제나 유동적입니다. 수요와 공급으로 균형을 이루던 금융시장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면서 균형 가격에서 벗어나기 일쑤죠. 순간순간 변화하는 시장가격에 비해 각종 정책은 시차를 두고 움직이므로 성공을 위한 투자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투자 환경에서 모든 투자자는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입니다.

《투자를 위한 생각의 틀》은 투자자가 중심을 잡고 자신의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금융·경제의 내비게이터입니다. 투자에 대한 공부가 필수인 시대,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을 체계화하는 '생각의 틀'을 갖추도록 친절히 안내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체계적인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9개의 파트와 34개의 토픽,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과 통계학의 복잡함을 배제하면서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투자의 기본 원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저자 

임경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한국은행에 입행하였다. 자금부, 국제금융부, 금융시장국 등에서 정책금융 기획, 외환보유액 관리, 금융시장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고려대학교에서 재무론(경영학 석사)을 전공하였으며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에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ar)으로 파견되어 금융시장제도에 대해 연구하였다.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금융 프로그램 등에서 '금리, 환율, 자본이동의 연결고리'에 대한 기본체계를 정리하였으며, 동국대학교에서 재무관리(경영학 박사)를 전공하였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장 및 부국장, 경남본부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수원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통화정책수단의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선행성에 관한 실증연구〉, 〈투자자의 자금흐름과 투자자심리에 대한 연구〉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공저),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등이 있다.

하혁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위기 직후 한국은행에 입행하였다. 이후 금융시장국에서 채권시장에 대한 분석과 공개시장 운영 업무를, 조사국에서 통화이론 관련 연구를, 국제국에서 글로벌 자본이동과 외화자금 분석을 담당하면서 원화 및 외화의 흐름과 금융·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한국은행 60년사》, 《금융안정보고서》 등의 집필에 참여하였다.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에서 Finance를 공부(MBA)하였으며,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에 근무하며 우리 경제와 정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다. 또한 주OECD 한국대표부에서는 경제정책위원회(EPC)와 경제검토위원회(EDRC)에서 활동하며 38개 회원국의 거시경제 상황 검토와 정책 권고 논의에 참여하였다. 현재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차례

머리말 

PART 1 투자를 준비하기 위한 생각의 정리
TOPIC 01 작은 투자,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1. 나를 찾아 줘! 
2. 어떻게 전장에 접근할 것인가? 
3. 별도로 제공되는 무기들 
TOPIC 02 금융·경제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 
1. 다른 사람들의 고민 
2. 기업의 의사결정 
3.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집행 
TOPIC 03 앞으로의 행로와 생각의 틀 
1. 이론, 정책, 시장을 둘러싼 생각의 틀 
2. 한 걸음, 대장정의 시작 

PART 2 먹고살기 위한 경제의 기초
TOPIC 04 우리나라가 생산한 모든 것: 성장과 일자리 
1. 성장이 중요하다
2. 저성장이 드러내는 문제들 
3. 성장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4. 무엇이 경제를 성장시키는가?
TOPIC 05 먹고살기 좋아지는가?: 경기순환과 판단 
1. 경기는 순환한다 
2. 경기순환의 특징과 요인 
3. 지표를 이용한 경기 판단
4. 경기 판단과 예측 
TOPIC 06 물가의 급변동과 통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1. 물가 변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2. 인플레이션의 여러 얼굴 
3. 디플레이션의 여러 얼굴 
Q&A 

PART 3 금융과 투자의 기본 원리
TOPIC 07 현금흐름과 위험: 재무제표 읽기와 현재가치 계산 
1. 회계정보와 현금흐름 
2. 조삼모사와 화폐의 시간가치 
3. 불확실성과 위험 
TOPIC 08 기대수익과 투자위험: 포트폴리오이론과 그 이후 
1.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위험 줄이기 
2. 시장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따라하기 
3. 객관적 선택과 주관적 선택 
4. 개인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TOPIC 09 모든 정보가 즉시 반영되는가?: 효율적 시장가설 논쟁
1. 금융시장이 잘 움직이고 있는가? 
2. 모든 정보가 가격에 즉시 반영되는가? 
Q&A 

PART 4 적정가격을 찾아 움직이는 금융시장
TOPIC 10 시장의 다양한 모습: 금융시장의 구조와 연계
1. 금융시장이란 무엇인가? 
2. 금융시장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3. 여러 가지 기준에 따른 금융시장의 구분 
4. 금융시장 간의 연계 
5. 시장을 키우는 증권화 
TOPIC 11 금융회사들이 움직이는 이유: 거래의 목적과 특징
1. 나를 믿는다: 전망에 의한 투자
2. 틈새를 노린다: 차익거래 
3. 위험을 회피한다: 위험의 이전, 분산, 상쇄 
4. 일단 챙겨야 한다: 유동성 확보
5.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군집행동
TOPIC 12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다: 주식시장 
1. 주식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종류가 있는가?
2. 주식이 태어나는 발행시장 
3. 주식이 돌아다니는 유통시장 
TOPIC 13 금리가 알려 주는 시그널: 채권시장 
1. 채권이란 무엇이며 어떤 종류가 있는가? 
2. 채권이 태어나는 발행시장 
3. 채권이 돌아다니는 유통시장
TOPIC 14 반복되는 역사: 거품 붕괴와 금융 위기 
1. 우리는 금융위기를 예측할 수 있을까?
2. 수시로 찾아온 금융위기의 사례 
3. 글로벌 금융위기는 검은 백조처럼 날아왔는가?
4. 소를 잃은 후에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Q&A 

PART 5 금리와 돈의 방향을 제시하는 통화정책
TOPIC 15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 시장과 정책의 대화 
1. 시장과 정책의 대화
2. 목표를 지향하는 통화정책 
TOPIC 16 작은 것이 모두에게 주는 영향: 기준금리 결정과 파급경로 
1. 닻을 내리다 
2. 기준금리 조정 바라보기
TOPIC 17 정책을 위한 오래된 무기들: 전통적 통화정책수단 
1. 통화정책을 위한 수단들
2. 공개적으로 시장을 운영하다: 공개시장운영
3. 위기 시 동원되는 최종대부자 기능
TOPIC 18 새로운 무기들의 고군분투: 비전통적 통화정책수단 
1. 비상대책을 가동하다
2. 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양적완화 
3. 장단기금리를 비트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4. 미래를 약속하는 선제적 안내
5. 두 얼굴의 영향과 새로운 기준 
Q&A 

PART 6 글로벌 자본이동과 외환시장
TOPIC 19 글로벌 자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거래의 성격과 자금이동 요인 
1. 복잡한 글로벌 자금의 이동
2. 복잡한 거래를 간단하게 구분하기
3. 무엇이 글로벌 자금을 이동시키는가?: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의 성격
4. 글로벌 자본이동의 순기능과 역기능 
TOPIC 20 국경을 넘나드는 돈의 흐름: 국제수지 
1. 국제수지표는 대외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
2. 경상수지는 중요하다
3. 결국 남거나 모자라는 돈
TOPIC 21 모든 것은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환율 변동과 외환정책 
1. 환율은 원화와 외화의 교환비율 
2. 무엇이 환율을 움직이는가? 
3. 환율 변동은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4. 환율정책과 외환정책 
TOPIC 22 불가능한 삼각형: 자본유출입 규제와 외환건전성정책 
1. 삼각형의 구조 읽기 
2. 자본규제는 필요하다
3. 외환건전성정책 
Q&A

PART 7 이익을 만드는 투자상품의 이해와 선택
TOPIC 23 맡기기와 빌리기: 저축과 차입 
1. 금리가 낮은데 저축을 왜 하는가? 
2. 어떻게 저축할 것인가? 
3. 부채는 나쁜 것인가? 
4.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TOPIC 24 주식과 채권 그리고 박쥐들: 주식, 채권, CB, EB, BW 
1. 주식 
2. 채권 
3. 주식으로 변신을 노리는 채권의 친구들
TOPIC 25 짧은 돈과 변환: MMF, CD, CP, CMA, 대고객 RP 
1. 단기자금의 운용과 조달 
2. 장기자금으로 변신하는 단기자금 
3. 다양한 단기금융상품
TOPIC 26 모아서 나누기: Fund, ETF, ETN, REITs 
1. 펀드fund: 모아서 운용한다 
2. 조금 다른 펀드들 
TOPIC 27 파생되거나 결합된 친구들: 선물, 옵션, 스왑, ELS, DLS 
1.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2. 미래 가격을 거래하다: 선물 
3. 권리와 의무: 옵션 
4. 조건의 거래: 스왑 
5. 복잡한 조건: 구조화 상품 
Q&A 

PART 8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투자전략
TOPIC 28 과연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투자전략 논쟁 
1.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2. 모든 정보가 시장에 반영되어 있는가? 
3. 대립하는 주장들
TOPIC 29 평균만 해도 잘하는 것이다: 소극적 투자전략 
1. 소극적 투자전략을 왜 취하는가? 
2. 소극적 투자를 뒷받침하는 이론: CAPM, APT, 다요인이론 
3. 소극적 투자전략의 방법 
TOPIC 30 남들보다 나의 판단을 믿는다: 적극적 투자전략 
1. 적극적 투자전략을 왜 취하는가? 
2. 적극적 투자를 지지하는 이론: 행동재무학 
3. 적극적 투자전략의 방법 
Q&A 

PART 9 경제와 금융의 미래
TOPIC 31 코로나19 이후 거시경제의 미래 
1.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와 부정적 영향
2. 미래 성장과 글로벌 교역의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우려
3. 일자리의 미래와 인구구조의 변화
TOPIC 32 제4차 산업혁명과 경제산업구조 변화 
1. 제3차 산업혁명과 어떻게 다른가? 
2. 이로 인해 나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인가? 
3. 디지털전환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
4. 디지털전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TOPIC 33 디지털전환과 핀테크 금융플랫폼의 진화
1. 모바일혁명과 신산업의 등장 
2. 디지털전환과 핀테크의 태동
3. 지급결제 핀테크의 탄생에서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확장 
TOPIC 34 암호자산, 탈중앙금융 그리고 금융의 미래 
1. 암호자산이 급속도로 확산된 배경은 무엇인가? 
2. 비트코인에 대한 상반된 견해,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3. 탈중앙금융의 미래, 현실화될 것인가? 

맺음말
부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에 이어 이번에도 부동산이 이슈의 중심에 있습니다. 소수 지배 계급의 토지 독점권이 빚어내는 빈부 격차, 부동산 가격 급등, 중산층의 몰락 등은 대한민국이 부동산 지옥이 되어버린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홍콩의 토지와 지배 계급》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반면교사와 같은 책입니다. 저자인 앨리스 푼(Alice Poon)은 수십 년간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부를 축적한 전략을 살피고 홍콩 사회의 모순을 상징하는 것이 다름 아닌 '부동산' 문제라고 규정합니다. 평범한 시민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가 쉽지 않죠. 홍콩의 부동산 재벌들이 지난 20년간 온갖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여온 결과입니다. 정부 엘리트들은 이를 통제하기는커녕 방임을 넘어 협조했으며 중국 정부 또한 이를 방조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자는 영국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 제도가 어떻게 홍콩 지배층의 막대한 재산 증식을 촉진했는지, 경쟁법의 부재가 어떻게 지배층에게 산업과 경제를 집중시켰는지를 파헤칩니다. 이를 통해 2014년 우산 혁명부터 2020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투쟁까지, 홍콩의 민중운동을 촉발한 뿌리 깊은 갈등의 이면에 부동산 문제와 이를 둘러싼 짙은 헤게모니 투쟁이 있다고 단언합니다.  

 



"홍콩의 부동산 문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홍콩의 공공토지임대제는 초기 모델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토지 임대 기간 및 토지 사용료 납부 방식에서 심각한 후퇴가 있었습니다. 특히 1997년 중국 반환 과정에서 토지 사용권이 무상으로 재연장되는 퇴보를 경험했죠. 매년 납부하는 토지 사용료가 낮은 수준이어서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와 맞물려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자본으로 인해 홍콩 부동산 시장에 교란이 발생했습니다.


《홍콩의 토지와 지배 계급》의 저자는 토지가 하나의 도시 공간에서 어떻게 독점 및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일상의 영역까지 침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소수의 부동산 재벌이 토지를 독점하여 홍콩 경제를 지배하게 되면서 부의 과도한 집중과 빈부 격차가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토지 및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 임대료 상승, 생필품 가격 상승, 공익사업․공공서비스 요금 상승, 중소기업 퇴출, 시장 진입장벽으로 인한 창업 기회 박탈, 실업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해 홍콩의 경제력이 저하되었죠. 홍콩의 부동산 문제는 다른 사회구조적 요인과 결합되어 홍콩 시민들, 특히 청년층의 불만을 촉발하게 됩니다.


2009년 6월 홍콩중문대학 학생회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 제안’이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모든 홍콩 시민에게 보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토지와 여타 경제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지배 계급의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청년들의 분노는 '정치'의 변화 요구로 귀결됩니다. 2014년 우산 혁명을 일으키고 행정장관 직접 선출권과 홍콩 독립을 요구한 것이죠. 하지만 홍콩 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사회적 갈등과 분노가 고스란히 누적되어 2019년 6월 범죄인 송환법 이슈로 재점화되었습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와 함께 송환법 입법에 반대하고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저항했지만 안타깝게도 국가 폭력에 의해 제압당하고 말았습니다. 2020년 5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된 홍콩 국가보안법은 중국-홍콩의 일국양제가 끝났음을 상징적으로 선포했습니다.


토지 제도, 산업 집중, 그리고 엄청난 부의 불균형이 온갖 사회․경제적 병폐의 근본 원인임을 간파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한국의 20∼30대 청년들은 'N포 세대'로 불립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도 연애도 결혼도 모두 포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도권과 일부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그나마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이른바 '영끌 청년들'은 부동산과 주식에 몰두했습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시장에 빠지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우리 사회는 홍콩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습니다. 그만큼 토지와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동산 제도를 개혁하는 데 홍콩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토지 소유권 제도는 다르지만 드러나는 양상이 비슷하기 때문이죠. 토지 문제는 지대, 즉 토지 사용료가 누구에게 귀속되느냐가 관건입니다. 결국 토지와 관련한 이해관계의 핵심인 지대를 토지 사용료나 토지보유세 형식으로 얼마나 제대로 환수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죠.
건강한 토지 제도를 수립하고 유지하려면 공동체 의식 수준이 높은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큰 틀에서 토지 사용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홍콩과 달리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는 대통령 선거권이 있으며 정치에 참여할 길이 폭넓게 열려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청년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사실을 기억할 때입니다. 


지은이 

앨리스 푼(Alice Poon)
앨리스 푼은 홍콩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에 선훙카이 부동산 그룹의 설립자인 궈더성의 개인 비서로 일하다가 케리 부동산 그룹에서 계획 및 개발 매니저로 일했으며, 온라인 매체에서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에서 축적한 문제의식과 지식을 종합하여 《홍콩의 토지와 지배 계급》을 집필했다. 2005년 캐나다에서 자비로 출판한 이 책은 《캐나다 도서 리뷰 연감(Canadian Book Review Annual)》에서 ‘편집자의 선택: 2007년 학술서’로 선정되었다.
2010년 중문판을 출간해 홍콩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도서상을 수상했다.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저자는 현재 밴쿠버에서 은퇴 생활을 하며 중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을 쓰고 있다.

 

옮긴이

조성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1999)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사학위(2003)를 취득했다. 중국인민대학교 토지관리학과에서 〈중국 도시 토지연조제의 북한 경제특구 적용모델 연구(中国城市土地年租制及其对朝鲜经济特区的适用模型研究)〉로 박사학위(2010)를 취득했다. 현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원장으로, 사회연대경제라는 큰 틀에서 공공토지임대제, 체제 전환국 중국과 북한의 토지 및 부동산 정책, 북한 지역 발전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 《중국의 토지개혁 경험》(공저, 2011), 《상생
도시》(2015), 《북한 토지개혁을 위한 공공토지임대론》(2019,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2017년 제2회 김기원학술상을 수상했다.

차례

감사의 말 
한국 독자에게 

서론 
사유재산권 침해 
상식에서 이탈하는 철로 
지지할 수 없는 토지·주택 정책 
경쟁의 결여 
최저임금 
장악당한 경제 
결탁 
아직도 더 많은 특권을 추구하는 특권층 
80년대 이후 세대와 패러다임의 전환 

1 지배 계급 
경제계의 영주들 
리(리자청) 가문 
궈 가문 
리(리자오지) 가문 
정 가문 
바오와 우 가문 
카두리 가문 
부동산 개발업체에 친화적인 정부 

2 토지와 권력 
토지 권력 
농지의 마법 
공익사업·버스 회사의 토지 수익 

3 돈벌이 대 공익 
부동산 
전력 
가스 
슈퍼마켓 
공공버스 

4 토지와 경쟁 
토지·주택 정책의 결함들 
홍콩, 경쟁법을 거부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5 사회·경제적 병폐 
불공정한 토지 제도의 결과 
산업 집중의 결과 
경제 집중의 결과 

6 가능한 해결책
문제의 본질을 공략하기 
반독점과 소비자 보호 
극심한 빈부 격차에 맞서기 

옮긴이 해제 
미주

지난 2019년은 한국 스포츠의 큰 변곡점이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에 가려 있던 스포츠계의 인권 침해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스포츠계의 성폭력 사건이 미투 운동으로 이어지는 등 스포츠인권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열망에 힘입어 '스포츠혁신위원회'라는 민관합동기구가 탄생했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지향점을 '국위 선양을 위한 엘리트 스포츠'에서 '일상에서 일생 동안 향유하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로 명확히 했습니다. 그 새로운 스포츠 패러다임의 밑바탕이 바로 인권입니다.

 

 

2020년 12월 15일 생각비행이 출간한 《생각하는 스포츠인권 교과서》가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도서로 선정됐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스포츠인권의 개념부터 실현 방안까지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10명의 스포츠·인권 관련 전문가가 뜻을 모아 한국 스포츠계에 인권 신장이 필요한 이유,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이 중요한 이유,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실천 방법, 폭력을 겪는 선수의 마음에 일어나는 일, 장애인이 평등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휴식권, 성평등한 스포츠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 스포츠에 정정당당함이 중요한 이유, 운동부 학부모의 고민에 대한 대답, 어린이·청소년을 지도하는 스포츠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등에 관해 들려줍니다.


스포츠에 내재된 인권이라는 가치


어린이들은 오르고, 달리고, 부딪히고, 밀치고, 잡는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맛봅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자기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친구들은 스포츠를 통해 꿈을 펼치기도 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올림픽 이념의 기본원칙'에서 "모든 인간은 어떤 종류의 차별 없이, 우정과 연대 그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에 기반한 상호 이해를 요하는 올림픽 정신에 입각하여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올림픽 운동은 인종, 종교, 정치, 성별 등을 이유로 국가나 사람에 대해 행해지는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친구들과 안전하게 운동하기 위해, 장애인과 평등하게 활동하기 위해, 성평등한 스포츠 문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스포츠인권'을 꼭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가 승리주의로 흐르거나, 결과를 위해 폭력을 용인하거나, 학생들이 공부할 권리를 빼앗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20세기는 다양한 가치가 극한의 경쟁을 하는 시대였습니다. 이 때문에 스포츠가 '국위 선양'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국가 간, 이념 간, 인종 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운동을 통해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이를 위해 선수들의 인권이 유보되거나 제한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정신력을 강화한다는 구실로 학생선수들을 윽박지르거나 체벌하는 스포츠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폭력이 운동의 필요악이라는 믿음은 폭력을 당하는 선수들의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미신일 뿐입니다. 폭력과 체벌에 노출된 선수는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처벌을 받거나 혼이 날 때 인간의 뇌는 그 순간을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 자기발전보다 자기방어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감정 처리에 서툰 어린 선수들일수록 정신적 충격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스포츠 지도자는 운동기능을 잘 가르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신체 활동의 재미를 느끼고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울러 경쟁할 때 중요한 페어플레이 정신, 스포츠맨십 등을 선수들에게 잘 지도해야 합니다. '인권 친화적 스포츠'를 통해 어린이·청소년들은 도전, 참여, 배려, 인권 등 다양한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일생 동안 향유해야 할 모두를 위한 스포츠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스포츠인권'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럴 때 스포츠는 서로를 잇고, 묶으며, 한계를 넘어서게 해 줌으로써, 결국 평화라는 선물을 안겨줍니다.

 

 

기획  

한국방정환재단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어린이에게 10년을 투자하라"고 하시며 어린이 교육문화활동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하셨습니다. 한국방정환재단은 방정환 선생님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1998년에 설립된 비영리 법인으로, 기념사업, 사료편찬 및 연구사업, 어린이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사업과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책임 집필  

김동혁 
학창 시절, 축구 국가대표 꿈을 꾸며 학생선수의 길을 걷던 스포츠인권 활동가입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강사 양성과정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후 인권 옹호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공동체 인권과스포츠 대표, 서울시 인권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스포츠교육학 전공으로 박사를 수료하여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현수 
스포츠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 교수로 1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다 스포츠계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이끌고 있으며, 모든 학생선수가 인권이 먼저인 환경에서 즐겁게 운동하도록 만드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권먼저, 즐거워야 스포츠다!” 

민솔희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학(재활스포츠)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나사렛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체육시민연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인인권, 스포츠인권, 장애인체육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대택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운동생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미연방 육군환경의학연구소와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 현재는 국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미국올림픽위원회 올림픽트레이닝센터 방문연구원도 역임했습니다. 

임한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학생선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스포츠교육연구실SPiL에서 스포츠교육학을 공부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래의 체육선생님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했고, 현재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전문가, 멘털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스포츠 문화를 인권친화적으로 바꾸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정윤수 
계간 리뷰 편집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위원, kbsn 축구 해설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로 있습니다. 저서로 《축구장을 보호하라》, 《스포츠, 인권을 만나다》, 《꼬불꼬불한 컬링 교과서》 등이 있습니다. 

최승표 
“우리 야구계에 필요하지만 없는 것들을 채워나간다”는 미션을 가지고 활동하는 우리야구협동조합의 대표입니다. 야구선수 학부모를 위한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 네이버 카페와 지도자에게 선수육성과 야구코칭 정보를 제공하는 〈코치라운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입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성평등 스포츠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덕기 
경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로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스포츠교육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노던아이오와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 체육시민연대, 스포츠인권연구소 등에서 활동하며 한국 스포츠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을 좋아하며 스포츠, 교육, 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그림

이혜원 
서울의 끝자락, 아름다운 도봉산 아래 터를 잡고 일하고 있는 행복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문구디자인 회사에서 제품디자인과 일러스트 작업을 맡아 활동한 뒤 현재는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작업한 책으로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꼬불꼬불한 컬링 교과서》 등이 있습니다.

 

차례


책을 펴내며
머리말

01 스포츠인권이 왜 중요할까요?
02 운동선수는 공부하지 않아도 되나요? 
03 우리 모두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겨요!
04 폭력을 겪는 선수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
05 장애인이 평등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쉬는 시간-휴식권

06 성평등한 스포츠가 실현되는 세상
07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스포츠
08 운동부 학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09 어린이를 지도하는 스포츠 지도자를 위하여
10 스포츠가 주는 평화라는 선물

◆책임 집필자 소개
◆자료 제공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최다 세계기록유산 보유국입니다.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많은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역사로 이어진 듯합니다. 지난 6월 25일 광주시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지원 없이 민간 NGO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달성한 성과이기에 그 의미가 큽니다.

 

최근 정부는 일본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군함도로 알려진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의 섬 하시마는 1940년대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석탄 채굴에 동원됐다가 100명 이상 숨진 곳이죠. 일본은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리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역사 왜곡은 어떤 이유로든 허용되어선 안 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나치의 참혹한 만행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진사 한 명을 소개할까 합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신간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의 주인공인 ‘프랑시스코 부아(Francisco Boix)’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라는 영화를 보실 수 있는데요, 그래픽 노블인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가 원작입니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에서 절멸될 수감자들”

1938년 3월 독일 제3제국이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지 며칠 후, 새 정권은 오스트리아에 집단수용소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한다. 나치 친위대는 포로의 수가 급증할 것을 내다보고 수용소 추가 건설을 고려했다. 동시에 나치 친위대 사령부는 건설자재 산업을 일으킬 계획이었다. 이렇게 친위대는 강제수용소 확장을 정당화하고 수용소 내 활용 가능한 노동력을 독점함으로써 친위대의 재정을 튼실히 하고자 했다.


친위대는 그들의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용소 부지를 물색하는 데 착수하여 마침내 화강암 채석장을 인근에 둔 마우트하우젠(Mauthausen)과 구젠(Gusen)을 낙점했다. 나치 친위대 기업은 독일 제3제국의 화려한 기념물과 건물에 필요한 건축자재를 수용소 포로들을 동원해 채석하여 공급할 계획이었다.


1938년 8월 8일, 다하우 강제수용소의 포로를 태운 첫 기차가 마우트하우젠에 도착했다. 포로들은 자신들이 수감될 수용소 건설을 위해 노동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화강암 채석장 개발과 확장에도 동원되었다. 수감자들은 극도로 열악한 조건 아래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적합한 도구나 작업복조차 받지 못했고, 늘 부족한 음식에 시달려야 했으며,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받지 못해 숱한 질병에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심각한 사고의 위험 속에서 생존해야 했다. 고된 노역 과정에는 친위대의 끊임없는 폭행이 이어졌다.


1938년 설치된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는 1945년 미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약 33만 명이 수감되었으며, 그중 12만 명 이상이 죽었다. 마우트하우젠은 나치에 의해 기획된 절멸수용소(Extermination camp)였다. 이 명칭은 공식적으로 존재한 적은 없으나, 실제 역할은 다른 강제수용소와 명확히 구분된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비롯한 6개의 강제수용소는 대량학살을 목적으로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설립했다. 이곳은 범죄 행위에 대해 형벌을 주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전쟁 중 절멸 정책을 일괄 마무리하는 곳이었다. 희생자의 시체는 통상 소각 처분 내지 집단 묘지에 묻어 처리했다.
1941년 1월 2일, 당시 나치 독일의 국가보안본부 수장인 하이드리히(Heydrich)는 25개에 달하는 강제수용소를 3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카테고리I 수용소는 나치의 입장에서 개선 가능성이 있는 수감자들을 위한 수용소였다. 다하우, 작센하우젠, 아우슈비츠 등이 그런 곳이었다. 카테고리II 수용소는 부담스럽지만 재교육 가능성이 있는 수감자들을 위한 수용소였다. 부헨발트, 플로센뷔르크, 노엔가메, 비르케노 등이 그런 곳이었다. 카테고리III 수용소는 교화 가능성이 없는 수감자들이 수용되었고, 그들은 노동을 통해 절멸될 운명이었다. 나츠바일러-슈트루토프, 마우트하우젠, 구젠 등이 그런 곳이었다.

 


“나치의 만행을 폭로한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 프랑시스코 부아”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스페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입은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프랑코와 히틀러가 조기에 맺은 동맹을 참작할 때 말이다. 그러나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는 안티-파시스트 군대가 유럽의 다른 곳보다 일찍 조직된 스페인의 복잡한 실상을 드러낸다. 스페인 공화주의자들은 파시즘에 대항하여 무기를 든 최초의 사람들이었다. 1936년 스페인 공화주의자들은 독일·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권의 지지를 받은 프랑코 장군에 맞서 싸웠으나 패하고 말았다. 이들은 신속한 귀환을 희망하며 프랑스로 대거 망명했는데, 그 수가 50만 명에 달한다.


안전한 피난처로 굳게 믿었던 나라에서 스페인 공화파 망명자들은 자신들을 “달갑지 않은 빨갱이”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프랑스 각지로 흩어져야 했다. 남자들은 프랑스 군대, 외인부대, 보병대대 또는 군사 시설인 외국인 노동자 회사(CTE)로 들어가도록 강요받았다. 공장, 농장, 군사방어 시설의 건설 현장에서 하급 노동을 수행하면서 그들은 “삽과 곡괭이 부대”가 되어갔다. 1940년 5월 독일 부대의 공격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바로 이런 회사에서 일한 스페인 망명자들이었다. 생존자들은 흩어져 도주하거나 스위스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계속하다가 독일 국방군에 체포되었다. 약 1만 명에 달하는 이들을 비시정부(Vichy政府)는 프랑스 군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포기해버렸다. 스페인 정권도 히틀러와 협상하면서 마찬가지 태도를 취했다. 결국 고국인 스페인으로도, 망명지인 프랑스로도 갈 수 없었던 이들은 대부분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1940년 8월 시작된 강제수용은 1944년까지 이어졌다. 대략 1만 명의 공화파 사람들이 공화정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파시즘에 맞서 투쟁했다는 이유로 나치 강제수용소에 구금되었다. 1941년 1월 27일 1506명이라는 가장 큰 이주 대열 속에 한 명의 사진사가 있었다. 그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프랑시스코 부아(Francisco Boix)’다.


초기에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스페인 포로들에게는 유리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수용소 내 주요한 보직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더 좋은 식단과 생존의 기회가 보장된다는 의미였다. 미용사, 음악가, 소목장 등의 직군에서 일하면서 이들은 수용소에서 비교적 오래 존속할 수 있었다. 수용소를 지휘하는 나치 친위대의 입장에서도 이들을 부리는 편이 유용하다고 여겼다. 이런 특별한 혜택을 받은 수감자들을 ‘프로미넨텐’이라고 불렀다.


프랑시스코 부아는 스페인 수감자들인 동료들에 의해 프로미넨텐으로 연결되었으며, 수용소 내에 있던 신원확인국에서 일하며 필름을 현상하는 일을 맡았다. 그곳에서 그는 나치에 의해 은밀하게 작동하는 끔찍한 체계를 목도한다. 프랑시스코는 신원확인국의 책임자였던 파울 릭켄을 도우면서 그가 꾸미고 있는 일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다. 파울 릭켄은 나치 친위대나 카포(수감자를 관리하는 수감자, 나치의 앞잡이)에 의해 살해된 포로들의 시신을 자살이나 사고사로 위장했다. 때로는 수용소 탈출을 시도하다 죽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시신의 자세를 바꾼 다음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파울 릭켄은 노출, 초점, 구도 등을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죽은 사람들을 촬영했다. 그는 단순히 시체의 모습을 찍는 게 아니라 마치 자연의 아름다움을 불멸화하는 것처럼, 영상의 구성과 원근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총동원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려 했다.


프랑시스코 부아는 스페인 수감자들의 지하 레지스탕스 한가운데에서 동지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나치의 범죄행각을 드러내고 나치 최고 수장들을 고발하는 데 증거가 될 필름을 빼돌리려는 은밀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이 계획은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대장정의 출발일 뿐이었다.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는 한 인물의 영웅담을 기록한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홀로코스트와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스페인 생존자들의 운명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픽 노블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실화이며, 책의 후반부는 사료를 중심으로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의 참혹한 삶을 증언하고 있다.  


프랑시스코 부아는 뉘른베르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서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에서 빼돌린 필름으로 나치의 만행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수많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이 역사적으로 조명되었다. 그의 생생한 증언은 언제까지나 기억될 것이며, 그가 남긴 기록 역시 불멸할 것이다.


 

 

 

▌만든 이들

그림  페드로 J. 콜롬보(Pedro J. COLOMBO)
페드로 콜롬보는 1978년 스페인 그라노예르스(Granollers)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만화 주인공인 스파이더맨(Spider-Man)이 되기를 꿈꾸었으나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깨달은 뒤 자신의 영웅과 최대한 가까운 것(만화)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1998~2000년 바르셀로나의 호소 만화 학교(Éole de bande désiné Joso)에서 제9의 예술의 역사와 자신이 그릴 만화의 기본을 공부했다. 동료와 만화가 친구들의 우정과 자기초월의 경향에 힘입어 프랑스의 만화 전문 출판사인 다르고(Dargaud)의 시리즈물인 《셋...그리고 천사(Trois...et l’ange)》 세 권을 그리는 것을 비롯하여 다양한 합작품을 발표함으로써 프랑스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국제적인 경력을 다져왔다.
2001년에 배우자이자 자신의 채색 전담이 될 아인차네(Aintzane)를 만났고, 현재 두 사람은 빌바오(Bilbao)에서 살고 있다. 시나리오작가인 살바 루비오와 함께 롱바르 출판사에서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를 출간했다.

 

채색  아인차네 란다(Aintzane Landa)
아인차네 란다는 1980년 스페인 바라칼도(Barakaldo)에서 태어났다. 배우자인 만화가 페드로 콜롬보가 그린 작품의 채색을 맡고 있다.
유럽에서 명작 만화인 《마팔다(Mafalda)》, 《탱탱(Tintin)》, 《아스테릭스(Astéix)》를 보며 자랐고, 지금도 손에 잡히는 작품들이면 죄다 읽는다.
그라나다(Granada)에서 페드로와 정착하면서 채색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벨기에와 프랑스 출판사의 만화 시리즈물 채색을 다수 담당했으며, 페드로 곁에서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 채색 작업을 했다.
현재 페드로와 함께 빌바오에 살고 있으며, 여가를 이용해 아미구루미, 수첩, 레터링, 스크랩북 등을 만든다.

 

글  살바 루비오(Salva Rubio)
살바 루비오는 1978년 스페인 마드리드(Madrid)에서 태어났다. 시나리오작가, 작가, 역사가다.
역사물 기획이 전문으로, 스페인작가출판협회(SGAE)가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 ‘Julio Alejandro’의 결승전에 진출하기도 했다.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하며 많은 상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그의 단편영화 중 하나가 스페인 세자르상에 해당하는 고야상(los Premios Goya) 예선에 진출했다.
마드리드 카를로스Ⅲ대학에서 영화와 텔레비전 시나리오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단편영화뿐 아니라 장편 애니메이션 〈딥(Deep)〉(2017) 등 스페인 소재 영화제작사의 다양한 기획에 참여했다. 작가로서 다양한 창작물과 각색 작품을 발표했으며 서사에 대한 강의도 한다.
《마우트하우젠의 사진사》는 《모네, 빛의 노마드(Monet, Nomade de la lumièe)》에 이어 만화 시나리오작가로서 두 번째로 출간한 그래픽노블이다. 아마추어 화가이자 삽화가이며 여가를 이용해 재즈 트럼펫 연주를 한다.

 

옮김 문박엘리
서울에서 자라 학교를 다녔으며 대학 졸업 후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했다. 철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으며 일반회사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했다. 인간과 자연과 우주 만물의 연계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옮긴 책으로 《프랑스 아이의 과학 공부》, 《생물의 다양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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